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더’가 강렬한 첫 방송을 시작으로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울렸습니다. 배우 이보영과 아역 허율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전개와 감성을 자극하는 연출이 ‘마더’를 풍성하게 채워 ‘웰메이드 드라마’의 탄생을 알렸다는 평입니다. 지난달 25일 첫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마더’(연출 김철규/ 극본 정서경/ 제작 스튜디오드래곤)는 초등학교 임시교사로 부임한 수진(이보영 분)과 가정에서 방치 당하는 아이 혜나(허율 분)가 가짜 모녀가 되기까지 과정이 그려졌습니다. 특히 가정에서 학교까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장소에서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던 혜나가 결국 쓰레기봉투에 버려지고 이를 발견한 수진이 오열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눈물 짖게 만들었습니다. 첫 날 방송에서 수진은 오로지 새 연구에만 몰두하며 외톨이 삶을 고수하지만 연구실 폐쇄로 인해 한 초등학교의 과학 전담 교사로 부임하게 됩니다. 그 곳에서 자신의 아픔조차 스스로 말하지 않고 그저 씩 웃어 보이는 혜나와의 첫 만남이 이뤄집니다. 수진은 영양실조로 인해 양호실에 누워있는 가운데서도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요”라고 덤덤히 말하는 혜나의 모습에 가슴 아프지만 외면해버립니다. 그 사이 한밤중에도 홀로 돌아다니는 혜나는 안락해야만 하는 가정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친엄마 자영(고성희 분)에게 보살핌 받지 못하면서 자영의 동거남 설악(손석구 분)이 지독하게 혜나를 괴롭히고 있던 것입니다. 그는 겁에 잔뜩 질린 혜나에게 “울면 넌 죽는거야. 눈물 떨어지면 넌 죽는 거야”라며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악랄함으로 그녀를 공포에 떨게 했습니다. 결국 그날 밤 혜나는 쓰레기봉투에 담겨 집 밖으로 버려지고 이를 발견한 수진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멍과 눈물자국으로 얼룩진 혜나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수진은 그녀의 몸에 새겨진 상처를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혜나의 상처를 기록으로 남기는 수진은 급기야 “미안하다”며 흐느껴 울었고 그녀의 눈물은 시청자들도 함께 오열하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아픈 몸을 이끌고 수진과 함께 철새를 바라보며 “왜 아이는 엄마가 없이 살 수 없어요? 엄마가 나를 쓰레기통에 버렸어요”라고 울부짖는 혜나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수진은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혜나를 따뜻하게 껴안으며 “이제 니가 버리는 거야, 엄마를. 할 수 있겠니?”라고 굳은 결심을 드러냈고 먼 여정을 떠나려는 수진-혜나 모습은 앞으로 펼쳐질 두 사람의 가슴 시린 여정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습니다. 이 날 방송에서는 특히 버려진 혜나를 발견하고 그녀의 가짜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 이보영의 가슴 절절한 눈물 연기가 압권이었다는 평입니다. 차가운 선생님의 눈빛은 한 아이와의 만남과 그녀의 상처를 통해 모든 것을 감싸 안겠다는 의지의 눈빛으로 변화합니다. 이와 함께 이보영의 절절한 눈물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한 순간도 눈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정서경 작가의 담담하면서도 애절한 필력과 김철규 감독의 감성적인 연출이 만나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극 전반에 걸쳐 섬세하게 감정을 완급 조절하면서 수진이 혜나를 품는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모든 감정을 터뜨리게 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폭발시켰습니다. 이에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 수진-혜나의 가슴 시린 여정이 어떻게 펼쳐질지 향후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습니다. ‘마더’는 첫 회 방송에서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 평균 시청률 3.0%, 최고 시청률 3.6%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습니다(닐슨코리아 / 유료플랫폼 / 전국 기준). 하지만 이후 시청률은 소폭 하락하고 있습니다. 1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방송된 3회분은 전국 유료방송 가구 기준 2.5%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 2회가 기록한 3.5% 보다 1.0%P 하락한 수치입니다. 1회가 기록한 3.0%보다도 0.5%P 가량 낮은 시청률입니다. 3회 만에 웰메이드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아쉬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마더'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바이지만, 사실 ‘마더’는 원작이 일본 드라마입니다. 일본 드라마 '마더'가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시청자들은 다소 걱정을 했습니다. 