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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입방정에 춤추는 주가와 비트코인·도지코인 등 가상화폐

Chris7 2021. 5. 18. 09:22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입방정'에 테슬라의 주식과 가상화폐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도지코인'의 가격은 미국 현지시간 지난 14일 기준으로 40% 가량 급등했습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도지코인의 거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자들과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 도지코인이 잠재적으로 유망하다"고 말한 데 따른 것입니다. 머스크가 도지코인과 관련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올 초부터 도지코인을 옹호하는 발언을 내놓으며 의도적으로 도지코인을 띄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중입니다.

 

 

 

 

 

문제는 머스크의 발언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미국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인 세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해 도지코인이 사기라고 발언하면서 한때 35% 이상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머스크가 변덕이 향하는 곳은 도지코인 뿐만이 아닙니다. 머스크는 지난 2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대거 매입하고 향후 자사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가 환경문제를 이유로 지난 13일 비트코인을 이용한 자동차 구매를 중단했습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의 가격이 폭락하며 투자자들이 큰 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머스크의 입방정으로 테슬라의 주가도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머스크가 최근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드는 행보를 보이면서 머스크의 재산도 28조원이 증발했습니다. 앞서 머스크는 2018'테슬라 상장 폐지' 트윗 소동을 벌여 SEC로부터 고소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이 트윗이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하자 SEC는 머스크가 투자자를 기만했다며 증권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머스크는 4000만달러의 벌금을 내는 것으로 SEC와 합의했습니다. 아울러 테슬라 사내 이사들이 자신의 트윗을 미리 점검하도록 하는 데에도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잇따라 논란성 발언을 이어가면서 시장에 혼란을 주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한 테슬라 주주는 머스크의 변덕스러운 트윗으로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보고 있다며 미국 델라워에주 법원에 머스크와 테슬라 이사회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바 있기도 합니다.

 

한때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머스크가 비트코인과 관련해 돌연 입장을 바꾼 표면적 이유는 환경 보호였습니다. 그는 트윗에서 우리는 비트코인의 채굴과 거래를 위한 화석 연료 사용의 급격한 증가를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연일 경영 화두로 떠오르는 만큼, 이 같은 명분은 얼핏 정당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난달 잭 도시 트위터 CEO와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가 암호화폐 채굴이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장려한다(incentivizes renewable energy)는 연구 결과를 지지했을 당시, 머스크도 적극적으로 동의했습니다. 그때는 인지하지 못했던 비트코인 채굴과 환경의 관계를 갑자기 깨달아 생각이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케임브리지 얼터너티브 금융센터(Cambridge Center for Alternative Finance)에 따르면,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데 필요한 전력 중 38%가 석탄을 이용해 만들어집니다. 2019년에는 20~80테라와트시(TWh)였던 비트코인 소비 전력은 올해 100TWh를 넘은 상태이며 128TWh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머스크의 입장 변화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코노믹타임스는 비트코인을 통한 테슬라 구매 결제 허용 이후 차 판매량이 신통치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가격 변동 폭이 크고 공급량이 인위적으로 통제되는 비트코인의 특성 상, 투자자들은 이를 이용해 물건을 사기보다는 투기를 위해 비축해두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따라서 비트코인을 이용한 테슬라 차량 구매가 부진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실망한 머스크가 결정을 철회했다는 것입니다. 이코노믹타임스는 그 외에도 머스크가 기관 투자자들을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ESG에 큰 관심을 가진 기관 투자자들이 볼 때, 비트코인을 과도하게 광고하고 지지하는 테슬라는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이 기업을 외면하기 시작하면 결국 주가가 하락해 머스크의 자산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