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

중국 경호원 국빈방문 문 대통령 동행 취재 한국기자 집단폭행

Chris7 2017. 12. 15. 12:00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취재하던 한국 기자들이 중국인 경호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 측의 한국 기자단에 대한 폭행은 외교관례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얼마나 우리 한국을 만만하게 보았으면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라며 국내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외교 홀대 비판 속에도 강행한 문 대통령의 방중이 폭행 사태로 얼룩지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으로 촉발된 한중 관계의 앙금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입니다.





중국 공안의 지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인 경호원 약 15명은 이날 오전 베이징 국가회의중심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장에서 한국 기자들의 문 대통령 취재를 제지했고 이에 항의하는 기자들에게 폭력을 가했습니다. 한국일보 고영권 사진기자를 넘어뜨렸고 매일경제 이충우 사진기자를 구둣발로 짓밟는 집단 린치를 가했습니다. 두 기자는 문 대통령의 숙소인 댜오위타이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 기자는 오른쪽 눈두덩이 심하게 붓고 안구를 둘러싼 뼈에 골절상을 입었다. 고 기자는 허리 통증을 호소해 대통령 전용으로 계약된 중국 측 병원으로 별도로 옮겨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받고 우려를 표명했으며 청와대는 외교부를 통해 중국 정부에 공식 항의하고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이번 사건에 매우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변했습니다. 루 대변인은 "(중국에서) 누군가가 다친 것이 확실하다면 우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예의 주시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작은 사고이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중국과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위해 여러 방면에서 성심껏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번 (문 대통령의) 방문이 원만하게 이뤄지는 게 우리 모두의 하나 된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이번 사건의 당사자로 인식되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고 있는 중입니다. 루 대변인은 "이번 행사는 문 대통령 방중에 맞춰 한국 측에서 주최한 행사"라고 강조하면서 "비록 한국이 행사를 주최했지만 중국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큰 관심을 표명한다"며 사과 대신 '관심'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연내 방중 성사를 목표로 우리정부가 일정을 무리하게 추진한게 아니냐는 국내 일부의 비판 등으로 출발 전부터 삐걱대던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이 중국 경호원의 기자단 폭행 사건이라는 초유의 사건으로 그 빛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무엇보다 양국 정상 간 신뢰 회복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중국이 반발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중국의 경제 제재로 한국은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한중 양국은 지난 10월 31일 실무 합의로 사드 문제를 봉합하기로 했지만, 아직 양국 간 갈등은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합의 이후에도 중국 측은 지속적으로 사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중국은 우리 정부에 이른바 3불 (사드 추가배치·미 MD체계 편입·한미일 군사동맹 추진 불가) 원칙을 공식화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사드 제재로 인한 경제 경색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 해빙에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그러나 첫 순방길부터 상황은 여의치 않았습니다. 중국을 방문하는 각국 정상은 차관급 인사가 영접하는 의전 관례에 맞지 않게 차관보급인 쿵쉬안유 외교부 아시아 담당 부장조리가 영접했습니다. 중국 주요 지도자들이 국빈방문 첫날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식 참석을 위해 자리를 비우면서 통상 방문 첫날 저녁 이뤄지는 국빈만찬이 뒤로 밀리고, 리커창 총리와의 오찬도 연기됐다. 국내에서는 이에 홀대 논란이 일었습니다.


정점은 14일 발생한 중국 경호원들의 한국 기자 집단 폭행 사건이 됐습니다.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문재인 대통령의 한중 무역파트너십 행사를 취재 중이던 한국 기자들이 중국 경호원 십 수 명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것입니다. 이들은 행사 취재를 방해하며 이에 항의하던 한국 사진기자에 주먹질을 가했고, 쓰러진 기자의 얼굴을 발로 차 해당 기자가 안구 출혈과 안와 골절의 부상까지 입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신뢰 회복을 강조하는 등 방중 기간 내내 양국간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이 최근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역지사지(易地思之)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오늘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평화·번영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는 아름다운 동행의 첫 발걸음을 함께 내딛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홀대론에 기자 폭행이라는 오점이 남으면서 양국간 신뢰 회복이라는 이번 방중의 주요 목적이 상당부분 훼손될 우려가 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