원작 '마더'가 도쿄 드라마 어워드 4관왕을 석권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출연당시 일본 최고의 아역배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연기 천재'라 불리였던 아시다 마나를 뛰어넘는 연기력을 지닌 아역을 찾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습니다. 하지만 첫 방송 후 걱정은 기대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우선, 아역배우 답지 않은 허율의 연기력은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원작에 충실한 정서경의 각색도 원작 팬들의 걱정을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한국판 '마더'는 거의 차이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원작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학급에서 키우는 오리가 죽자 함께 편지를 쓰는 도입부, 학대받는 아이가 햄스터를 키우는 설정, 선생님과 함께 철새를 보러 가는 장면 등 첫 방송을 구성하는 주요 서사들도 원작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혜나와 수진이 감정적 교류를 쌓아나가는 과정도 매우 유사했습니다. 원작에서 레나(이시다 마나)가 '멜론 소다'를 사 먹었다면, 한국판 '마더'에서는 단팥빵으로 바뀌는 등 소품들만 한국적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아동 폭력'을 다루는 방식은 달랐습니다. 원작에서는 레나가 당하는 폭력은 화면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레나의 몸에 남겨진 상처와 어두운 분위기를 통해 아이가 학대당하고 있음을 암시했을 뿐입니다. 반면, 한국판 '마더'에서는 직접적인 신체적 폭력은 물론, 간접적인 언어폭력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설악이 혜나를 협박하면서 머리채를 잡아끄는 장면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나타났습니다. 이에 '마더'의 폭력 묘사에 대한 수위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특히 설악이 혜나가 키우던 햄스터 찡이를 죽였던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혜나의 목을 조르는 모습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 장면에서 설악은 혜나에게 "찡이를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려줄까? 이렇게 콱 조르니까 눈이 새우눈처럼 불거지더니, 안에서부터 팍하고 터지더라"는 잔혹한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습니다. 잔혹한 설정에 여과 없이 노출돼 있는 아역 배우 허율을 향한 시청자의 걱정도 커졌습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아역 배우 심리치료 병행이 필수적인 듯", "아이가 너무 충격받지 않을까 걱정돼요" 등 폭력적인 장면을 보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른 쪽에서는 "끔찍하다고 해서 외면하면 안 되는 현실이다", "현실이 더 잔혹하다"라며 사실적인 묘사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이에 제작사 측은 허율의 정신건강을 위해 지속적인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드라마내 폭력성이 논란이 되며 역으로 '마더'가 아동학대의 처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도 있습니다. 드라마의 주제와 관련해 실제로도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주연배우 이보영은 지난달 18일 서울 논현동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제가 애기를 낳고 보니까 한 1년 넘게 아이 학대하는 기사만 눈에 많이 띄었다. 이 작품을 선택할 때에도 그런 뉴스가 끊임없이 나와서 마음이 훅 하며 선택하게 됐다. ‘이런 이야기는 해야하지 않나. 이런 메시지를 통해서 더 관심 갖게 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때 이 작품을 만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뭔가의 책임감으로 선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보영은 또한 “드라마를 보는 내내, 보기 힘든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우리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면 좋겠다”며 시청자들의 애정 어린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아프지만 결국은 보듬는 이야기가 될 ‘마더’는 일본 인기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해 원작이 주는 힘을 비롯해 tvN ‘시카고 타자기’와 KBS2 ‘공항 가는 길’ 등의 김철규 PD의 완성도 높은 연출력도 ‘마더’의 작품성에 기대를 걸게 합니다. 또한, 그런 ‘마더’라면 이보영이라는 배우로 하여금 안방팬들에게 또 한번 신임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이보영은 ‘모종의 일’과 관련해 최근 악플러들을 상대로 강경대응 한다는 입장을 소속사를 통해서 밝히면서 뜻밖의 논란에 휩싸이는 해프닝으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하지만 ‘마더’를 통해서 이보영이 논란을 털어내고 온전히 연기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비록 시청률은 소폭 하락하고 있지만 시청자의 호평 속에 출발한 '마더'가 마지막까지 사회적 문제를 진중하게 다루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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