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과정에서 오세훈 전시장이 시장직을 사직하면서 곧 보궐선거가 있게 됩니다.
한나라당에선 나경원의원이 시장후보로 확정되었고, 민주당에서 박영선의원이 후보가 되어 야권시민후보인 박원순 변호사와 3일 야권통합후보 과정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특징적인 점은 서울시장선거 최초로 여야 양대 정당 후보로 여성이 선출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민주당내 경선에 또 다른 여성정치인인 추미애 의원도 참가하였죠!
그래서 여론의 초점이 되었던 세 여성정치인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우선 3일 현재 박원순변호사와 통합후보선출과정을 거치고 있는 박영선의원의 경우는 MBC의 앵커출신으로 역시 방송사 앵커출신인 정동영의원의 권유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게 됩니다.
아이러니 한 점은 이번 민주당경선에선 자신을 정치권으로 인도한 정동영의원의 대치점에 있는 손학규 당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당후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의 사무총장이 박의원에 대해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지만 좀 과할 때가 있다’라고 얼마 전 평한 적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오버한다는 것인데, 사실 박의원 참 열심히 국회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 정책위의장이기도 하면서 최근의 국무위원 국회 청문회과정에서 ‘저격수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강성이미지를 보여주었는데, 제 개인 관점에서 보면 자신이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직업정치인이 아닌 앵커출신이라는 것에 대해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지 않나 봅니다.
여의도 국회에 가보면 의원들 속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게 출신별로 서로를 대하는 온도가 다르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유신정권과 5공정권을 거치며 민주화진영에서 주요 일간지 정치부기자 출신들이 정치권에 영입되기 시작한 후 YS와 DJ 그리고 노무현 정권까지 거치며 총선이 정책대결이라기 보다는 인기투표화 되면서 법조계와 의사등 전문직출신 인사들과 방송사 앵커는 물론이고 연예인들까지 대거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으며 금배지를 달게 되었습니다.
이러다보니 ‘국회의원이라고 다 같은 국회의원이냐’며 여의도내에서 자신들 스스로 차별을 두는 현상이 생긴 걸 부정 할 수 없습니다.
이러니 방송이나 연예인출신의원들은 이 장벽을 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경쟁을 벌이는데, 이 과정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치생명이 단명하게 되고 살아남으면 민주당의 정동영의원의 경우처럼 대선후보로 까지 성장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박영선의원의 강성이미지는 아마도 이런 일련의 과정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편 박영선의원과 당내 시장후보 경선을 펼친 추미애의원은 또 다른 나름의 우여곡적을 겪으면 오늘에 이르게 됩니다.
DJ가 92년 대선 패배 후 절치부심 뒤에 ‘새정치국민회의’라는 정당을 창당하며 정계에 복귀한 후 영입한 인사들 중에 추의원도 있습니다.
사법연수원시절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는 후담과 함께 잘나가던 판사생활을 끝내고 정치권에 입문한 후 최초의 거대정당 여성 대변인으로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며 재선의원까지 승승장구하던 그녀도 시련의 시간을 맞게 됩니다.
추미애의원에겐 두 가지 치명적 트라우마가 있는데, 16대 국회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으며 소속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동계 복수노조를 가능케 한 일명 ‘추미애노조법’을 통과시킨 일과 한나라당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시 이를 찬성했다는 것입니다.
탄핵열풍으로 집권민주당은 둘로 쪼개지고 미니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에 남은 추의원은 결국 17대 선거에서 낙선하고 맙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추의원은 민주당의 당대표를 맡으며 고사 직전에 처한 당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지역구는 거의 포기하다시피하고 호남에서 삼보일배 등의 선거운동으로 혼신의 힘을 기울였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현역 국회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당선되어 다시 금배지를 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신의 소속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 보다 그 자신이 총선에서 당선되는게 우선이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추의원은 자신의 낙선을 각오하고서라도 위기에 처한 소속당을 위해 살신성인했던 것입니다.
최소한 저 개인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시점에서 추의원을 보는 제 관점이 완전히 달라 지게 됩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자리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겪었기에 금배지를 포기하고 당을 위해 헌신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 전까진 단지 당의 얼굴마담으로 영입한 케이스가 아닌가라는 의구심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보았던 게 사실입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남성우월적 속물근성을 가졌었나 봅니다.
그래서 이번 민주당 경선과정을 보며 비록 처음부터 가능성은 없었지만 기적이라도 일어나 추미애의원이 민주당 시장후보로 선출되기를 내심 기원했었습니다.
앞으로도 당내에 기반도 약한 추의원의 앞날은 그리 쉬워보이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고 안하고를 떠나 정치인 한 개인으로서 분발해주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나라당의 나경원의원 역시 추미애의원과 비슷한 시기에 당시 대선후보이자 대학과 법조계 선배였던 이회창총재의 권유로 판사복을 벗고 정계에 입문하였습니다.
이때 저의 속물근성은 또다시 나의원을 경쟁당의 잘나가는 추미애 대변인에 대항하기위해 얼굴마담으로 영입한 케이스라고 평가절하해 버리고 맙니다.
그러기에 전 항상 나경원의원과 추미애의원을 똑같은 선상에 두고 상대 평가하길 좋아합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추미애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묵묵히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생각하지만, 나경원의원은 아직은 ‘글쎄올시다’라는 걸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아직 끼고 있는 색안경을 한방에 벗어버리게 할 만한 활동을 지금까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에서 나의원이 과연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반 우려반의 시선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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