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걸그룹 ‘라붐’ 상처뿐인 뮤직뱅크 1위와 ‘음반 사재기’ 논란

Chris7 2017. 6. 7. 11:51

현재 국내 연예계는 정상급 보이그룹 ‘빅뱅’ 멤버 탑의 대마초 흡연 혐의로 떠들썩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일이 터지기 전이었던 지난 4월말엔 걸그룹 ‘라붐’으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루기도 했습니다. 바로 라붐의 KBS2 기요순위 프로그램 ‘뮤직뱅크’ 1위 등극으로 야기된 ‘음반 사재기’ 논란이 그것입니다.

 

 

 

 

지난 4월 28일 방송된 KBS2 ‘뮤직뱅크’에서 라붐은 ‘휘휘’로 아이유의 ‘사랑이 잘’을 꺾고 데뷔 이래 처음으로 방송 순위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곧 ‘음반 사재기’ 의혹에 휩싸이고 말았습니다. 라붐의 ‘뮤직뱅크’ 1위 장면이 전파를 탄 이후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라붐이 음반 사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며 여러 증거들이 게재됐습니다. 누리꾼들은 우선 ‘뮤직뱅크’가 1위를 뽑기 위해 기준을 둔 음반 점수를 지적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초동판매량(음반 발매후 일주일동안 판매되는 양)이 26000장 정도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 앨범의 초동이 900장이었고, 총판이 3000장이었는데 갑자기 초동 판매량이 28배정도 뛰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라고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어 그는 “26000장이면 여자친구 러블리즈 걸스데이 AOA보다 많이 판 수치다. 그런데 음원은 차트아웃되서 300위권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다수의 누리꾼들 역시 “700원 음원이 2만 다운로드를 못 넘었는데 13000원 음반이 28000장이 팔렸으면 누구나 의혹을 가질 수 있는거 아닌가?”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뮤직뱅크랑 소속사는 조사를 받아야 된다” “시청자와 팬들을 농단하네”라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당시 걸그룹 라붐의 ‘음반 사재기’ 논란은 초유의 관심 속에 일파만파로 번져나갔습니다. 라붐의 소속사 글로벌에이치미디어 측에선 이에 대해 “지난 2월 프랜차이즈 요식업체 S사와 광고 모델 계약을 맺었”고 “광고주 측에서 국내외 매장의 프로모션용 고객 증정 이벤트를 제안하며 유통사를 통해 CD를 구입”한 것이라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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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라붐의 논란 한가운데에 ‘음반 사재기’ 의혹이 있습니다. 일단 한국에서 음반 및 음원 사재기는 현 시점에서 엄연히 ‘불법’입니다.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6조는 “음반/음악영상물관련업자등이 제작, 수입 또는 유통하는 음반 등의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해당 음반 등을 부당하게 구입하거나 관련된 자로 하여금 부당하게 구입하게 하는 행위”를 금하며, 이를 어겼을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법률은 지난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지난 3월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하지만 위의 법률이 실제적으론 현 우리 가요계의 주도적 유통경로로 자리 잡은 ‘디지털음원 사재기’를 규제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되었다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일부 아이돌 팬들 외엔 관심 밖으로 밀려 난지 오래인 방송사 음악순위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영향력이 거의 없다시피 한 '음반 사재기'를 위험을 무릅쓰고 라붐의 소속사 글로벌에이치미디어 왜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다수의 대중문화 평론가들과 언론은 라붐의 ‘음반 사재기’ 논란이 그저 광고주 측과의 조율과정에서 도출된 단순 사업 방향 정도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에는 음반판매에 따른 방송사 차트 상위 랭크로 광고주 측 홍보효과가 상승하리란 청사진 정도는 포함돼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글로벌에이치미디어 측 목표는 바로 이 같은 이벤트를 성사시켜 2만여 장 넘는 음반을 선판매한 시점에 이미 달성된 것입니다. 그쪽이 훨씬 더 큰 거래고, 실질수익과 연결된 거래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대중음악시장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쪽은 글로벌에이치미디어 측입니다. 4년여 간 지지부진했던 팀이 억지 차트 입성 하나로 갑자기 주목받으리란 기대는 이미 접고 있었을 공산이 큽니다. 그런 효과는 EXID나 여자친구의 상황처럼 어디까지나 대중발 현상이 일었을 때나 성립 가능합니다. 결국 방송사 차트 입성은 곁가지 보너스 효과(그것도 상당부분 광고주를 만족시키기 위한) 정도로만 생각한 것이었는데, 거기서 문제가 터진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크게 보면 이번 사태는 그저 해프닝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방송사 음악차트는 현 시점 시장구성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합니다. ‘뮤직뱅크’ 1위를 한번 놓쳤어도 아이유의 신곡은 여전히 잘 나갔고, 1위를 차지하고 노이즈 효과까지 가세했음에도 라붐의 신곡은 음원차트 진입에 맥을 못 추고 말았습니다. 오직 라붐 측에 오명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에 따른 진정한 피해자는 과연 누구일 지도 쉽게 가늠이 될 것입니다. 소속사와 광고주 측은 애초 이 같은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고 전략을 기획하거나 실행한 측입니다. 피해를 말하기엔 책임이 너무나 뚜렷합니다. KBS 측 또한 분명 신뢰도에 피해를 본 건 맞지만, 애초 존재의미 자체가 약화돼가던 ‘뮤직뱅크’에 책임 부분을 지적받으면서 존재감을 늘렸습니다. 궁극적으론 노이즈 마케팅으로 인한 득이 더 많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진정한 피해자는, 이 같은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사실상 팀의 존폐 여부까지 불투명해진 라붐의 솔빈, 율희, 해인, 유정, 소연, 지엔 등 여섯 멤버들 개개인이라 봐야합니다. 2014년 데뷔 후 4년여에 걸쳐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제대로 뜨지 못한 것만으로 충분히 불안한데, 그나마 행사 중심으로라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대중적 이미지 기반마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딱히 동정론을 부여할 상황까진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들의 미래가 많이 걱정되는건 사실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해온 팀이기 때문입니다. 시장 차원의 자연소멸 외에 다른 요인으로 무너지기엔 그런 노력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개인적으로 라붐의 ‘상상더하기’란 곡을 상당히 좋아하는데(상업적 성공 유·무와는 별개로), 최근 수년간 발표된 많은 걸그룹 곡들 중 블랙핑크의 '불장난'과 함께 가장 호감도가 높은 곡입니다. 때문에 이번논란으로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더더욱 안타깝게 다가오지 않을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