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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 두 번째 트럼프 탄핵소추안 가결, 내란선동 혐의

Chris7 2021. 1. 15. 08:06

미국 하원은 13(현지시간) 5명의 사망자를 낸 친 트럼프 시위대의 의회 난입사태 선동 책임을 물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습니다.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32, 반대 197명의 과반 찬성으로 통과시켰습니다. 민주당 의원 222명은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고 공화당 의원 197명 중 10명이 탄핵소추에 찬성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하원에서 처리된 것은 2019년 말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역사상 처음으로 재임 중 하원에서 두 번의 소추안이 통과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실제 탄핵 여부는 이후 이어질 상원의 심리와 표결을 통해 최종 결정됩니다.

 

 

 

 

이번 소추안에서 하원은 지난 6일 의회 난동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란을 선동했다는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 앞 연설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맹렬히 싸우지 않으면 더는 나라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선동해 자극받은 군중이 의회에 불법침입한 뒤 기물을 파괴하고 법집행 당국자들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것입니다. 하원은 전날 민주당 주도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박탈토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찬성 223, 반대 205표로 통과시켰습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부통령과 내각 과반 찬성으로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한 뒤 부통령이 대행하도록 허용합니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은 "국익에 최선이거나 헌법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25조 발동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상태입니다.

 

앞으로 탄핵안은 상원이 바통을 넘겨받아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심리하게 됩니다. 하원은 탄핵소추안을 상원에 이관하는 한편 상원의 심리를 담당할 탄핵소추위원을 지정해야 합니다. 민주당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는 표결에 앞서 탄핵소추안이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상원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신속한 처리를 위해 최대한 빨리 긴급회의를 소집하자고 제안한 상태입니다.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전에 상원 심리를 진행해 탄핵 여부에 대한 결론까지 내리자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대변인을 통해 민주당의 긴급회의 소집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매코널 원내대표는 오는 19일 상원을 소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20일에야 탄핵안 논의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임기를 출발하는 셈이 됩니다.

 

미 헌법상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하려면 100석의 3분의 2 이상인 67명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현재 의석은 공화당 51, 무소속을 포함한 민주당 48, 공석 1석입니다. 또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민주당 의원 2명이 임기를 시작하면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석은 5050으로 동률이 됩니다. 이 경우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최소 17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지만 이 정도 반란표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미 정가의 일반적 관측입니다. 다만 일부 언론에선 공화당의 의회 일인자인 매코널 원내대표가 탄핵 찬성투표를 할 가능성이 50%를 넘는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공화당에서도 이탈표가 속출할 경우 가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 역시 있긴 합니다.

 

민주당이 임기가 불과 며칠 밖에 남지 않았고, 상원의석 분포상 최종 통과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처럼 탄핵을 강행한 건 탄핵이 임기 이후에도 성립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1875년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 시절 윌리엄 벨크냅 전쟁장관이 뇌물 혐의로 사임했으나 상원은 탄핵 심리를 진행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고, 실제 유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실제 240년 미국 역사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상원 문턱을 넘은 경우는 아직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처럼 상원에서 부결 가능성이 높은데도 민주당이 하원에서 탄핵을 밀어붙인 건 지난 6일 지지자의 의회 점거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폭력을 선동한 책임을 울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 7500만표를 확보할 만큼 지지층이 탄탄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출마를 사전 봉쇄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미국에선 탄핵 시 의회가 별도의 의결을 통해 이후 공직 취임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정계 입문 이후 관례와 전통을 깨면서 기성 정치와 반대 행보를 정체성으로 삼아 왔습니다. 4년간의 대통령직 마무리도 두 번 탄핵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면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