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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 차기 연준 의장에 제롬 파월 지명

Chris7 2017. 11. 4. 08:4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으로 제롬 파월 현 연준 이사(64)를 지명했습니다. 연준 내부 인사인 파월을 차기 의장으로 발탁한 것은 당분간 안정(통화정책 유지) 속에 변화(금융규제 완화)를 추구하겠다는 포석이라고 미국내 경제전문가들은 해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파월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의장 후보 지명을 통보한 데 이어 이날 백악관에서 지명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파월은 정통 경제학자 출신이 아닙니다. 미 프린스턴대에서 정치(학사)를, 조지타운대에서 법학(석사)을 공부했습니다.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투자은행(딜런리드앤드코 수석부사장), 재무부(국내금융담당 차관), 사모펀드(칼라일그룹 이사) 등을 거쳤습니다. 2012년 Fed(연준) 합류 직전 싱크탱크 초당적정책센터(BPC)에서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美 연준 차기 의장에 파월 공식 지명



그가 상원 인준을 거쳐 내년 2월 취임하면 1979년 연준 의장에 취임한 폴 볼커 이후 30년 만에 경제학박사가 아닌 의장이 됩니다.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파월 이사가 과거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등에서 활동한 경력이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경제학 전공 여부보다 시장의 움직임을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했다는 설명입니다.


차기 미국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제롬 파월 연준 이사에 대해 미국내 경제전문가들은 '따분하지만 주식시장에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평하고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그동안 유력한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던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나 케빈 워시 연준 이사에 비해 파월은 '따분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그가 재닛 옐런 현 연준 의장과 비슷한 정책방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파월 이사는 공화당 소속이지만 금리인상과 45조 달러인 보유자산 축소에 점진적 접근방식을 채택한 옐런 의장의 정책을 그대로 가져갈 것으로 보입니다. BMO캐피털마켓의 이안 린젠 미 금리전략가는 "파월 이사 지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상 유지와 정책 지속성에 투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에서 연준이 단기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겠지만, 장기적으로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우세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반면 주식시장에는 파월이 최고의 선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옐런 의장과 달리 금융규제 완화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관측입니다. 인베스텍자산관리의 존 스탑포드는 "채권 수익률의 소폭 하락과 달러화의 소폭 약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더 완화적 정책을 펼 인물을 만나는 것은 증시에 매우 기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재닛 옐런 현 연준 의장은 2015년 말부터 기준금리 인상 고삐를 당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부터는 4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Fed(연준)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를 수습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도입한 양적완화와 제로(0)금리 정책을 되돌리는 ‘쌍끌이 정상화’ 조치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파월의 연준의장 체제가 등장하더라도 이런 통화정책의 기조가 당장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 경제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파월이 Fed(연준)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5년간 단 한 번도 다수 의견에 배치되는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회고록에서 파월을 ‘중립 성향의 합의 도출형 리더’라고 평가했었습니다. 시장에서는 ‘비둘기파’도 ‘매파’도 아닌 ‘올빼미형’이라고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연준 의장 지명만큼 중요한 또 하나의 변수는 바로 연준 내 지배구조의 변화입니다. 기준금리와 자산 축소 등 주요 통화정책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결정됩니다. FOMC에는 연준 이사 7명과 지역연방은행 총재 5명이 참여합니다. 현재 연준 이사회는 세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습니다. 파월 이사가 의장으로 취임하면 옐런 의장이 이사 자리를 그만둘 공산이 큽니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초까지 4명의 이사를 추가로 임명해야 합니다. 지난 7월 지명한 랜들 퀄스 연준 부의장과 파월까지 합하면 연준 이사회 멤버 7명 중 6명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 됩니다. 연 3~4%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상과 자산 축소 계획에 반대하면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계획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월가 금융규제엔 당장 변화가 있을 전망입니다. 대니얼 터룰로 전 연준 이사는 4월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정책에 반대해 사임했습니다. 임기를 5년이나 남겨 둔 시점이었습니다. 후임에는 금융규제 완화론자인 랜들 퀄스 전 사이노슈어그룹(투자은행) 회장이 임명됐습니다. 투자은행 출신인 파월 이사도 여러 차례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수십 년간 경제학자 및 연방은행 간부 출신 중심으로 구성돼 온 연준 이사회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은행가, 법률가, 기업인이 주를 이뤘던 연준 설립 초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백악관과 행정부 경제팀 주요 포스트는 대부분 월가 출신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워싱턴 소식통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연준 이사회까지 친성장, 친시장주의 인물로 채워질 경우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와 함께 거품 초래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