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한국 프로야구 최규순 심판 ‘금전거래 게이트’로 위기

Chris7 2017. 9. 2. 07:55

전직 심판과 프로야구단 관계자들이 부적절한 금전 거래를 한 사실, 즉 ‘심판 금전거래’ 게이트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한국프로야구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전 KBO리그 심판 최규순(50) 씨와 금전 거래를 한 구단이 네 개로 늘었습니다. 검찰은 수사 대상을 구단 관계자를 넘어 해설위원, 지도자 등으로 넓힌 상황입니다. 최 씨에게 돈을 건넨 구단이 더 늘어날 여지도 있습니다. 여기에 한 미디어 매체는 최 씨가 적극적으로 금전을 요구한 2012, 2013년 전에도 구단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넥센은 지난달 31일 "2013년 11월 22일 구단의 전직 임원 계좌를 통해 300만원이 최 씨 계좌로 대여된 사실이 검찰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며 "이를 인정하며, 징계 또한 달게 받겠다"고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넥센은 심판과의 돈 거래 의혹을 부인해 왔습니다. 넥센은 지난해 KBO의 자체 조사 때 "최 씨로부터 돈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은 적은 있으나 돈을 보내지는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비슷한 사과문은8월 29일과 30일에도 나왔습니다. 자체 조사 때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KBO에 회신한 KIA 타이거즈는 29일 2012년과 2013년 구단 직원 두 명이 최 씨에게 100만원씩 송금한 사실이 검찰을 통해 알려지자 사과문을 냈습니다. KIA 타이거즈는 사과문에서 “심판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에 구단이 연루된 데 대해 KIA 팬은 물론 프로야구를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번 사안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해당직원을 상대로 징계위원회를 진행 중”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KIA에 따르면 구단 직원 두 명은 돈을 빌려달라는 최규순 전 심판의 부탁에 2012년과 2013년 100만원씩 각 1회 송금했습니다.


삼성 라이온즈도 30일 "2013년 10월 직원이 최 씨에게 '급전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400만원을 송금했다. 검찰 조사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고 사과했습니다. KBO의 자체 조사 때 최 씨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있다고 답한 구단은 두산 베어스뿐이었습니다. 2013년 10월 최 씨에게 300만원을 송금한 두산 전 대표이사는 구단을 떠난 상태입니다.


검찰 조사를 받는 이는 비단 구단, KBO 관계자뿐이 아닙니다. 도박에 빠진 최 씨는 다수의 야구인에게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 조사를 받은 이 중 KBO 상벌위원도 있어 논란을 부채질 했습니다. 두산 전 대표이사에게 '엄중 경고' 처분을 한 상벌위원회에 참석한 인사입니다. 이 인사는 최 씨에게 돈을 건네도 얻을 이익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KBO 상벌위원이라는 점이 논란이 됐습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2012년 10월 최 씨가 교통사고 합의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200만원을 보냈습니다. 며칠 뒤 200만원을 돌려받았다"며 "검찰 조사를 받았고, 검찰에서 사기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 정리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언론은 '삼성이 2005, 2006년에도 최 씨에게 돈을 건넸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이 부분은 현재 검찰이 조사하는 사안은 아닙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전혀 모르고 있던 일이다. 지금이라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구단들이 범죄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KIA는 이 사실이 드러날 때까지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10개 구단을 상대로 최 전 심판과 관련된 금전거래 여부를 문의했습니다. 당시 KIA는 KBO에 “자체조사를 한 결과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회신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직원 두 명이 돈을 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은폐 의혹마저 사고 있습니다. 두산은 심판 금전거래를 자진 신고했지만 “개인 간의 금전거래”라고 항변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규정 위반입니다. 야구규약 제155조 ‘금전 거래 등 금지’ 조항을 보면 “리그 관계자들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런 낮은 윤리의식은 구단 고위직부터 하위직까지 프로야구 전반에 걸쳐 모두 망라하고 있습니다. 전 심판 최 씨는 KIA의 경우 일반 직원들에게 돈을 받았고, 두산과 넥센 히어로즈는 최고위급 인사들에게 접근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최 씨는 두산 김 사장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다급한 일이 생겼는데 통화가 가능하느냐”고 묻고 자신의 계좌번호를 보냈습니다. 김 사장은 “걱정 마시고 일 잘 처리하라. 300만원 보내겠다”고 답신을 보냈습니다.


구단을 감독해야하는 KBO는 이런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도 없어 범죄를 막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KBO 관계자는 “돈을 건넨 구단 직원들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곧 열고 징계 절차에 착수하겠다”면서도 “처벌 규정이 없어 어떤 징계가 내려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심판 금전거래 사건이 한국 프로야구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많은 구단들이 스포츠의 생명인 공정성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범죄에 무감각하다는 점에서 자칫 프로야구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한국야구는 올해 개최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당시 예선탈락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더 야구팬들의 공분을 샀던 것은 출전 선수들의 무성의한 태도였습니다. 경기에 지고 예선탈락을 했음에도 다수의 선수들이 ‘히히덕’ 거리며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뒤 개막된 프로야구 2017년 시즌에 이 부분이 영향을 끼치진 않았지만 이번 ‘심판 금전거래’ 스캔들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자칫 한국 최고의 스포츠 리그인 프로야구 전체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심각한 사항입니다. 야구계 전체의 뼈를 깎는 자성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