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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홍준표 대표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 조치, 야당발 정계 개편 시동

Chris7 2017. 11. 5. 09:32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유한국당에서 결국 제명됐습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3일 ‘1호 당원’이자 오랜기간 한국 보수정당의 아이콘이었던 박 전 대통령 제명을 확정했습니다. 1997년 12월 정계에 입문하면서 새누리당을 거쳐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입당한 박 전 대통령은 20년 만에 당에서 불명예 퇴진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전직 대통령 6명이 소속 정당을 자진 탈당한 적은 있지만 제명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당은 지난달 23일 박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구치소로 자진 탈당 권유 징계안을 등기로 보내 수령을 확인했지만 자진 탈당 시한인 열흘 동안 이의 제기가 없었습니다. 홍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때 권한을 위임받아 표결 없이 직권으로 제명을 결정했습니다. 한국당 당헌은 정치적 용어인 ‘출당’ 대신 ‘제명’이란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이날 홍 대표는 당내 친박계나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한 듯 제명이란 단어 대신 ‘당적이 사라진다’는 표현을 썼으나, 당적 박탈은 당헌상으론 사실상 제명을 의미합니다.





홍 대표의 결정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고민 때문으로 보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당적을 계속 유지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는 ‘탄핵심판 선거’나 ‘적폐청산’ 프레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홍 대표의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홍 대표는 “(여권이) 박 전 대통령의 문제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기 위해 무리하게 구속 기간까지 연장하면서 정치재판을 하고 있다”며 “한국당을 ‘국정 농단 박근혜당’으로 계속 낙인찍어 한국 보수우파 세력을 모두 궤멸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보수우파의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박근혜당’이라는 멍에를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서) 부당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당 출신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법률적·정치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당내 친박계는 홍 대표의 이번 조치에 반발했습니다. 친박계 김태흠 최고위원은 “대표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앞으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는 등 강력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친박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에게 출당(제명) 조치를 내리면서 한국당과의 재결합을 원하는 바른정당 내 통합파 의원들은 집단 탈당의 명분을 갖추게 됐습니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등은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한국당 복당의 조건으로 걸어왔습니다.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 8~10명은 6일 탈당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일단 오늘 5일 열리는 당 의원총회의 결론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바른정당을 탈당한 뒤 한국당으로 복귀하면 20대 국회는 4당에서 3당 교섭단체로 재편됩니다.


한편 야권 재편이 가시화되면서 정치 지형이 꿈틀거릴 조짐도 보이고 있습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당을 제외한 민주당(121석)과 국민의당(40석), 바른정당(20석)이 참석하는 정책회의를 제안했습니다. 3당 의석(181석)을 합치면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준(재적 의원의 60%인 180석)을 넘어서게 됩니다. 그러나 바른정당이 붕괴하면 이런 구상은 물거품이 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재 탈당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명한 바른정당 의원은 10명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의 탈당과 한국당으로의 입당(복당)이 현실화되면 한국당은 의석수를 기존 107석에서 115~117석으로 늘릴 수도 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대목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복잡하게 얽힌 역학관계에 따라 향후 만만찮은 보수 야당, 호남을 놓고 다투는 중도 야당과 골치 아픈 신경전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한국당은 121석인 민주당을 바짝 따라붙으며 원내 제1당의 지위를 위협하게 됩니다. 의석수로만 따지면 미미한 변화이지만 한국당의 보수 적통성이 강화되면서 기존 보수층의 표심이 이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의 판도도 변할 수 있습니다. 만약 바른정당 의원들의 후속 탈당이 이어지고 일부 보수 성향 의원들이 복당할 경우 민주당은 제1당의 지위를 내줘야 합니다.

 

3일 박 전 대통령이 한국당 당원명부에서 삭제되면서 한국당(새누리당·한나라당)과 박 전 대통령의 20년 관계도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과 함께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강제로 출당 조치되는 불명예를 안고 말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이회창 한나라당(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의 전신) 대선후보의 영입 제안에 응해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1년 미만의 탈당 기간(2002년 2~11월, 탈당 후 미래연합 창당)을 제외한 20년간 ‘박근혜’ 없는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한국당은 생각하기 힘들었습니다. 2004년 ‘차떼기(불법 대선자금을 트럭째로 수령) 사건’ 때 천막당사를 치고 침몰하는 한나라당을 구했고, 재·보선-지방선거-총선-대선 때마다 당을 승리로 이끌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칭도 얻었습니다.


하지만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사태’란 정치적 논란을 야기하며 ‘대통령직 파면’이란 초유의 격변을 거쳐 이제 강제로 등을 떠밀려 당과의 연까지 끊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이래 반복된 ‘대통령 당적 이탈’이란 운명을 피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번 박 전 대통령이 7번째입니다. 이전 대통령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탈당이 아닌 출당(黜黨·제명)이란 점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