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과정에서 오세훈 전시장이 시장직을 내놓고 물러나며 시작된 보궐선거전은 뜻밖에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으로 온 나라를 한번 들었다 놓으며 박원순 이라는 새로운 시민후보를 탄생시켰습니다.
여론조사결과 50%대의 지지율을 보인 안원장이 5%대의 박변호사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하는 파격도, 그리고 그 이전에 안원장의 등장이 우리사회에 미친 파장이 워낙 크기에 과히 충격이라 할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안철수라는 한 인물의 등장에 우리사회가 왜 이리 큰 반응을 보인 걸까요?
그에 대한 답은 간단합니다.
기존정치권과 여야정당들에 대해 한국국민들이 가진 반감이 그 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에 대한 보수진영의 불만이 늘어가고 진보진영은 또 그들대로 야당인 민주당과 여타 진보정당들의 존재의미에 회의를 가지고 있던 차에 그간 깨끗하고 미래지향적인 사고관을 가지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호감도를 가지고 있던 안원장이 갑자기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여의사를 표한다고 언론에 회자되자 많은 사람이 호응을 보였고 기존정당정치 자체에 대한 불신의 표시로까지 그 열기가 분출된 결과라 하겠습니다.
솔직히 안철수 원장의 진짜 속뜻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판단이 서지 않는 상태에서 뭐라 왈가왈부하기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평소에 그에 대해 참으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저인지라 한번 집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기실 안철수원장에 대한 정치권의 러브콜은 진작부터 있어 왔습니다.
총선이 후보개인에 대한 인기투표화 되면서 여야 할 것 없이 기존정당들은 대중들에게 큰 인지도를 가진 인사라면 앞 뒤 가리지 않고 영입하기위해 노력들을 해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안원장은 단연 일 순위였는데, 참으로 우습게도 소위 ‘안풍’이라는 것이 정치권을 강타하자 기존정치권은 너도나도 안원장을 싸잡아 성토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증하겠다면 난리들을 치더군요.
자신들이 그리도 서로 영입하고 싶어 하던 인사인데 말이죠!
그들이 안원장을 비판하기 전에 했어야한 일은 왜 우리국민들이 안원장의 등장에 큰 반응을 보였는지 이해하고 자신들을 반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보수에서 진보로 다시 보수로 정권은 바뀌어도 도대체 우리사회에 대한 변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기만 하는 현실에서 기존정치의 때가 묻지 않은 참신한 새 인물에 대한 갈망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가뜩이나 사회계층간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고 젊은 층의 취업난이 극도로 힘든 작금의 상황에 절망하던 20대에서 40대까지의 국민들은 안원장의 등장에 환호했고 이제는 강력한 대권후보로까지 회자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최근 전개된 일련의 정치적 현상은 처음부터 뭔가 이해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여론지지율 50%를 기록한 안철수원장이 박원순변호사와 한번 회동한 뒤 일말의 미련도 없이 선거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원장이 정말 선거에 참여할 의사가 처음부터 있었는지 아니면 본의 아니게 여론에 의해 진행된 상황에 휘둘린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도 쉽게 선거참여를 포기할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말을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안원장이 보궐선거정국의 한복판에 서게 된 시초가된 것으로 보이는 모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국회의원 한 사람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서울시장이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은 많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말에도 전 찬성하기 힘듭니다.
국회의원 개개인은 넓은 의미에서 각각의 독립된 국가기관입니다.
전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법률안을 발의 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국회의원의 본질적 의무인 입법활동과 행정부 감시보단 자리보전과 줄서기에 더 큰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지 제대로 일을 하고자한다면 얼마든지 우리사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에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장이 국회의원보다 자신의 의지대로 시정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안원장은 말했는데, 서울시장이라는 자리가 자신이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시정을 이끌 수 있을까요?
오세훈 전시장이 왜 시장직을 내놓고 물러났습니까?
한나라당 소속인 오전시장과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와의 학교무상급식문제에 대한 마찰이 그 시초입니다.
또한 서울시장은 자치단체장중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석합니다.
그냥 국무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서울시장직이 중요하다는 것을 넘어 그만큼 현정권과 청와대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입니다.
대한민국 국부의 삼분의 이와 전체인구의 사분의 일이 집중되어있는 서울시장자리가 시장자신만의 의지대로 시정운영이 가능하다라는 생각부터 순진한 것입니다.
이제 소위 ‘안풍’으로 대변되는 현재의 정치권 현상의 본질을 제대로 집어보고자 합니다.
아직 안철수원장은 자신의 정치적 철학이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무엇인지 명확히 국민들에게 전달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막연히 기존정치권에 느끼는 반감의 반대급부로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의 그에게 새로운 내일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안철수라는 개인은 이제 더 이상 나 홀로 ‘마이웨이’를 외치며 팔짱을 끼고 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원했던 원치 않았던 한국정치의 한복판에서 그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면 이제 그에 대한 많은 국민들의 기대감에 명확히 실체가 보이는 자신만의 정치가 그리고 미래의 한국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2002년과 2007년 대선에서 두 번의 희망과 좌절을 경험했습니다.
노무현에게서 기존의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개혁을 기대했고, 이명박에게선 힘든 경제적 현실을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인 그가 해결해 줄 거라 믿었습니다.
오늘 우리국민들은 이전에 그랬듯 안철수에게서 새로운 대안을 찾고 싶어하는듯합니다.
