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에서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그간 서울시장직에 제3후보가 당선된 사례가 없었던 점에서 이번일은 극히 이례적인 결과였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선거승리에는 무엇보다도 한국정치권 전체를 흔들었던 ‘안철수 신드롬’이 결정적이었다는 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참신함과 깨끗한 이미지의 안철수 원장의 깜짝 등장에 상대적 박탈감과 높은 실업률, 그리고 경제 불황속에서 힘들게 살아오던 2-30대와 40대 화이트칼라층까지 안철수라는 인물에 열광했고 50%라는 높은 지지율은 후보 단일화라는 또 다른 깜짝이벤트로 일반인들에겐 거의 무명이던 박원순 후보에게 고스란히 전이되어 결국 선거승리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한나라당은 그간 3년 이상 잠행을 해오던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대표까지 가세하였지만 한번 등을 돌린 서울시민들의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일각에선 한나라당 입장에선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처음부터 버린 선거였단 말들도 있습니다.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지만 선거결과가 가져온 후폭풍은 너무 큰 상태입니다.
이제 대선의해인 2012년이 한 달여 남은상황에서 슬슬 대선후보들이 움직일 때가 온 것입니다.
과연 어느 정치인이 최종 결선에 오를게 될까요?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에선 대권후보로 누가 뭐라 해도 박근혜 전대표가 선두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재선거 패배로 대세론이 타격을 받긴 했지만 박전대표 외엔 따로 대안이 없어 보입니다.
서울을 제외한 영남권과 충청, 그리고 강원도까지 박전대표가 지원한 선거에선 여지없이 하나라당 후보가 승리하였습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집토끼는 잘 지키지만 산토끼를 잡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지요!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말입니다.
어짜피 현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아무리 용을 써도 20대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박전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기존의 지지세력 외에 중산층을 포함한 정치혐오그룹을 어떻게 자신의 지지권 안으로 끌어 오는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반면 이번 재보선 선거의 가장 큰 수혜자는 역시 안철수 원장이라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최근 1천5백억원의 재산을 사회기부 하겠다고 발표함으로서 다시 한 번 여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는데요...
보는 관점에 따라 그 진의가 극명하게 상반되게 해석되는 알듯 모를듯한 행보를 보이는 안철수 원장다운 또 한 번의 깜짝이벤트였습니다.
그럼 과연 안원장이 내년대선에 후보로 나설까요?
정치권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 가장 궁금한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후보본인의 대통령직에 대한 강한 의지입니다.
집착에 가까울 정도의 욕심없인 그 험난한 여정을 끝가지 버텨낼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되지 못하면 난 그날로 죽는다’라는 비장함 없인 결코 오를 수 없는 자리가 청와대의 주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후보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인물들인가 하는 점입니다.
혁명적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주류가 아닌 비주류가 대권을 쥐었을 경우 얼마나 국정운영이 어려운지 우린 지난 노무현정부에서 극명하게 목격하였습니다.
하지만 고노무현 전대통령에겐 최소한 1988년 총선부터부터 생사고락을 함께한 386세대들이라도 있었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가장 큰 맞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왜 국무장관직에 임명했겠습니까?
극심한 경제파탄과 이에 실망한 미국인들에 더하여 그전 같으면 어림도 없었을 백인 중산층들까지 흑인 혼혈인 오바마에게 표를 던지는 선거 혁명적 상황에서 얼떨결에 백악관 주인이된 초선 상원의원인 그가 워싱턴 주류정치를 상대하기 위해 민주당 주류세력인 힐러리의 힘이 필요하였기 때문입니다.
고노무현 전대통령의 결정적 실수중 하나인 한나라당에 대한 연정제안도 철저한 비주류로서 현실정치에서 느낀 한계 때문에 내린 고육지책이었습니다.
그럼 안철수 원장에겐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요건이 있을까요?
사람은 겪어보지 않고선 절대 평하지 말란 말을 이번에 개인적으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누가 뭐래도 안철수 원장만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지없이 그 생각은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과연 안원장의 속내는 뭘까요?
이번 재산 사회기부로 실제적으론 정치를 시작했단 말들이 있지만, 과연 그가 어디까지 갈 준비가 되어있는지 알 수 없기에 개인적으로 참 답답합니다.
언급했듯이 실제 겪어보지 않았기에 속단을 할 순 없지만 제 생각엔 안원장의 권력에 대한 의지는 그리 커 보이지 않습니다.
짐작만 해보자면 ‘하면 다른 사람보단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목숨 걸고 할 만큼의 욕심’은 보이지 않는단 거죠!
그의 지지기반은 2-30대와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 MB를 지지했다 현 경제상황에 실망한 40대가 주류를 이룹니다.
