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영화 ‘군함도’ 역사왜곡과 스크린 독점 논란 속 흥행 질주

Chris7 2017. 7. 30. 09:21

올여름 극장가 최고의 화제작인 영화 '군함도'가 개봉과 동시에 이런저런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황정민,송중기,소지섭,이정현 그리고 김수안 등 탑 클래스 배우들이 출연하고 스타감독인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군함도'는 지난 29일 하루 동안 101만 5017명을 동원해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누적 관객 수는 314만 8962명입니다. 지난 26일 개봉한 '군함도'는 4일 만에 300만 관객 돌파했습니다. 이는 역대 최고 흥행작인 '명량'과 지난 해 유일하게 천만 영화에 등극한 '부산행'과 같은 속도입니다.





영화 '군함도'는 약 260억 원의 제작비, 스타감독과 배우의 만남 등으로 일찌감치 천만영화 타이틀을 '예약'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기대에 부응하는 흥행결과와는 별개로 개봉과 함께 뜻하지 않는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극장가의 핫이슈가 되고 말았습니다.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역사 왜곡, 스크린 독과점, 작품성에 대한 실망감 등으로 수렴됩니다. 이런 논란은 대체로 관객의 기대와 영화 간 괴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군함도'는 개봉 전부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파야 할 비극적 역사" 등으로 역사속 실제 존재하는 군함도의 진실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춰 애국심 마케팅을 펼쳐왔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조선인 강제징용의 비극적 실화보다는 탈출극에 초점을 맞춘 액션 블록버스터에 가깝다는 평이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소재에 대한 관객의 기대와 마케팅, 영화 내용이 엇박자를 내면서 논란을 불러왔다는 것이 영화계의 분석입니다. '굳이 군함도를 끌어들이지 않아도 되지 않았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지점입니다. 역사속 군함도는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시키며 국내외에서 한차례 큰 역사논란을 일으켰던 곳입니다.


물론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는 사실에 기반한 창작물"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리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맺힌 한을 대탈출이라는 컨셉트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역사 왜곡 논란도 이런 연장선에 있습니다. 논란은 여러 갈래입니다. 군함도에서 핍박받는 조선인의 실상을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는 고증 논란부터,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조선인을 일본인보다 더 악랄하게 그려 '친일' 논란까지 일고 있습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일장기를 찢고, 촛불을 드는 모습 등을 거론하며 '국뽕' 영화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한 작품을 두고 관객의 성향과 역사인식에 따라 양극단의 평이 오가는 것입니다.


류 감독은 이런 논란에 대해 "영화를 준비하는 내내 수년 동안 소품 하나하나까지 철저히 고증을 받았다"면서 "집단탈출조차도 군사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사실에 가깝게 재현하려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일본 제국주의에 편승한 친일파의 존재는 사실이며, 역사적 청산이 이뤄질 때까지 지적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영화계의 고질적 병폐중 하나인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피하지 못했습니다. '군함도'는 개봉일인 지난 26일 하루 만에 97만516명을 동원하며 역대 최다 오프닝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는 지금껏 가장 많은 총 2천27개 스크린에서 1만174회 상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말에도 1천900여 개의 스크린을 유지하며 주요 상영 시간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사실 스크린 독과점은 '군함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바로 직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스파이더맨:홈커밍'도 최다 1천965개 스크린에서 상영됐고, 상영점유율은 63%에 달했습니다. 그런데도 '군함도'가 유독 비판을 받는 것은 배급과 상영을 겸영해온 CJ E&M의 그간 행태에 대한 반감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영화의 메시지와 연결해 비판하기도 합니다.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없도록 스크린을 독점하는 행태가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려는 '군함도'의 주제 의식과 상충한다는 시각입니다.


또한 영화의 작품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물론 군함도의 거대한 세트, 압도적인 스펙터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단선적인 스토리와 평면적인 캐릭터, 억지 감동을 유발하려는 장면 때문에 류 감독 특유의 개성 있는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다소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와 관련해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여러 의견들이 분분한 가운데 “'군함도'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 섬을 알기나 했을까, 강제 징용에 관심이나 가졌을까”라며 영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상업영화를 다큐멘터리로 보는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영화가 재미없으면 제아무리 스크린을 독점하고 화제성이 크더라도 관객들이 찾지를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옵니다.


물론 일정부분 설득력 있는 말들입니다. 문제는 군함도란 장소와 그곳에서 강제징용생활을 한 많은 조선인들의 참상이 실제 역사속에서 존재했고 그 뒤에는 일본 제국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예능 프로그램이 실제 역사를 소재로 삼을 때, 특히 일본에 의한 강제 식민지 시대, 그저 예능이니, 드라마니, 혹은 영화니 다큐로 보지말고 예능, 드라마 그리고 영화로만 봐달라고 부탁하는건 처음부터 무리가 따른다 할 수 있습니다. 35년간의 일본 식민지 시대가 우리 민족에게 남긴 생채기가 너무나 큰 까닭입니다. 이래저래 ‘군함도’는 올여름 높은 기온만큼이나 국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최고의 화제작임에는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