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진행된 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오전 9시28분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는 것으로 정상회담 공식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MDL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문 대통령에게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다가간 김 위원장은 "반갑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고, 문 대통령은 "오시는 데 힘들지 않았습니까"라는 말로 김 위원장을 반겼습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말을 이어받아 "정말 마음의 설렘이 그치지 않고요, 이렇게 역사적인 장소에서 만나니까, 또 대통령께서 (군사)분계선까지 나와서 맞이해준 데 대해서 정말 감동적입니다"라며 각별한 감사의 뜻을 표시했습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여기까지 온 것은 위원장님의 아주 큰 용단이었습니다"라고 화답했습니다. 북측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남측을 방문한 데 대한 평가였습니다.
문 대통령과의 짧은 대화 후 남쪽 땅을 밟은 김 위원장은 화동에게 환영 꽃다발을 받고 국군의장대를 사열했습니다. 남북 수행원들과의 인사까지 마친 남북 정상은 오전 10시15분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 함께 입장했습니다. 예정보다 회담이 15분가량 앞당겨진 것입니다. 오전 정상회담은 약 100분간 진행됐습니다. 두 정상은 오전 11시55분쯤 오전 회담을 마무리하고 개별 오찬에 들어갔습니다. 김 위원장은 11시57분쯤 평화의집을 나와 검정색 벤츠 차량을 타고 잠시 다시 북측으로 돌아갔습니다.
이후 이어진 오후 일정은 공동 식수 행사로 시작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오후 4시27분 무렵 검정색 벤츠를 타고 MDL 인근 식수 장소를 찾았습니다. 김 위원장보다 2분 먼저 식수 장소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차에서 내린 김 위원장을 반갑게 맞았습니다. 1953년산 소나무를 함께 심으면서 문 대통령은 “소나무를 심은 것이 아니라 평화와 번영을 심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동식수행사는 두 정상과 양측 수행원들의 기념촬영으로 오후 4시35분쯤 마무리됐습니다.
다음은 ‘도보다리’ 산책이 이어졌습니다. 공동식수를 마친 두 정상은 곧장 MDL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함께 걸으며 담소를 나눴습니다. 표식물 앞에 도착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오후 4시42분쯤 벤치에 도착해 단둘이 앉아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벤치 회담’은 30분 뒤인 오후 5시12분까지 계속됐습니다. 오후 5시부터 30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던 ‘단독회담’ 일정이 사실상 벤치에서 이뤄진 셈입니다. 두 정상은 오후 5시18분 무렵에야 평화의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예상보다 ‘벤치 회담’이 길어지면서 판문점 선언 발표도 늦어졌습니다. 애초 남북 정상은 오후 5시40분 평화의집 1층 로비에서 판문점 선언 서명식을 하고, 공동 발표하려 했지만 실제 발표는 오후 6시2분쯤 이뤄졌습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차례로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역사적인 이런 자리에서 기대하는 분도 많고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발표돼도, 그게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오히려 이런 만남을 갖고도 좋은 결과에 기대를 품었던 분들에게 더 낙심을 주지 않겠나"라고 반문하며, 회담 합의 이행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면서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정기적 회담과 직통전화로 수시로 논의하겠다"고 말해 앞으로 ‘판문점 선언’의 이행상황을 남북 정상이 직접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다음 일정인 만찬을 앞두고는 김정숙 여사와 이설주 여사가 차례로 판문점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오후 5시53분쯤 김 여사가 먼저 평화의집을 찾았고 만찬을 20여분 앞둔 오후 6시18분쯤 분홍색 치마 정장을 차려입은 이 여사가 도착했습니다. 김 여사는 웃으며 걸어 나와 이 여사를 환영했습니다. 오후 6시40분쯤 시작된 만찬은 2시간 넘게 이어졌습니다. 문 대통령이 “한 가마 밥을 먹으며 함께 번영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환영사를 하자, 김 위원장도 “이 역사적인 상봉과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 북과 남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화답했습니다. 환영 만찬을 마친 뒤에는 김 위원장 부부를 위한 별도의 환송 행사 ‘하나의 봄’이 이어졌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친 뒤 김 위원장 부부는 차를 타고 오후 9시27분 MDL을 넘어 다시 북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을 위한 11시간58분의 방남 일정 중 개별 오찬을 제외한 7시간30분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보냈습니다. 함께 진행한 행사만 10개였고, 악수를 하며 기념사진을 찍은 것만 해도 수십 차례였습니다.
