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남과 북이 지난 9일 판문점 고위급회담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2일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북한의 장웅 IOC 위원 역시 스위스 로잔 방문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국내 취재진에게 "여자팀 단일팀 구성 문제를 IOC에서 고려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난 12일 미국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이 소식을 접하며 크게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지난 수년간 평창동계올림픽만 보고 달려온 대표팀 중 일부가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단일팀에 대한 국내 일반 여론 역시 현재로선 싸늘한 편입니다. 물론 단일팀 구성은 남북 화해무드 조성에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면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이어 27년 만에 세 번째 단일팀이 출범하게 됩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처럼 국제 종합대회에선 사상 처음입니다. ‘평화올림픽’이라는 상징성을 부각시키고 대회 흥행을 이끄는 데 손색이 없는 카드인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적인 대의를 명분으로 국내 선수들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새러 머리(30·캐나다)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학교와 실업 리그를 통틀어 정규 팀이 하나도 없는 국내 아이스하키 환경에서 구성됐습니다. 피아노 전공 음대생, 의대생 등 다양한 이력의 선수들이 뛰는 상황에도 지난해 4월 세계선수권 디비전 1그룹 B(3부 리그)에 사상 처음 승격하는 ‘동화’를 썼습니다. 이는 2014년 머리 감독 부임 이후 다져진 끈끈한 조직력 덕분입니다. 만약 단일팀이 만들어질 경우 북한은 5명 이상의 선수를 보낼 것으로 예상돼 조직력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문체부의 노 차관은 국내 선수들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엔트리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 해도 올림픽 출전의 꿈만 바라보며 달려온 몇 명은 북한 선수에 밀려 벤치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대표팀의 올림픽 예선 1차전은 오는 2월 10일 스위스전입니다. 북한 선수들이 국내에 오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합을 맞출 기간은 열흘 남짓에 불과한 것입니다. 사실상 성적은 포기하라는 얘기입니다. 무엇보다 정부는 아이스하키협회 및 선수들에게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고 일방통행으로 단일팀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다분히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외면하는 처사입니다.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여자 아이스하키의 메달 가능성이 낮지 않나. 어차피 성적을 기대할 수 없어 정치적 도구로 쓰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재 단일팀에 대한 일반 여론은 싸늘한 편입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 움직임과는 달리 일반의 시각과는 온도 차이가 큰 것입니다. 현재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선 단일팀 반대 댓글이 찬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특이한 건 문재인 대통령 지지가 압도적인 20~30대 젊은 층이 더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12~13일 이틀간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단일팀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단 네티즌의 60% 가까이가 20~30대였는데, 이들 대부분이 반대 입장이었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은 "지난 대선 때 이 정부에 한 표를 찍었지만,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의도는 좋을지 몰라도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젊은 네티즌들은 북한의 '무임승차'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습니다. 한 네티즌은 "하루하루 올림픽 생각하면서 4년 넘게 준비해 온 선수들 생각은 안 하느냐"며 "실력도 안 되는 북한 선수 몇 끼워 넣으면 우리 어린 선수들의 기회가 박탈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다른 네티즌들은 북한이 우리보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수능 며칠 전 공부 못하는 이웃집 애랑 국·영·수 정리하라는 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고, "올림픽이 아니라 남북한 동계체전"이라고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이 어려움 속에서 운동하는 여자 아이스하키팀과 자신들을 동일한 처지로 받아들인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한덕현 중앙대 의대 교수(스포츠 정신건강의학)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젊은 층은 불공정한 시스템 때문에 자신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며 "열심히 노력하고도 부당하게 자리를 빼앗기는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동년배 선수들에게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취업 준비생인 강수민(24)씨는 "여자 대표팀 입장에서는 북한 선수의 합류가 '낙하산 특혜'나 다름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남북이 하나 되는 모습에 대한 일종의 환상을 갖고 있을지 몰라도 젊은 층은 실리를 따지는 실용주의적 성격이 강하다"며 "북한을 같은 민족보다는 '다른 나라'로 보기 때문에 우리 올림픽에 그들이 편승하는 모습에 강한 거부감을 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젊은 층은 천안함 폭침과 발목지뢰 사건 등으로 동년배들을 희생시킨 북한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성급하게 일을 추진한 것도 반발을 산 것으로 보입니다. 정근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은 "남북 단일팀을 하려면 절차가 투명해야 하고, 전력이 좋아지고, 평화통일에 기여해야 한다는 세 가지 요소가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절차와 전력 요인을 무시했다는 점에서도 젊은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국내 선수들을 볼모로 잡은 단일팀이 과연 우애와 공정성을 내건 스포츠정신, 올림픽정신에 부합할는지 솔직히 의문이 듭니다. 북한은 얼마 전까지 핵실험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흔들어 왔습니다. 그런 북한이 그동안 자신들의 행동과는 정반대의 유화적 제스처를 해 왔습니다. 과연 이것이 의미 있는 변화의 모습일까요? 우리는 그동안 북한의 손바닥 뒤집는 듯한 일관성 없는 행동들을 수업이 거듭해 봐왔습니다. 이번 역시 올림픽을 앞두고 잠깐 부드러운 제스처를 취하는 것뿐일 것입니다. 조금 거칠게 말해 쇼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남북단일팀은 수년간 고생해온 우리 여자 아이스하키선수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일반 대중의 반응이 싸늘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편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여부는 오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재하는 남북 간 회의를 통해 최종 결론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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