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연출 김형석/ 극본 소현경)이 방송을 시작했으나 기대치에는 다소 못 미치는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3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은 전국 기준 시청률 19.7%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전작 ‘아버지가 이상해’의 첫 방송 시청률 22.9%보다 2.2%포인트 낮으며, 마지막회 시청률이었던 33.7%에 비해서는 한참 못 미치는 성적입니다. 이 드라마는 방송 전부터 식상한 소재는 물론 남자주인공역에 배우 박시후가 캐스팅되며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날 4회 연속 방송된 SBS 드라마 '언니가 살아있다'는 특별기획으로 편성돼 각각 12.0%, 17.7%, 18.4%, 19.3%로 '황금빛 내 인생'에 이어 동 시간대 2위를 기록했으며, MBC 드라마 '밥상 차리는 남자' 첫 방송은 8.6%의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황금빛 내 인생’은 흙수저를 벗어나고 싶은 3무녀에게 가짜 신분상승이라는 인생 치트키가 생기면서 펼쳐지는 황금빛 인생 체험기를 그린 세대불문 공감 가족 드라마(제작진측 주장)라고 합니다. 첫날 방송분에서는 흙수저 서태수(천호진 분) 가족-금수저 최재성(전노민 분) 가족의 모습과 함께 구성원 개개인의 서로 다른 인생과 이를 둘러싼 에피소드가 그려졌습니다. 그리고 극의 남녀주인공들인 해성그룹의 차기 후계자 최도경(박시후 분)과 해성그룹의 마케팅팀 계약직 서지안(신혜선 분)이 교통사고로 인해 처음 만나게 되는 모습도 그려졌습니다.
극 중 박시후가 연기하는 최도경은 해성그룹의 차기 후계자이면서, 여직원들 사이에서 게이라고 오해 받을 정도의 바른 생활 사나이입니다. 더불어 그는 여타의 작품들에서 그려졌던 재벌 3세들과는 달리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이 투철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를 연기한 박시후는 연신 힘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5년 만의 지상파 복귀라는 점이 그에게는 큰 짐이었을까요? 박시후의 연기는 다소 힘이 들어간 듯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황금빛 내 인생'은 방송 전부터 남자주인공역의 박시후가 성추행 논란을 겪은 후 복귀하는 탓에 캐스팅 논란과 대중의 반감이 교차됐던 드라마입니다. 그럼에도 박시후가 앞서 OCN '동네의 영웅'을 통해 성공적인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는 점, 또 그간 다수 작품에서 연기했던 실장님 캐릭터와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대중의 기대가 모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간 박시후가 자주 연기했던 캐릭터였기 때문이었을까요? 지난 2·3일 양일간 보여준 박시후의 연기력은 타 배우에 비해 눈에 띄지 않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박시후가 오랜 기간 연기를 쉬었던 탓일지도 모르지만 조금 어색한 느낌까지 감돌고 있습니다. 물론 '황금빛 내 인생'은 50부작이란 긴 호흡을 가진 드라마고, 박시후가 맡은 최도경이란 캐릭터는 아직 이렇다 할 매력을 발산하기에는 부족한 시간 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박시후가 논란 후 5년 만에 복귀하는 지상파 드라마에서 특별한 매력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또 하나 여기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은 KBS 2TV 주말드라마의 식상한 소재와 뻔한 스토리 전개입니다. '황금빛 내 인생'도 이전의 여러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재벌과 흙수저 이야기, 그리고 출생의 비밀.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지루한 소재를 택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식상한 소재와 번한 스토리인데도 주말드라마가 매번 흥행이 된다는 점입니다.
작품성이 떨어지더라도, 허구한 날 비슷한 소재를 우려먹는다는 비판을 받더라도 KBS 2TV 주말극은 매번 시청률 30%를 넘나들며 흥행 불패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한 번도 실패가 없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KBS가 새 주말극을 내놓을 때면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7일 종영한 ‘아버지가 이상해’의 바통을 이어받는 이번 후속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황금빛 내 인생’의 성공은 얼마간 예정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KBS 주말극의 아성이 그만큼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전작인 ‘아버지가 이상해’만 하더라도 최고 시청률이 36.5%나 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최근 5년간 전파를 탄 주말극 가운데 비교적 인기가 덜했다는 평가를 받는 ‘최고다 이순신’(2013) ‘참 좋은 시절’(2014)도 시청률은 20%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다매체 시대인 작금의 방송 환경을 고려한다면 20%대의 시청률만 해도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KBS 주말극의 성공을 가능케 하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중장년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라 할 수 있습니다. 중장년 시청자 중에는 평일에는 KBS 1TV 일일극을 애청하다가 주말이면 2TV 주말극으로 옮겨가는 ‘시청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동시간대에 같은 공중파 방송사인 MBC나 SBS가 뉴스를 내보낸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인기 요인입니다. 드라마 경쟁작이 없으니 이 시간대는 드라마 시장의 무주공산이 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중장년층 입장에선 주말 저녁 시간대 볼게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중장년 여성 시청자들에겐 말입니다.
일각에서는 KBS 주말극이 ‘따뜻하게 마무리되는 가족의 갈등’이라는 얼개만 반복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모 드라마평론가는 “중장년층이 타깃인 상황에서 가족극 형태를 반복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KBS 주말극은 최근 들어서는 가족극 형태를 지키면서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까지 녹여내며 발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KBS 주말드라마의 주 시청자 층이 중장년 여성들이란 점에서 가족극 형태가 반복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황금빛 내 인생’이 높은 시청률로 전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스토리 전개 중 맞닥트릴 예기치 않은 논란을 잘 극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버지가 이상해'의 경우도 30%대의 높은 시청률로 승승장구 하던 중 극 중 여성 혐오적인 대사로 인해 한차례 홍역을 겪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된 장면은 36회에서 변혜영(이유리 분)의 시어머니 오복녀(송옥순 분)의 출연분에서 발생했습니다. 극 중 오복녀가 자궁 적출을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에 '빈궁마마'라는 표현을 쓴 것이 문제였습니다. '빈궁마마'는 본래 조선 시대 왕세자의 아내를 예우하는 호칭으로 쓰였지만, 근래에는 ‘자궁 적출 수술한 여성’을 비하하는 속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때문에 상당수 시청자들이 여성 혐오적인 표현을 아무런 검열 없이 방송에 내보냈다며 방송국과 제작진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던 것입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시청률에 크게 파장을 미치진 못했으나 작가와 연출자 입장에선 이러한 논란은 언제든지 발생 할 수 있고 자칫 드라마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입니다.
새로 방송을 시작한 ‘황금빛 내 인생’은 소재와 스토리 전개의 식상함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던 배우 박시후의 복귀작으로 주목과 동시에 캐스팅 논란을 야기한 작품입니다. 이를 두고 첫 주차 에피소드들이 방송된 현재까지도 대중들은 여전히 상반된 여론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연 ‘황금빛 내 인생’이 여러 논란을 딛고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로 시청률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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