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이효리 4년만의 컴백, 여전한 트렌드세터의 모습과 달라진 음악

Chris7 2017. 7. 6. 08:36

탑스타 이효리의 컴백이 화제입니다. 4년 만에 정규 6집 앨범 ‘블랙’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블랙’이라는 제목 안에는 과거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이었던 이효리가 이제는 자신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느낌이 들어있습니다. 이효리는 이미 5집 ‘모노크롬’(2013년)에서 한차례 자신을 내려놓은바 있습니다. 화려한 모습을 덜어냈던 것입니다. 그리고 5일 밤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레전드 편이 탄생했다는 평을 받으며 뛰어난 예능감을 뽐내기도 했습니다. 과거 보여주었던 최고의 트렌드세터로서의 모습이 수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색이 바래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증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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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에는 이효리 외에도 채리나, 가희 그리고 나르샤가 함께 출연했습니다. MC 김구라는 "기운이 좋다. 민박집도 대박이 난 것 같다"며 이효리가 출연 중인 '효리네 민박'을 먼저 언급했습니다. 이효리는 "제가 기획안을 제안하나 건 아니다. 상황을 고려하다보니 제주도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며 "요즘 남편이 자기가 대세라면서 난리도 아니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효리는 MC들 중 남자로 보인 사람이 있다고 밝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구라오빠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이미지더라"라며 "사실 제가 남자 보는 눈이 별로다"라고 셀프디스를 했습니다. 이어 "제가 바람을 필까봐 걱정했다. 2년 마다 남자친구가 바뀌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며 솔직한 고백을 했습니다.

 

이후에도 이효리의 거침없는 입담은 계속됐습니다. 그는 "매니저가 핑클 멤버들의 투정을 못 버티고 나갔다. 주현이가 그대로 운전해서 가버렸다. 어렸을 대는 우리가 얄미웠던 것 같다"며 당시의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이어 이효리는 "노래가 안되니까 춤을 이것저것 했다. 제일 부러운게 서서 노래부르는 사람들이었다"고 말해 다시 한 번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효리는 제주도 생활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밝혔습니다. MC 윤종신은 "주변에서 다들 올라올거라고 했다. 효리가 저기 가기에 너무 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효리는 "과거에 늘 쉼 없이 일을 하면서 살았다. 제주도에 가니까 아직 그렇게 조용하거나 심심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또 정말 잠이 잘온다"고 제주 생활을 자랑했습니다. 또한 남편 이상순애 대한 애정도 과시했습니다. 그는 "화를 잘 내지 않는다. 저는 감정기복이 큰 편인데 다르기 때문에 매력있더라. 또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본능이 강해서 제가 다치거나 위험할 때만 화를 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예전 이효리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습니다. ‘텐미닛’ ‘유고걸’ ‘치리치리 뱅뱅’ 등으로 여성으로서의 당당함을 내세우며 잘 나갔지만, 더 이상 과한 콘셉트로 나가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표절 시비도 있었습니다. 필연적으로 이효리는 내면으로 들어갔고, 소소한 주변관계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았습니다. “4년전 ‘모노크롬’에서 어쿠스틱해졌다. 그 때는 곡들을 전부 작곡가에게 받았고 ‘미스코리아’ 한 곡만 내가 만들었다. 그때의 실험으로 안터뜨려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에는 수록곡 전곡(10곡)을 내가 작사했고, 8곡을 작곡했다.” 이효리의 말입니다.


이효리는 지난 1998년 걸그룹 1세대의 대표라 할 수 있는 ‘핑클’ 멤버로 데뷔했습니다. 그 때의 이효리와 19년 후 ‘효리네 민박’에 나오는 ‘소길댁’ 이효리는 많이 변한 모습입니다. 이효리는 “지금 모습이 나의 진짜 모습에 가깝다. 핑클 때에는 구분짓고 스스로 멀어져 연예인이 됐다면 제주에 살면서 나의 과거로 돌아온 느낌이다. 원래 이발소 집 딸로 손님에서 스스럼 없이 말을 걸었던 아이다”고 말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트렌드세터였던 이효리가 지금도 여전히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방송 활동을 하지 않자 제주에서 초등학생들이 자신을 몰라보고 아이유가 자신보다 훨씬 유명하다고 했지만, 그의 삶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여전히 많습니다.


이효리의 삶은 압축 고도성장 후에 우리가 지향함직한 라이프스타일의 하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질은 풍요로워졌지만 마음은 허하고,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만 외로운 사람들이 어떤 삶을 찾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욜로, 슬로라이프, 미니멀리즘, 휘게(아늑함) 라이프, 요가, 명상, 반려동물, 심심함, 나른함 등이 떠오르는 배경입니다. 대문에서 차가 쭉 들어가는 이효리의 넓은 마당은 일반인에게는 비현실적이지만, 요가를 하고 차를 마시는 자연친화적인 삶은 현실적입니다. 이효리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회식에도 빠짐없이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이걸 차기 트렌드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효리는 이번 ‘블랙’ 앨범의 10곡 중 9곡의 작사, 8곡의 작곡에 참여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담뿍 담았습니다. 그는 지난 4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과거 발표한 앨범은 내가 중심이었다. ‘나 잘났어’ ‘내가 최고야’ 하는 식이었다”며 “이번에는 깊이 있는 느낌으로 가보려 했고, 직접 곡과 가사를 쓰며 진정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습니다.


이효리의 음악적 변화는 가수로서 롱런하기 위한 기반을 닦는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이미 4년 전 발표했던 정규 5집부터 화려한 기계음을 배제하고 어쿠스틱과 담백함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5집에는 자작곡을 1곡만 담았던 반면, 이번 6집 앨범엔 수록곡 대부분에 자신의 색을 입혔습니다.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고 있는 이효리는 “이제는 화려함을 걸쳤을 때 예전처럼 예쁘지 않을 거란 직감이 있었다”며 “제주도에 살면서 화려하고 멋있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평범한 나로 돌아갔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싱어송라이터로서 이효리의 이번 앨범에 대한 평가에 호불호가 있는건 사실이지만, 이효리는 자기 얘기를 하는 아티스트로 출발 단계에 섰고,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음악으로 전해줄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텐미닛’을 부르던 이효리가 인위적인 트렌드세터였다면 제주에서 덜어냄의 삶을 사는 지금의 이효리는 훨씬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밋밋하기까지 합니다. 앞으로의 그의 음악 활동에 기대감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