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대립군’ 정윤철 감독, 교차상영 고충 토로 하지만 문제는 영화의 완성도

Chris7 2017. 6. 8. 07:13

해외 대작 상업영화들이 속속 개봉·상영 중인 가운데 이들을 상대로 고군분투 중인 국내영화 '대립군'의 정윤철 감독이 교차상영에 따른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정윤철 감독은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대립군'을 내일부터 극장에서 보기 힘들다. "예매 1등인 '미이라'에 극장을 왕창 몰아주며 '대립군'과 '노무현입니다'가 직격탄을 맞았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늘 지적해왔기에 내 영화가 혹시나 극장을 너무 많이 차지할까 봐 내심 걱정했는데 기우였다"며 "6일 만에 퐁당퐁당 교차 상영이라니…"라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또 정윤철 감독은 "대한민국은 정녕 지옥"이라며 "대통령이 아무리 바뀌어도 재벌들이 안 바뀌면, 돈이 최우선이면 아무 소용없다. 승자독식, 1등만 살아남는 사회는 정글이지 사람 사는 곳이 아니다. 90억 원짜리 영화가 이렇게 당하는데, 작은 독립영화들은 얼마나 우습고 하찮은 파리목숨이겠냐"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정 감독이 이처럼 격앙된 글을 올린 것은 공휴일인 6일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미이라'가 극장가를 싹쓸이할 조짐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미이라'의 실시간 예매율은 60.0%를 기록 중입니다. 예매 관객 수만 16만 명이었습니다. '원더우먼'과 '캐리비안의 해적: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각각 예매율 9.1%와 7.5%로 2위와 3위를 기록했습니다.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와 한국영화 '대립군'의 예매율은 4위와 5위에 머물렀습니다. 한편 지난달 31일 개봉한 '대립군'은 1592년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양반을 대신해 군역을 치르던 대립군과 임시조정을 이끌게 된 광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달 5일까지 누적 관객 66만7954명을 동원했습니다.


하지만 정감독의 토로를 대하는 대다수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한 편입니다. 우선 영화가 그리 재밌지가 않다는 평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제작비 90억 원을 들여 손익분기점이 300만인 영화치고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정재 여진구 김무열 등 주요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기는 하나 영화 런닝타임 내내 지나치게 고생스런 모습만 강조돼 감상하기에 숨이 찰 정도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스토리 진행의 개연성도 떨어진다는 평입니다.


또 하나 네티즌들이 꼬집는 점은 과연 ‘대립군’이 대형 상업자본을 등에 업은 외화들의 스크린 독점을 논할 자격이 되냐는 것인데요... 사실 ‘대립군’은 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 리얼라이즈픽쳐 그리고 베르디미디어 등이 제작을 맡고 20세기폭스코리아(주)가 배급을 맡은 영화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대립군’ 역시 대형 상업자본이 뒤를 받치는 영화인 것입니다. 때문에 정윤철 감독의 교차상영에 대한 변이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반응입니다. 만약 영화가 재밌고 관객 수가 눈이 띄게 많았다면 이 영화 역시 다른 영화들을 밀어내고 상영관을 독식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인 것입니다.



▲ 영화 ‘대립군’에서 광해(여진구·사진 왼쪽)와 광해의 호위를 맡은 대립군 토우(이정재).



결론적으로 ‘대립군’ 정윤철 감독의 토로는 맞습니다. 감독 개인에게는 말입니다. 그 자신으로선 억울하고 안타깝겠죠! 자신의 영화가 외국 상업영화들에 밀려나니까요. 하지만 많은 수의 네티즌들의 주장 역시 맞습니다. 그들에겐, 저를 포함해서, ‘대립군’ 역시 대형 자본에 의해 제작되고 배급되는 영화의 하나일 뿐입니다. 문제는 위에 언급된 외화들, 즉 '원더우먼'과 '캐리비안의 해적: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리고 친절한 톰 아저씨라는 닉네임을 가질 정도로 국내에서 큰 팬덤을 보유한 배우 톰 크루즈 주연의 '미이라'를 능가할 만한 완성도와 재미를 영화 ‘대립군’이 가지질 못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과거 수많은 국내 소자본 영화들이 대형 상업자본에 밀려 소위 ‘퐁당퐁당’의 비애를 맛봐야 했습니다. ‘대립군’ 정윤철 감독의 고충과 억울함도 모르는바 아니나 관객입장에선 그의 영화 역시 ‘을’보단 ‘갑’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영화 ‘대립군’의 완성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