문제는 대한민국은 의회민주주의 체제라는 것입니다.
기존의 여야정당들에 대한 염증의 결과로 ‘안풍’이 불기 시작했지만 안원장이 실제 정치적 행보를 하기 위해선 다시금 정당정치 안으로 들어 올수밖에 없는 역설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2002년 대선에서 초기 불가능해 보일 것 같던 노무현의 대선 승리가 가능했던 원인 중 무시할 수없는 것이 그가 집권당이었던 민주당 후보였기 때문입니다.
대선은 그야말로 조직과 돈의 전쟁입니다.
안원장이 홀로 국회의원선거에선 좁은 지역구에서 바람하나로 승리 할 순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언론에서 떠들고 있듯이 그가 만약 대선까지 간다면 결국 정당정치틀 안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박원순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결국 마지막에 민주당의 조직이 힘을 발휘해 주어야만 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또다시 정당이 문제인 것입니다.
그런데 일각에서 떠드는 것처럼 안원장을 중심으로 참신한 인사들로 새로운 당을 만든다구요?
그렇다면 그 당에 누가 들어오고 누가 참여하게 됩니까?
대한민국에 안철수 같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의심쩍습니다.
정말 대한민국의 정치 판도를 바꿀 만큼의 새롭고 참신한 인사들이 많다면 지금까지 그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습니까?
극단적인 양극화와 경제불황 속에서 일반서민들이 허덕이고 있을 때 무엇을 하고 있다 안철수원장을 앞세우고 이제야 정치판에 나선다는 말입니까?
그들이 정치세력화 한다면 분명 기존정치인들과 정당들을 싸잡아 비판하겠지요.
하지만 기존 정치인들이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땐 침묵하던 그들이 이제와 누굴 비판한다는 것인가요?
한마디로 새 인물들이란 것도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말입니다.
대한민국을 바꿀만한 세력이 진정 수면 밑에 잠재해 있었다면 그들은 그동안의 현실상황에 대해 그들이 당연히 했어야할 일들에 대한 직무유기를 한 것입니다.
수구세력은 이승만정권부터 지금까지 민주화세력의 한축인 YS진영까지 더해가며 한나라당으로 계속 명맥을 이어오고 있고, 민주세력의 또 다른 한축인 DJ진영과 386과 486등으로 대변되는 운동권세력의 복합체인 현재의 민주당은 분당과 합당의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충청도지역당인 자유선진당에 이제는 존재감마저 위협 받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국민참여당까지 있네요!
이 좁은 한국땅 안에서 가능한 정치세력들은 이미 충분히 쪼개져 있습니다.
여기에 안철수라는 개인을 앞세우고 제3의 세력들이 모여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진다... 과연 그들이 얼마만큼 대한민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기존 정당들에 대한 실망감과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갈망사이의 현실적 괴리를 안철수라는 한 개인이 과연 얼마만큼 채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론적으로 이야기해서 이번 ‘안풍’의 근본바탕엔 소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부작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모순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경제적 신자유주의가 가져오는 결과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일련의 사회정책으로 제어하고자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부자 감세, 4대강 사업 등 신자유주의적, 개발주의적 정책에 매진함으로써 사회적 긴장 및 갈등을 한층 높여 왔다고 봅니다.
이런 결과로 사회계층간 생활수준 격차는 더 커졌고 ‘경제’라는 단 한단어로 역대 최고의 득표수로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정권이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IMF사태때 못지않고 청년 실업률 또한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적 대안과 어려운 현실의 탈출구를 갈망했고 안철수원장이 때마쳐 나타나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이제 안철수 원장은 더 이상 피상적 이미지의 사회적 아이콘에서 벗어나 정글의법칙이 존재하는 현실정치의 전쟁판에서 스스로 자신의 색깔과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당사자가 원했던 그렇지 않았던 간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그자신이 한발을 들여놓은 그 순간부터 정치권의 한 부분으로써 져야할 책임감이 생긴 것입니다.
이제는 적당히 언저리에서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을 잡고 있어선 않됩니다.
정치를 할 것이라면 본인의 모든 걸 바쳐서 제대로 해야 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전 국민들에게 죽어도 정치는 안하겠다는 공식적 언급이 필요합니다.
한나라당에는 지난 2004년 총선에서 탄핵열풍으로 고사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구해내고 40번의 크고 작은 선거에서 자당 후보들을 당선으로 이끌어 ‘선거의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박근혜라는 대선후보가 있습니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은 지지율을 보인 박전대표에 대해 하루아침에 가장 강력한 맞수로 등장한 안원장은 제대로 자신을 까발리고 국민들에게 내한몸 바칠 각오가 되어있다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원장 한사람으로 인해 우리한국의 정당 정치와 민주당 손학규대표등 지난 수년간 각자의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어필하기위해 노력해온 잠재적 대선후보들은 하루아침에 바보가 되어 버렸습니다.
한국정치가 한편의 코미디가 아닌 나름의 질서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생명체라는 걸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안원장은 자신의 포지션을 확실히 해 주어야합니다.
지금 불고 있는 ‘안풍’은 자칫 한국정치의 수준을 한 단계 다운그레이드 시킬 수도 있는 무서운 바람입니다.
그간 안철수라는 사람에 대해 큰 호감과 신뢰를 가지고 있던 한 사람으로서 그에 대한 저의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흔한말로 공인의 한사람으로써 명확한 행보를 부탁하는 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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