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출마와 관련 설왕설래가 오갔던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가 오늘 공식화 되었습니다. 안 위원장은 4일 오전 10시30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개최한 서울시장 출마선언식에서 "저는 진짜의 시대, 혁신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한 가지 분명한 약속을 드린다. 위선과 무능이 판치는 세상을 서울시에서부터 혁파하겠다"고 밝히며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그는 "7년 전 가을, 저 안철수에게서 희망을 찾고 싶어 하셨던 서울시민의 열망에도 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 죄송스러운 마음까지 되새기고, 사과드린다. 다시 시작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로써 6·13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는 1995년 이후 23년 만에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현시장과 박영선·우상호 후보들 중 한명, 자유한국당후보로 확실시 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 그리고 안 위원장간의 여야 3파전 구도로 진행되게 됐습니다. 안 위원장은 이미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한 빌딩에 4개 층 규모의 캠프 사무실을 마련했으며, 바른미래당 내에서도 친안계 의원 일부가 보좌진을 차출해 정책 지원을 해왔습니다.
안 위원장의 이날 출마선언으로 여당 독주 양상이던 지방선거 구도에는 어느 정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지난 2011년 당시 지지율 50%대였던 안 위원장으로부터 후보직을 양보 받았던 만큼 안 위원장의 출마가 민감한 이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 안 위원장은 박 시장 캠프와 도보로 불과 2분 거리에 선거캠프를 꾸리며 만만찮은 승부를 예고하는 모습입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박영선·우상호 의원 역시 '양보 프레임'을 활용해 박 시장을 상대로 경선 여론전을 펴는 등 안 위원장 출마는 여당 내부에도 적잖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바른미래당 내부적으로도 안 위원장의 출마는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6·13 지방선거가 바른미래당 창당 후 치르는 첫 선거인만큼,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얼마나 표를 끌어 모으는가에 따라 당의 정치적 입지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안 위원장이 서울시장에 당선되거나 간발의 차이로 2위를 기록할 경우 바른미래당은 비록 의석수는 30석에 불과하지만 대안야당으로서 적잖은 무게감을 갖게 됩니다. 안 위원장 스스로도 대선 주자로서 가능성을 재확인하게 됨은 물론입니다.
반면 안 위원장이 변변찮은 득표율을 보일 경우 사실상 국민의당 안철수와 바른정당 유승민이라는 각 당의 '인물'을 내세워 창당한 바른미래당의 입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바른미래당이 광역단체장 후보 구인난을 겪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사태는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온전히 안 위원장의 개인 브랜드만으로 이번 선거를 치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지지율을 보였던 안 위원장도 대선과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을 거치며 정치적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여기에 상처를 감수하고 창당한 바른미래당의 지지율도 아직까지 초라한 수준입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6~30일 전국 성인 2502명을 상대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전국 6.8%, 서울에서 6.0%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은 전국 51.3%, 서울에서 57.4%로 여전히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입니다(지난 2일 발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http://www.nesdc.go.kr). 안 위원장이 오로지 개인기만으로 넘어서기엔 지지율 격차가 상당한 것입니다.
한편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안 위원장은 전일이었던 3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부산시당 개편대회 축하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내일(4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서울에서 승리의 바람을 일으키겠다,” “부산 당원들도 힘을 모아 남풍을 불러일으키고, 우리의 바람으로 반드시 선거 혁명을 이루자”고 말했습니다. 당초 그는 다음날 출마 선언을 앞두고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행사에 직접 참석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행사 시작 1시간여 전 기자들에게 돌연 참석 취소를 통보했습니다.
