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상 광풍 현상을 보이고 있는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거래를 유사수신행위로 정의하고 전면 금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시중에서 가상통화 거래가 이뤄져 온 점을 감안, 취급업자(거래소)가 예치금 예치, 설명의무 등 ‘6가지 조항+α’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를 인정합니다. 실명 확인 조건에 대해선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습니다.
11일 언론 매체 등이 보도한 정부의 ‘가상통화규제시안’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통화 거래를 유사수신행위로, 가상통화 보관·관리·취득·교환·매매·알선·중재 행위와 발행을 가상통화거래행위로 정의했습니다. 사실상 현행 거래소 업무 영역 모두가 해당됩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유사수신행위규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조만간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통화 거래는 유사수신 행위로 간주돼 금지됩니다. 정부는 법조항에 ‘누구든지 유사통화 거래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를 넣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벌칙 조항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유사수신행위나 유사통화거래행위를 하면 10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됩니다. 현행법에선 법위반에 따른 처벌 기준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이하 벌금’이었습니다. 또 법 위반으로 5억 원이 넘는 이익을 취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부당 이익의 3배 이하의 벌금’의 가중 처벌 조항도 신설했습니다. 다만 7개 조건을 충족하면 가상통화 거래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가상통화 거래가 이뤄져 온 점을 감안해 이용자를 위해 일정한 보호장치를 마련해 운영하는 거래소에 대해선 당분간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이란 얘기입니다.
정부는 우선 △예치금의 별도 예치 △설명의무 이행 △이용자 실명 확인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 △암호키 분산 본관 등 보호 장치 마련 △가상통화의 매수매도 주문 가격·주문량 공개 제시 등의 6대 조건을 뒀습니다. 이밖에 대통령령으로 추가 조건을 제시할 방침입니다. 거래소의 현실을 고려, 법시행 후 6개월의 유예이간을 두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가상통화를 발행해 투자금을 조달하거나 다른 가상통화를 조달하는 행위, 신용공여, 시세조종행위, 방문판매법 상 방문판매·다단계판매 등을 하면 규제 대상에 포함됩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관련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수보회의 직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오늘 가상통화 동향 및 대응 방향에 대한 검토가 있었고, 대통령과 총리의 주례 오찬회동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가상화폐 관련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관리하면서 필요한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가히 광풍이라 할 만한 현상을 보이고 있는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가격은 올 들어 천정부지로 급등했습니다. 메인인 비트코인은 최근엔 30% 이상 급락했다가 다시 10% 오르는 등 시장의 불안정성을 보여줬습니다. 규제안이 나온 11일 오후 에도 10분 간격으로 비트코인 개당 가격이 1800만원과 2000만원을 오르내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가상화폐의 대표주자격인 비트코인의 이 같은 극심한 가격 변동성은 가치 저장 기능을 떨어뜨려 정상적인 화폐로 기능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습니다. 1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UBS 웰스 매니지먼트의 폴 도노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상화폐를 사용하려면 자산(가상화폐)을 판매하면서 동시에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도노반 수석은 "비트코인의 극단적인 가격 변동성은 화폐의 본질적인 기능인 '가치 저장 기능'을 훼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불과 2년 만에 비트코인 가격이 20배 상승했지만 (화폐로서의) 가상화폐의 경제적 기반은 부족하다"며 "가상화폐는 거의 확실한 버블"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11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선 세계 최초로 가상화폐 비트코인 선물이 거래되며 첫날 20%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AFP 통신에 따르면 CBOE가 출시한 비트코인 선물은 1만5000 달러에서 거래가 시작됐으나 당일 마감 전까지 급격한 상승 폭을 보이며 장중 1만8850 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가파른 가격상승을 제어하기 위해 2번의 서킷브레이크(거래 중단)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과 같은 주요 은행들은 비트코인의 불확실성과 높은 변동성에 고객 손실을 우려해 거리를 두고 첫날 트레이딩 중개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반해 CBOE 수장인 에드 틸리는 성명을 통해 "믿어달라(trust us)"고 당부하며 "모든 것은 계획대로 순조로이 흘러가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 경제를 따르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비트코인은 기본적으로 지폐나 동전과 달리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온라인 가상화폐(디지털 통화)를 말합니다. 디지털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coin)’을 합친 용어입니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의 프로그래머가 빠르게 진전되는 온라인 추세에 맞춰 갈수록 기능이 떨어지는 달러화, 엔화, 원화 등과 같은 기존의 법화(legal tender)를 대신할 새로운 화폐를 만들겠다는 발상에서 2009년 비트코인을 처음 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2009년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시기여서 미연방준비제도(Fed)가 막대한 양의 달러를 찍어내 시장에 공급하는 양적완화가 시작된 해로, 달러화 가치 하락 우려가 겹치면서 비트코인이 대안 화폐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일련의 가상화폐 핵심은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회사 등 어떤 ‘중앙집중적 권력’의 개입 없이 작동하는 새로운 화폐를 창출하는 데 있습니다. 사토시로 알려진 개발자는 인터넷에 남긴 글에서 “국가 화폐의 역사는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저버리는 사례로 충만하다”고 비판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의 80% 정도가 중국에 위치한 공장형식의 채굴장에서 나오고 있지만 이론상으론 누구나 인터넷 상에서 성능 좋은 컴퓨터로 수학 문제를 풀면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채굴(mining)이라고 합니다. 2100만 비트코인까지만 채굴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현재까지 약 1600만 비트코인이 채굴돼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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