올림픽에 나서는 선수들의 자세가,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마인드가 달라졌습니다. 승자가 기뻐하고 그들에게 축하를 보내는 그림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추가된 장면이 있습니다.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따고도 죄인처럼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는 선수들을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냈으니 후회 없이 다음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팬들도 그들이 흘린 땀의 소중함을 알기에 격려하고 엄지를 치켜세웁니다. 이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풍경들 입니다.
최근 한국 태권도 간판 이대훈(29·대전시청)은 6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의 자오 슈아이에게 아쉽게 15-17로 패한 뒤 상대 선수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으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자신의 은퇴 무대에서 시상대에 오르지 못해 실망감이 컸지만 이대훈은 쿨하게 상대를 인정했습니다. 여자 태권도 이다빈(25·서울시청)도 67㎏급 결승에서 패한 뒤 상대를 향해 엄지를 들어 올리는 '패자의 품격'을 보여줬습니다. 전체적으로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즐겨보자"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한 방송사는 아쉽게 은메달을 딴 선수의 중계를 하며 "원했던 메달색은 아니었지만"이라는 멘트를 했다가 팬들의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국민들도 이제 무조건 금메달을 원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길 원하지만, 원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지 않습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무려 6개의 메달(금4·은2)을 수확했던 '권총 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는 이번 대회를 무관으로 마친 뒤 오히려 담담하게 현실을 인정했습니다. 누구보다 충격이 컸지만 최선을 다했던 후배를 다독이며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올림픽 최고의 스타인 진종오의 말은 큰 울림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는 "선수들은 항상 성적으로만 평가 받는데. 성적을 떠나 열심히 하는 모습도 인정해 줬으면 한다"며 피와 땀이 들어간 노력에 대한 격려를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습니다. 팬들도 선수들과 같은 마음으로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며, 설령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더라도 박수를 치며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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