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선거당일 오후 11시40분 중간 개표 집계 결과 전체 465석 중 당선이 확정된 392석 가운데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이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을 확보할 수 있는 ‘절대안전다수의석(261석)’을 넘는 278석을 얻었다고 NHK는 전했습니다. 자민당은 과반(233석)인 251석을, 공명당은 27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개표가 완료되면 자민·공명당은 개헌 발의 의석인 3분의 2의석(310석)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아베 총리는 정권 연장은 물론, ‘아베 1강’ 체제를 새로 짤 동력을 얻게 됐습니다. 또한 ‘전쟁 가능한 국가’를 향한 개헌 작업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반면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희망의당은 38~59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오히려 민진당 진보계가 선거 직전 창당한 입헌민주당이 44~67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압승 외에 주목할 점으로 에다노 유키오 대표의 입헌민주당이 선전했다는게 일본 정가의 중론입니다. NHK 출구조사 등에 따르면 입헌민주당은 44~67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돼 제2당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선거 전 15석에서 3~4배가량 늘어난 것입니다.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유권자들이 3주밖에 안된 신당에 힘을 보태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입헌민주당이 결성될 때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결과입니다. 선거전 제1야당이었던 민진당 마에하라 세이지 대표는 지난달 23일 당 후보자들이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희망의당 공천을 받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실상 제1야당의 해체 선언이었습니다. 민진당은 희망의당 합류파·입헌민주당 결성파·무소속파 등 세 갈래로 갈라졌습니다.
에다노 대표의 입헌민주당 결성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에다노 세우라’는 메시지가 힘을 더했습니다. 그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관방장관을 맡아 잠도 못 자고 초췌한 모습으로 일해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인물입니다. 당시 SNS에 퍼졌던 메시지가 ‘에다노 자라’였습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풀뿌리부터의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아베 정권 폭주에 대항할 세력의 필요성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입헌민주당이 ‘아베 1강’의 독주를 막기에 벅찬 게 현실입니다. 굳건한 자민당 보수체제에 민진당 해체, 희망의당 창당 등으로 일본 정치권이 한층 우경화됐기 때문입니다.
반면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희망의당은 38~59석을 얻을 것으로 NHK 출구조사 결과 나타났습니다. 중의원 해산 전 의석수인 57석에서 확장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입니다. 심지어 입헌민주당에 제1야당 자리를 내줘야 할 처지입니다. 사실상 선거 패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희망의당은 도쿄 지역구 25곳 중 23곳에 후보를 냈지만 출구조사에서 당선이 확실한 후보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도쿄 블록 비례대표(17석)에서도 2~4석을 얻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고이케 지사가 이끄는 도민퍼스트회가 후보자 50명 중 49명을 당선시켜 자민당에 ‘역사적 대패’를 안긴 지난 7월 도쿄 도의회 선거와 비교하면 천양지차입니다.
일본 언론에선 고이케표 ‘극장형 정치’의 허상이 드러났다고 평가합니다. 고이케 지사는 거대한 적에 맞붙는 드라마 같은 구도를 만들어 여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역풍을 맞았습니다. ‘관용적 개혁보수정당’을 내건 희망의당이지만 실상은 ‘배제의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제1야당인 민진당 보수계·진보계를 선별해 받아들인 게 여론의 반발을 불렀습니다. 이 여파로 민진당은 희망의당 합류파, 입헌민주당 결성파, 무소속파로 분열되면서 집권여당은 ‘어부지리’를 얻고 말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전 제로’와 ‘소비세율 동결’을 빼곤 개헌이나 안보 등 공약에선 희망의당이 자민당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고이케 지사의 불출마도 패착으로 꼽힙니다. 아베 총리의 조기 총선 카드에 허를 찔린 그는 도정에 전념하겠다면서 도민퍼스트회 대표 사임 3개월 만에 희망의당을 창당했습니다. 하지만 여론이 비판적으로 돌아서자 고이케 지사는 도지사 사임 후 총선 출마를 단념했습니다. 이로 인해 총리 후보가 없는 당 기세는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고이케 지사는 공무 출장을 이유로 선거 당일 프랑스 파리에 머물렀습니다. 이 때문에 당 대표가 총선을 해외에서 맞이하면서 “이미 가망 없다고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현재로선 희망의당의 지속가능성도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포스트 아베’를 노리는 고이케 지사의 욕심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평론가들의 대체적 관측입니다.
이처럼 22일 중의원 총선거에서 집권 자민·공명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강’ 체제를 재구축할 동력을 얻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아베 1강’의 부활인 것입니다. ‘꼼수 해산’ 비판을 받던 ‘조기 총선’ 카드가 먹혀들면서 아베 총리는 발목을 잡던 사학 스캔들을 덮고 국정 장악력을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 아베 총리가 장기집권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특히 개헌에 적극적인 세력이 개헌 발의 의석인 3분의 2(310석)를 넘으면서 아베 총리가 염원하는 ‘전쟁 가능한 국가’를 향한 개헌 논의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민당의 압승 요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힙니다. 첫째는 아베 총리가 선거에서 전면에 내세운 ‘북풍(北風)’입니다. 아베 총리는 북한 정세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국난’이라고 명명하면서 조기 해산을 ‘국난 돌파 해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8월과 9월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하는 등 ‘북한 위기’에 확실히 대응할 수 있는 현 정권을 유지시켜달라는 호소가 먹혀든 것입니다.
경제지표의 회복세도 호재였습니다. 실제 경기 회복 여부를 차치하고, 아베 정권 들어 국내총생산, 취업자 수, 관광객 수 등이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주가도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이번 승리는 “여당이 잘해서라기보다 야당 덕”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과 비(非)지지율은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선거는 집권 자민·공명당, 희망의당·일본 유신회 등 보수 야당, 입헌민주당·공산당·사민당의 진보 야당 등 ‘3파전’ 구도로 치러졌습니다. 여야 ‘일 대 일’ 구도가 무산되면서 여당이 어부지리를 얻은 지역구가 많습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역구 289곳 중 ‘1여 다야’ 지역구는 229곳이었습니다.
선거 결과 아베 총리가 과반 의석을 웃도는 성적을 내면서 일단 4차 아베 내각은 순조롭게 출범할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의 3연임에도 파란 불이 켜졌습니다. 총재 선거에 승리하면 최대 3년간 총리직을 더 할 수 있어 최장수 총리 등극이 가능해집니다.
사학 스캔들 등으로 흔들렸던 ‘아베 1강’의 구심력도 다시 커지게 됐습니다. 새 국회가 출범하면서 사학 스캔들 문제는 유야무야되고, 안보·경제 등 아베표 정책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와 부친 아베 신타로 전 외상 이래 아베가(家) 3대의 숙원인 개헌 작업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큽니다. 희망의당과 일본유신회가 개헌에 적극적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국회 개헌 세력은 최소 325석으로 3분의 2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자민당 내에선 내달 임시국회를 열어 당 개헌안을 제출한 뒤 개헌에 적극적인 야당과 협조하면서 내년 정기국회까지 개헌안을 발의하는 ‘가속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개헌의 최종 관문인 국민투표를 감안하면 절반을 넘는 개헌 반대 여론을 돌려세우기 위해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여당만으로 (개헌을) 논의하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많은 찬성을 얻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내각 구성에는 “신속하게 결론을 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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