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당에서 제명 조치한 것을 기점으로 바른정당 의원 9명이 6일 "자유한국당과 보수 대통합의 길을 가겠다"며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이들이 탈당신고서를 제출하면 현재 20석인 바른정당은 11석으로 의석이 줄어들면서 국회 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이 한국당에 복당하면 한국당 의석은 116석이 됩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석수 121석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몸집'을 키우는 만큼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민주당과 한국당 간의 기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김무성·강길부·주호영·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정양석·홍철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폭주(暴走)와 안보 위기 심화를 막아내기 위해 바른정당을 떠나 보수 대통합의 길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국정 농단 사태로) 헌정 중단이 우려되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보수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바른정당을 창당해 새로운 보수의 구심점이 되고자 노력했지만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면서 "대한민국 보수가 작은 강물로 나뉘지 않고 큰 바다에서 만나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오는 8일 바른정당에 탈당신고서를 제출하고 9일쯤 한국당에 복당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현재 바른정당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주호영 의원은 바른정당 11·13 전당대회 직후 탈당해 한국당에 합류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바른정당 통합파 9명이 6일 탈당과 함께 자유한국당 입당을 선언하면서 야권발 정계개편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바른정당은 원내에서 차지한 의석수가 20석에서 11석으로 줄었지만 자유한국당은 기존 107석에서 116석으로 원내 의석수가 늘게 됐습니다. 부분적이나마 보수통합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를 계기로 향후 2, 3단계의 정계개편이 이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측되는 향후 정계개편 전망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됩니다. 우선 이번 보수통합은 일부만 진행되는 것일 뿐 향후 바른정당 내 나머지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으로 유입되는 보수대통합 시나리오가 거론됩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원내 제1당의 지위를 회복하게 됩니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기 위해선 우선 잔류한 바른정당 의원 11명 중 일부가 추가로 한국당에 복귀하는 전개가 이뤄져야 합니다. 통합파 9명이 탈당하며 바른정당은 의석수가 줄어들면서 국회 내 교섭단체로서의 지위를 잃게 됐습니다. 때문에 복당의 명분만 주어진다면 이들이 한국당으로 흡수되는 것이 예상보다 빠를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나머지 11명 중 6명만 넘어와도 한국당은 원내 제1당을 재차지하게 됩니다. 다만 유승민 의원 등 ‘자강파’들이 굳건히 버팀으로써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손잡는 개편구도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는 애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바른정당 대표 경선에 나선 유승민 의원이 ‘중도·보수대통합론’을 내세우면서 관심이 모아졌지만 당내 이견이 불거지자 현재 양쪽 모두 한 발자국 물러난 형국입니다. 그러나 양당 간 연대에 대해서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당장 통합은 어려워도 정책연대, 선거연대 등을 통해 손잡을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하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호남 의원들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적극 찬성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결국 양당 간 연대의 성사 여부는 당내 호남 의원들, 나아가 호남민심이 용인해줄지 여부에 달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식이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연대가 이뤄질 경우 이를 반대하는 호남 의원들이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정계구도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실제 민주당은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에게 꾸준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물론 민주당에서도, 국민의당에서도 각자의 상황, 사정에 따라 서로 간 통합은 원치 않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바른정당 내에서 국민의당 호남 의원들과의 이견이 큰 점을 통합 또는 연대의 걸림돌임을 시사한 바 있기 때문에 국민의당내 연대 반대기류가 형성될 경우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당으로의 이탈이 생길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이번 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일부 통합으로 여소야대 형국이 굳혀지면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도 호남 의원들의 유입이 승리를 위한 묘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거대 보수당(한국당)과 국민의당 일부 의원을 흡수한 거대 여당(민주당), 그리고 중도적 이념을 지향하는 국민의당에다 바른정당 잔류파가 합류한 형태의 삼각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제 막 보수통합이 이뤄지는 시점이기 때문에 앞서 언급된 향후 정계개편 시나리오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합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지역민심이 어떻게 변할 지,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전망,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 추이에 따라 정계개편 상황은 예측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하나 보수진영통합 과정에서 고려해야할 변수는 한국당내 친박계의 반발입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주도했고,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탈당파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며 한국당을 떠났던 세력인 만큼 양측 모두 친박과는 손을 잡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한국당 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구태정치인 홍준표를 당에 놔두고 떠날 수는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을 배신하고 딴살림을 차렸던 사람들이 반성도 없이 다시 유승민을 배신하고 돌아오겠다고 한다. '성숙한 보수대통합'은 지금 방식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날 이종길 중앙위원 외 당원 151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 조치 정지와 홍준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의 '박근혜 전 대통령 징계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와 '홍준표 대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남부지법에 접수했습니다. 이들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우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출당 조치는 한국당의 당헌·당규를 정면으로 위배했으므로 징계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당내 친박계가 홍 대표와 바른정당 복당파에 공세 수위를 높인 만큼 향후 한국당 주도권을 놓고 양측 대결이 불거질 전망입니다. 하지만 '친박'의 반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은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이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이 불거진 만큼 친박계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바른정당 복당파 역시 친박에 대한 공세를 펼치기보다 당분간 '자숙'하며 몸을 낮출 전망입니다. 이들은 이날 통합성명서에서 "작은 생각의 차이나 과거의 허물을 묻고 따지기에는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위중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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