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NHK 아사도라 (연속 TV 소설) ‘아마짱’과 ‘병아리’ 착한 아침드라마

Chris7 2017. 6. 16. 10:00

‘대하드라마’와 함께 일본 공영방송사인 NHK의 인기 드라마시리즈 중 하나인 ‘아사도라(아침드라마)’는, 정식 명칭 ‘연속 TV 소설, 1961년 방송을 시작한 후 현재까지 인기리에 방송중인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입니다.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회 15분가량의 분량으로 방송되며 전체 150회 정도로 6개월에 걸쳐 방송되는 특징이 있는데요... 현재 시리즈 96번째 작품인 배우 아리무라 카스미 주연의 ‘병아리’가 방송중입니다.

 

'병아리'는 도쿄 올림픽 개최년도였던 1962년 무렵을 배경으로, 여주인공이 돈을 벌기위해 집을 떠난 아버지를 찾아 도쿄로 올라오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시골에서 자라난 여주인공이 도심에서 만남과 이별, 시련들을 겪게 된다고 하는데요... 특히나, 본 작품은 여배우인 아리무라 카스미가 오디션 없이 주인공으로 캐스팅 경우인지라 사실 일본 내에서는 이런저런 말도 있었다고 합니다. 드라마에는 카스미 외에도 기무라 요시노와 사와무라 잇키, 후루야 잇코우, 시바타 리에, 하다 미치코, 사쿠마 유이, 이즈미사와 유키, 토야마 토시야, 마츠오 사토루 그리고 미네타 카즈노부가 함께 출연합니다.

 

 

 

 

NHK ‘아사도라’ 시리즈는 방송초기인 60년 대만해도 평균시청률 50%를 넘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낮아지더니 급기야 2000년대 들어선 10%대 후반까지 시청률이 떨어지기에 이릅니다. 이런 가운데 ‘아사도라’ 제2의 전성기를 선도한 작품인 ‘아마짱’이 등장하게 됩니다.

 

‘아사도라’ 88번째 작품으로 2013년 상반기 방송된 ‘아마짱’은 극작가 쿠도 칸쿠로의 오리지널 스토리입니다. 주인공역의 배우 노넨 레나는 1953대 1의 경쟁률이었던 오디션을 통해 발탁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이야기는 크게 2부 구성으로, 전반의 ‘고향편’에서는, 토호쿠 지방 산리쿠 해안에 있는 가공의 마을·이와테 현 키타산리쿠 시를 배경으로, 폐쇄적인 성향을 가진 도쿄의 여고생(아키)이 여름방학에 어머니의 고향인 키타산리쿠에 가, 할머니의 뒤를 따라 해녀가 되지만, 뜻하지 않은 일로 인기를 얻고 현지의 아이돌이 되는 모습을 그립니다. 그리고 후반의 ‘도쿄편’에서는 아키가 도쿄에 돌아가, 전국의 지방 아이돌을 모은 아이돌 그룹 ‘GMT47’의 멤버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또 제23주부터는,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토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을 다룹니다. 드라마 타이틀인 ‘아마짱’은, ‘해녀짱(海女ちゃん아마짱)’의 의미와 ‘인생의 응석꾸러기(甘えん坊(甘ちゃん아마짱)였던 여주인공의 성장을 그린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합니다.

 