이처럼 좋은 분위기에서 마무리된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는 판문점 선언으로 나타났습니다. 남북 정상이 27일 공동 발표한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직접 명시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2000년 6·15공동선언에서는 핵 문제를 넣지 못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 간의 2007년 10·4정상선언에서는 “남과 북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표현으로 비핵화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청와대는 “10·4선언보다 진전된 것이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남북 정상의 합의문에 ‘비핵화’ 문구 자체를 처음 명시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판문점 선언’은 차기 정상회담 일정에 대해서도 ‘올해 가을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 비교적 구체적으로 못을 박았습니다. 과거 정상회담에서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대해 2000년에는 ‘적절한 시기’로, 참여정부 임기 말이었던 2007년에는 ‘정상이 수시로 만나 협의’ 정도로 두리뭉술하게 표현했을 뿐이었습니다. 총리회담 정도의 개최 약속만 있었지만 그마저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비해 이번 정상회담은 임기 초 열리는 만큼 문 대통령의 올가을 평양 방문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 합의가 이행되면 한 해에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핫라인까지 어우러지며 양 정상간 긴밀한 소통채널을 갖추게 돼 정상이 직접 챙기는 남북관계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번 ‘판문점 선언’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2007년 10·4정상선언의 ‘업그레이드판’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 두 정상은 이번 선언에서 ‘남북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 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고 약속했습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수역 조성은 2007년 선언의 ‘동어로수역 지정과 평화수역 조성’을,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은 ‘개성~신의주 철도 및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추진’과 맥을 같이합니다.
또한 ‘판문점 선언’에서 종전 선언 합의를 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2007년 정상선언의 4항을 보다 진전시킨 것입니다.
정상회담의 단골 의제인 이산가족 상봉도 이번 ‘판문점 선언’에 포함됐습니다. 2000년 6·15공동선언 때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은 같은 해 8·15 광복절을 계기로 역사적인 1차 이산가족 상봉이 서울과 평양에서 성사됐습니다. 2007년 10·4정상선언 때는 영상편지 교환 사업 등의 추진을 약속했고, 같은 해 10월 17~22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습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한 두 정상간의 '판문점 선언'과 관련해 트위터에 글을 올려 "한국전쟁이 끝날 것이다!"라며 "미국과 모든 위대한 미국인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매우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5월∼6월 초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비핵화와 관련해 남북정상회담에서 원칙적 합의가 이뤄진 데 이어 구체성이 담긴 비핵화 로드맵이 만들어질지 주목됩니다.
한반도는 이번 정상회담을 필두로 5월 한미정상회담→5월∼6월 초 북미정상회담→6월 북중정상회담을 이어가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분주한 외교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한 뒤 남·북·미에 중국을 더해 종전선언을 완성하는 빅 피처(Big Picture)의 윤곽이 드러난 것입니다. 중국 고위관계자는 최근 베이징특파원 출신 한국 언론인들과 만나 남·북·미 간 어떤 형식의 대화든 환영하지만 종전선언은 중국의 참여가 필수적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종전선언 이후의 한반도 평화체제에는 관련 당사국인 러시아와 일본의 참여도 가능할 전망입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그동안 판도라의 상자로 여겨졌던 만큼 향후 추진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 등 여러 현안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단 주한미군의 경우 북한이나 중국이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다만 한반도 정전체제를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의 경우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지위와 역할에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아니 올 초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 고조된 위기감으로 ‘한반도 위기설’까지 설왕설래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북한 두 정상은 27일 ‘판문점 선언’이라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이제 실천적 이행이 남았습니다. 만약 한반도에 평화를 심겠다는 양 정상의 의지가 공고하다면 못 할일도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여러 일들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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