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출마 선언, 정권교체 역설

Chris7 2021. 6. 30. 08:00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내년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지난 34일 총장직 사퇴 이후 117일 만입니다. 윤 전 총장은 29일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윤 전 총장은 "공직에서 물러난 후 많은 분을 만났다. 한결같이 나라의 앞날을 먼저 걱정하셨다. 도대체 나라가 이래도 되는 거냐고 하셨다""윤석열은 그분들과 함께하겠다. 산업화와 민주화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국민, 그 국민의 상식으로부터 출발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 등을 거론한 뒤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이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하여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라며 "이 정권은 도대체 어떤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인가. 도저히 이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윤 전 총장은 "현재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국민들을 고통에 신음하게 만드는 정치 세력은 새로운 기술 혁명의 시대를 준비하고 대처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이들의 집권이 연장된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더이상 이들의 기만과 거짓 선동에 속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이런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윤 전 총장은 "여기에 동의하는 모든 국민과 세력은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서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할 준비가 되었음을 감히 말씀드린다""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모든 분과 힘을 모아 확실하게 해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청년들이 마음껏 뛰는 역동적인 나라,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혁신의 나라, 약자가 기죽지 않는 따뜻한 나라, 국제 사회와 가치를 공유하고 책임을 다하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야권의 유력 잠룡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잠행을 끝내고 정치 전면에 등장하자, 하락세인 그의 지지율에 반등 모멘텀이 될 것인지가 대선정국의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후로 측근을 통한 '전언 정치'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메시지를 둘러싼 오해나 'X파일' 논란 등 겹겹이 악재로 벼랑 끝으로 몰리던 중에 대권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그는 이른바 'X파일' 의혹에 대해 회피하지 않고 정면돌파하는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실체가 불분명한 X파일에 대해서는 "문건을 아직 보진 못했다"면서도 "만약 그것이 출처 불명의, 아무 근거 없는 일방적인 마타도어를 시중에 유포한다든가 하는 건 국민들께서 다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X파일 논란을 일종의 루머로 일축하면서 위기 돌파의 자신감을 내비치며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을 삼겠다는 전략으로 읽혀집니다. X파일 문건이 내용 진위와 상관없이 자신의 도덕성을 옥죄는 변수가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면 돌파를 통해 자신의 진정성을 부각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번 출마 선언을 계기로 'X파일' 논란이 정국의 중심에서 점점 밀려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합니다. 윤 전 총장 측은 대선 출마에서 X파일을 마타도어로 규정해 파장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야권에선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을 계기로 잠룡 후보군이 늘어나고 정권교체에도 힘이 실렸다는 점으로 그의 등판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전 총장의 사실상 '대선 출정식'과 다름없는 기자회견장에 직접 찾아가 힘을 실어주고 제1야당 영입을 타진한 것도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 지도부도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을 반겼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젊은 세대가 배척하는 애매모호한 화법이 아닌 직설적이고 구체적인 화법이 인상적"이라며 "훌륭한 연설"이라고 평가했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천하의 인재를 모으는 일에 걸림돌이 없도록 시스템을 활짝 열린 마음으로 개방해나갈 것"이라며 "언제든지 환영할 꽃다발을 준비해두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반면 일각에선 대권주자로서의 잠재력 측면에서 윤 전 총장의 '내공'에 반신반의하는 기류도 감지됩니다. 29일 대선출마 선언도 그간 단계적으로 '대권수업'을 받아오던 윤 전 총장이 워밍업을 마치고 최상의 타이밍을 계산해 대선판에 뛰어든 것이라기 보다는, 정국 반전을 도모하기 위한 돌파구가 절실했던 사정이 등판 시점을 더 앞당겼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화통한 윤 전 총장이 직설 화법으로 현 정권을 거침없는 때리며 야권 지지층의 호응을 불러 일으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에 다른 한편에선 국정운영 비전이나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결국 전언정치에 대한 피로감에 X파일 악재까지 직면한 윤 전 총장으로선 여권에서 주장하는 신비주의 전략을 의도한 건 아니더라도 잠행을 이어갈 만한 명분을 찾기 힘들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정치 경험은 전무하지만 야권에선 가장 단단한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등판 시점이 이를수록 검증대에 빨리 오른다는 점에서 윤 전 총장으로선 다소 불리한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대선 링 위에 오른 셈이지만 대권주자로서의 기본 역량에 물음표도 남겼습니다. 실제 윤 전 총장은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경제, 사회, 외교, 안보 등 각 분야별 현안은 짚거나 정책 대안 등을 제시하지 않고 회견문의 절반가량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데 할애했습니다. 통상 대권주자들이 출정식에서 큰 틀의 국정운영 기조나 정책 방향 등을 제시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과는 거리가 먼 모습입니다. 이를 두고 당장 정치권에선 4개월 가까운 대권 수업을 받는 동안 '학습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건 낙제점 아니냐는 혹평도 없지 않습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의 노선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입당 시점은 명쾌하게 밝히지 않은 점도 국민들의 피로감을 높여 역효과를 낼 것이란 의견도 나오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