국내 일드 팬들 가운데서도 ‘아마짱’을 감상한 분들이 많을 텐데요, 저도 최근에 완주를 했습니다. 오래전부터 봐야지, 하면서도 왠지 시작을 못했었는데 우연히 감상을 시작한 후 순식간에 끝까지 달리고 말았습니다. 역시 그 명성(?)에 걸맞게 재밌더군요! 주인공 아키역을 맡은 히로인 노넨 레나의 밝고 구김 없는 모습도 좋았고 중간 중간 회상 신에 등장한 아리무라 카스미도 귀여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드라마 전반에 흐르는 작가 쿠도 칸쿠로의 번뜩이는 재치가 압권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처음 50회 정도까지만 해도 그저 ‘코믹하고 즐거운 분위기만 가득 찬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주인공이 도쿄로 간 후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종반부 드라마 전체를 무겁게 감싼 ‘동일본 대지진’을 가볍지 않게, 하지만 그렇다고 우울하게만 그리지 않은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게다가 150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다 여겨진 부분이 거의 없이 힘 있게 스토리를 끌고 가는 작가의 역량이 역시 돋보였습니다. 내후년인 2019년 NHK ‘대하드라마’의 집필을 쿠도 칸쿠로가 잡았다고 하니 이 역시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네요!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헐리웃영화가 59년 작 ‘벤허(2016년 작 절대 아님)’와 ‘킹덤 오브 헤븐’ 그리고 한국영화론 ‘영원한 제국,’ 일본 영화론 90년 작 ‘천과 지’인데다 드라마론 한국의 ‘명성황후’와 일본의 ‘아츠히메’ 그리고 ‘토시이에와 마츠’일 정도로 자칭 사극 매니아인 저에게 ‘아사도라’는 취향과는 다소 동떨어진 드라마 장르였습니다. 3-4년 전까진 말입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상반기 아사도라인 배우 호리기타 마키 주연의 ‘우메짱 선생’을 접하곤 많은 것이 변하고 말았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런 드라마도 있구나! 라는 신선한 충격이라고 할까요... 소위 말하는 일본의 ‘착한드라마’에 눈을 뜬 것이죠!

 

물론 ‘아사도라’ 라고 해서 모든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비록 드라마 속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각색했다고는 하나 드라마 자체의 전반적 분위기가 조금 비현실적이라 할 정도로 행복한 느낌이고 출연 배우들의 연기 또한 조금씩 들떠있는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을 모두 잊게 할 정도로 ‘아사도라’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편안함을 전해줍니다. 현실이 답답하고 세상이 나만을 제외하고 저 혼자 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수록 ‘아사도라’ 속 행복한 세상과 착한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것입니다(그러고 보니 ‘아사도라’가 재밌는 현재의 상황이 실제론 우울하다는 말이 되네요! 이건 아닌데...).

 

 

마지막으로 착한 드라마의 진수격인 NHK 아사도라, 즉 ‘연속 TV 소설’ 같은 작품을 우리나라에선 왜 제작하지 못하는 걸까(아니 안하는 걸까요?!)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러 케이블 채널은 말할 것도 없고 공중파이긴 하나 MBC나 SBS 같은 상업방송국은 생각도 안 합니다. 하지만 공영방송사인 KBS는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 까요? 제가 알기론 KBS2도 일본 NHK의 ‘연속 TV 소설’과 똑 같은 타이틀로 아침 드라마를 방송 중 인걸로 압니다. 문제는 그 내용인데요... 흔히 말하는 밤 시간대 ‘막장 드라마’와는 물론 강도의 차이가 있으나 여전히 막장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NHK ‘아사도라’ 정도의 힐링은 생각도 못하는 것입니다.

 

지리적으로 제일 가까운 나라이긴 하나 우리 한국과 일본은 여러 부분에서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가 일본이기도 합니다(물론 반성 할 줄 모르는 일본 우익이나 일부 일본인들은 논외로 치고 말입니다). 단적으로 드라마 하나만 감상해보면 어느 정도 두 나라가 정서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은지 느낄 수 있습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재 NHK ‘아사도라’는 2013년 ‘아마짱’의 성공 이후 제2의 전성기를 꽃피우며 매 드라마 마다 20% 이상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두 자릿수, 즉 10%만 찍어도 성공이라 할 정도로 현재 일본 드라마계는 시청률 부진에 고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시청률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에서도 완성도만 높다면 착한드라마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물론 이게 그저 저 혼자만의 순진한 생각일수도 있습니다만 방송사 입장에서 눈 딱 감고 한번 정도는 시도해볼만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군요. 일단 한번 성공하면 그 뒤는 하지 말라고 해도 죽자 살자 달려들 테죠! 사실 방송사 입장에선 광고 판매액에 죽고 사는 그들만의 사정도 있긴 합니다. 그리고 아침·저녁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막장스런 드라마들이 계속 방송되는 데엔 시청자들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NHK의 ‘아사도라’를 시청할 때마다 우리 방송사들의 막장 드라마들과 계속 비교되는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