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

롯데의 경영권 분쟁

Chris7 2015. 8. 5. 10:38

국내 재계서열 5위인 롯데그룹이 경영권 승계문제로 난리가 났습니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원래 일본 쪽 경영을 맡았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 그리고 한국 경영을 맡았던 차남 신동빈 한국 롯데 회장간에 말그대로 ‘골육상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형제간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건 지난해 12월입니다. 원래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롯데를 경영하고, 동생 신동빈 회장이 한국롯데를 경영하고 있었는데,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회장을 해임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15일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릅니다. 혼자서 한일 롯데그룹을 모두 장악하는 모양새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과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과 함께 일본 롯데홀딩스를 방문해서 구두로 신동빈을 비롯한 이사 6명을 모두 해임합니다. 신동빈 회장은 다음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이사 해임을 무효화하고 거꾸로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해임하고 명예회장직에 추대하기로 합니다. 아버지를 경영 일선에서 끌어내린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신동주가 아버지를 앞세워 쿠데타를 하려다 하루 만에 끝났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죠.

 

 

그때만 해도 신동빈 회장 승리로 일단락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귀국한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일 언론과 잇따라 인터뷰하면서 신동빈 회장 해임이 '아버지 뜻'이고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열어 신동빈 쪽 이사를 모두 해임하겠다고 한 겁니다. 그리고 아버지 서명이 들어간 이사 해임 지시서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 2일 저녁에는 지상파 방송3사 뉴스에 신격호 총괄회장 동영상을 직접 공개합니다.

 

 

94세 고령이라 말이 또렷하진 않지만 자기는 신동빈을 한국롯데 회장과 (한국) 롯데홀딩스 회장으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롯데의 '절대권력'이었던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이 드러나면서 '신동주 대 신동빈' 대결이 '신격호 대 신동빈' 대결로 급반전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어로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더 나아가 신격호 총괄회장과의 사적대화에서도 일본어로 대화가 오가던 것이 언론에 보도되며 ‘과연 롯데가 한국기업이냐 일본기업이냐’의 논란까지 일게 되었습니다.

 

 

실제 롯데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있긴합니다. 한국 롯데 연매출이 83조원으로 계열사가 80개에 이르지만 일본 롯데는 2013년 기준 연매출 5조9000억원에, 계열사도 37개로 알려져 있습니다. 종업원 수에서도 한국 롯데가 월등합니다. 한국 롯데는 현재 국내외 합쳐 18만명이고, 현재 수치는 공개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는 일본 롯데는 2013년 기준 약 4500명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한국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는 호텔롯데인데,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 일본 롯데계열의 투자회사가 80.21% 등 대부분을 일본 쪽이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론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롯데와 일본롯데의 규모가 비슷했습니다. 롯데가 비약적으론 성장한 계기는 전두환의 5공화국 출범과 궤를 같이 한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두환과 가장 가까운 기업인이 신격호라고 알려질 정도로 두사람간의 친분이 두터웠고 롯데가 국내 기업중 가장 대정부 로비를 잘하는 기업으로 항간에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이명박 정부때는 그이전까지 줄곧 논란의 대상이었던 잠실 제2롯데월드 허가권을 결국 따내기도 했었죠!

 

 

아무튼 이번일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구멍가게만도 못하다는 비난은 피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회사나 주주는 안중에도 없이 가족들끼리 경영권을 다투고, 창업자인 신격호 회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손가락 하나로 이사들을 해임하는 행태도 전근대적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이번 롯데 일가 내분을 계기로 국내 재벌 총수 일가 지배 체제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