한마디로 일반대중이 그가 가진 정치적 자산의 전부입니다.
물론 실제 정치행보를 시작하면 주변에 그의 인기에 기댄 사람들이 몰려들겠죠.
하지만 그들이 진정 얼마만큼 정치인으로서의 안철수라는 사람과 정치철학을 공유할 수 있을까요?
저의 짧은 정치적 경험으로 봐선 말 그대로 철새정치인들이 대다수 일 것입니다.
진정한 인적 네트워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게 아닙니다.
항간에서 안원장의 멘토그룹이 300여명에 이른다고 하지만, 그들은 말 그대로 조언자 수준들일 뿐입니다.
현실 정치에서 안철수라는 사람과 인간적 교감과 정치철학을 공유하면서도 진흙뻘에 뒹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습니다.
현 이명박 대통령도 사실 주변에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이명박 대세론이 형성되면서 인적네트워크가 외형을 키웠지만 그 배경엔 한나라당이라는 공룡정당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원장은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그가 기존의 양대 정당에 몸을 담는 순간 그에 대한 대중의 지지도는 바로 거품처럼 꺼져버릴 것입니다.
대선은 항상 말씀드린 것처럼 기본적으로 ‘돈과 조직’의 싸움입니다.
예전 현대의 고정주영회장이 거대한 자금력으로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정도로 한번에 세를 불렸지만 대선에선 제3후보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패배했었습니다.
그런데 돈도 조직도 없이 막연한 대중적 인기도 하나만 가지고 대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안원장이 대선에서 승리하기위해선 한나라당이든 아니면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단일후보가 된다는 충분조건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애당초 안원장의 인기는 그가 기존정치권사람이 아니었기에 형성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그가 기존 정치인들과 한통속이 된다면 그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바로 철회된다는 가설이 가능합니다.
제3세력을 만든다는 것도 제1야당인 민주당과 최소한 선거전에서만이라도 연합을 한다는 가정하에서 가능한 말입니다.
안철수 원장 자신의 대권에 대한 강한의지도 부족해 보이고 그를 위해 한 몸 던질 조직도 없다면 일단 박근혜 전대표의 대항마로선 부적합하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그다음 대안은 누구일까요?
우선 제1야당인 민주당부터 후보를 찾아보는게 순서이겠죠!
민주당내에선 손학규 당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그리고 정세균 전대표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두 번째 대권도전을 염원하고 있지만 지난 대선에서 그가 보여준 득표력을 봐선 설사 후보가 된다 해도 대선 승리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리고 정세균 전대표는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미미한 대중적 인지도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봅니다.
개인적으론 민주당내에선 손학규 대표가 가장 유력해 보이긴 하지만 그 역시 한나라당에서 당적을 바꾼 정통 민주당 성골출신이 아니라는 트라우마가 항상 그를 괴롭힐 것입니다.
안철수 원장이 정치권에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야권의 가장 참신한 대안은 문재인 변호사였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원장의 돌풍적 인기와 부산동구청장 재선거 패배로 다소 힘이 빠진 모습입니다.
게다가 아직 문변호사 자신의 선거직 출마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대권에 대한 강한 욕심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물음표를 가지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친노파를 중심으로 김두관 경남지사대안론이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김지사는 ‘리틀 노무현’이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고노무현 전대통령을 연상시킬 만한 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일변도의 영남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한 그 순간부터 차기 대권후보로서의 확실한 자리매김을 한 것입니다.
또한 문재인 변호사와는 달리 김지사는 선출직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무소속인 그가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단일 후보로 선출만 된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없진 않아 보입니다.
다만 도지사로서 1기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대선전에 뛰어들기엔 부담이 작지 않다는 것이 걸림돌입니다.
2017년 대선을 염두에 둘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 이유입니다.
결론적으로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대표의 대항마가 누가 될지 아직 섣불리 판단하긴 일러 보입니다.
다만 현재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하고 박근혜 전대표의 대세론이 흔들리고는 있지만 전쟁 같은 대선에서 야권후보가 승리하기 위해선 민주당과 진보진영, 그리고 친노세력까지 아우르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원장이 일정부분 역할을 할 텐데, 속된말로 바람잡이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그것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할 지라도 작금의 여.야 정치권 모두에게 안원장은 계륵같은 존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안철수 원장이 자당 소속이 아닌 상태에서 대선에서 승리하는 상상은 하기도 싫을 것입니다.
또한 그를 지지하는 일반국민들도 대선에서 안철수라는 한사람이 이리깨지고 저리깨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야권의 단일화 과정과 안철수 원장의 참여여부에 따라 대권대결의 양상이 크게 뒤바뀔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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