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습니다.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측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을 양형에 반영하기로 한 것에 한가닥 기대를 걸었지만 재판부가 ‘실효성 부족’ 판단을 하면서 물거품이 됐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8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건넸다가 돌려받은 말 ‘라우싱’ 몰수를 명령했습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바로 법정에서 구속됐습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5일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 2년11개월여 만에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습니다. 파기환송심의 형량이 그대로 확정되면 이 부회장은 앞서 1심에서 실형을 받고 수감된 354일을 뺀 나머지 약 1년6개월의 형기를 채워야 합니다. 이날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도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습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는 각각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회삿돈으로 뇌물 86억8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이는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판결의 취지를 따른 것입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이 제공한 뇌물액수를 36억 원으로 낮추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정씨의 말 구입비 등 50억 원도 뇌물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한 바 있습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이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 연루된 사건의 재판은 처음 검찰 조사를 받은 지 4년여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파기환송 전 1·2심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포함하면 이번 사건에 관한 선고는 네 번째입니다. 박영수 특별검사와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하고 다시 상고하면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거친 만큼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안밖의 중론입니다.
이 부회장은 이번 판결로 ‘국정농단 공모자’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습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이후 내부 준법감시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총수 구하기’에 총력을 기울였던 삼성 측도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 부회장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인재 변호사는 선고 후 “이 사건의 본질은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그런 점을 고려해 볼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이 변호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부정한 재판부의 판단과 재상고 여부에 관련해서는 “판결을 검토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삼성 측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펼쳐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해 10월 별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달아 악재가 겹치며 오너 리스크가 전면으로 부각되는 모양새입니다.
한편 이 부회장에게는 아직 1심이 진행 중인 '삼성그룹 합병 의혹' 사건이 남아 있습니다. 이 부회장 등은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전합이 이 부회장 등의 뇌물 혐의를 판단하면서 경영 승계 작업이 있었다고 인정한 만큼, 이 부회장으로서는 더욱 불리한 상황 속에서 남은 재판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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