안 위원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도 있다”면서 “견제 세력이 없으니 시민께 쓰여야 할 소중한 혈세가 줄줄 새고, 시정은 소수 기득권자의 것으로 전락하고 마는 게 바로 지금 부산의 참혹한 모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어 “우리 당이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 대안 야당으로 거듭나서 권력을 견제하고, 이념과 지역을 떠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부산도 발전하고 우리도 대안 야당으로 우뚝 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안 위원장은 “부산시 기초의회는 4인 선거구 7개를 2인 선거구 14개로 쪼개버렸다”면서 “자기들(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이익집단으로 만들어 버린 것으로, 이는 기득권 정치의 구태”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도전은 안 위원장에게 기회이자 리스크입니다. 그는 이번 출마로 선당후사라는 명분을 챙겼습니다. 지방선거 후 당 지도부를 향해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가운데 안 위원장이 출마를 선택하면서 ‘희생’ 부분을 높게 평가받을 전망입니다. 지더라도 그에게 돌아올 수 있는 이득인 셈입니다. 선거 패배의 완충역할이 충분해졌다는 평가입니다. 안 위원장은 특히 호남과 영남 지역 기반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거대 양당의 기득권 타파를 줄기차게 외쳐왔습니다. 때문에 그의 출마는 이런 안 위원장 생각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물론 향후 대선을 생각하면 서울시장 출마는 안 위원장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선되면 그의 앞길에는 꽃길이 펼쳐집니다. 사실 현재 문재인 대통령 지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가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당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으로 미뤄, 이번 선거 결과가 큰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어찌보면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당선 가능성이 낮은 것도 아닙니다. 2011년 50% 지지율에도 후보자리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양보했고, 국민의당 창당 후 총선에서 녹색돌풍을 일으켰습니다. 또 위기 때마다 정계개편을 시도하며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특히 박원순 시장과 대결구도에선 안 위원장이 7년 전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한 과거 사례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안 위원장 측이 해당 사례를 먼저 꺼내 선거 운동용 카드로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박 시장 측이 안 위원장을 상대로 네거티브 선거전략을 펼치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민주당 박영선·우상호 예비후보들이 ‘안철수 마케팅’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유리한 점으로 꼽합니다. 자유한국당은 고심 끝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카드로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유권자들에게 신선함을 주기보다는 경력이 많은 정치 원로 이미지가 더욱 강합니다. 박원순 시장의 3선에 대한 피로감을 갖는 유권자, 보수의 대안을 찾는 부동층이 안 위원장을 지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안철수 위원장은 참으로 롤러코스트 같은 인생역정을 걸어온 사람입니다. 그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이자, 국내 최초로 컴퓨터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안티 바이러스 V3-를 개발하고 이를 백신으로 불리게 만든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그래머였습니다. 이후 IT기업 안랩(안철수연구소)을 만들어 대주주가 되었고,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에서 교수로 재직했다가 18대 대선을 앞두고 정계 입문, 이후 재선 국회의원을 거치며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습니다.
이처럼 안 위원장은 이력이 화려한 사람입니다. 서울대 의대 출신 의사, 국내 최초로 백신을 개발한 프로그래머, 성공한 벤처기업가, 카이스트, 서울대 교수를 지냈고, 지금은 국회의원과 당대표 그리고 대선후보를 거친 정치인입니다. 정치인이 되기 이전까지도 다양한 이력을 보유하고 그 모두를 성공하며 많은 커리어와 업적을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큰 신뢰와 인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본격 정치인이 된 이후에는 그의 지난 인생역정에서 가장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는 통합과정을 거쳐 김한길 전 대표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 당대표로써 지난 제6회 지방선거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고 2014년 재보궐선거에서 최악의 참패를 당한 뒤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이후 2015년 2.8 전당대회로 시작된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당지도부와의 불협화음으로 당내갈등을 지속하다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습니다.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을 포함한 절망적인 일여다야구도에서 국민의당을 이끌고, 서울 노원구 병에서 5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된 것도 모자라, 비례 득표율로 더민주를 이기고 38석이라는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후 리베이트 파문으로 당대표 직에서 사퇴했으나 무혐의로 결론이 나고, 19대 대선 경선에서 한때 돌풍을 일으킨 뒤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3위로 낙선했습니다.
그러나 대선 패배 이후 당을 재건하겠다는 명분으로 국민의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였으며 2017년 8월 27일, 국민의당 당대표로 51.08%의 득표율로 과반을 넘기며 결선투표 없이 당선되었습니다. 그리고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대비하여 유승민 의원이 이끄는 바른정당과 연대 논의를 시작했으며, 이는 합당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당내의 찬반이 갈렸으나 이를 무릅쓰고 분당 사태까지 겪으며 합당을 밀어부쳤고, 결과적으로 바른미래당을 창당하기에 이릅니다. 과연 안철수 의원장이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의 박원순 현 시장(혹은 박영선이나 우상호 후보)과 한국당의 김문수 전 지사를 제치고 서울시장직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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