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4일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발사를 통해 미사일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및 단 분리 기술을 시험했다고 5일 밝혔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화성-14' 시험발사를 현장에서 참관했다며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이번 시험발사는 새로 개발한 대형 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의 전술·기술적 제원과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며, 특히 우리가 새로 개발한 탄소 복합재료로 만든 대륙간탄도로켓 전투부 첨두(탄두부)의 열견딤 특성과 구조 안정성을 비롯한 재돌입(재진입) 전투부의 모든 기술적 특성들을 최종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돌입 시 전투부에 작용하는 수천도 고온과 가혹한 과부하 및 진동 조건에서도 전투부 첨두 내부 온도는 25∼45도의 범위에서 안정하게 유지되고 핵탄두 폭발 조종 장치는 정상 동작하였으며, 전투부는 그 어떤 구조적 파괴도 없이 비행하여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통신은 또 "1계단 대출력 발동기(엔진)의 시동 및 차단 특성을 재확증하고 실제 비행조건에서 새로 개발된 비추진력이 훨씬 높은 2계단 발동기의 시동 및 차단 특성과 작업 특성들을 확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새로 설계한 계단 분리(단 분리) 체계의 동작 정확성과 믿음성을 검토하였으며, 전투부 분리 후 중간 구간에서 중량 전투부의 자세조종 특성을 재확증하고 최대의 가혹한 재돌입 환경 조건에서 말기 유도 특성과 구조 안정성을 확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4일 발사한 ‘화성-14형’ 미사일은 지금까지 외부 형태가 완전히 공개되지 않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입니다. 지난 5월14일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KN-17)의 ICBM급 개량형이나 파생형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미 정보당국은 2015년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ICBM KN-14를 ‘화성-14형’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화성-14형’ 미사일은 탄두가 뭉툭한 KN-14와는 달리 뾰쪽한 형태에 가깝습니다.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은 화성-14형이 화성-12형의 파생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1단 추진체로 구성된 발사체인 화성-12형을 2~3단 발사체로 확장했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이 공개한 화성-14형과 발사대 사진을 보면 지난 4월15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 미사일은 한 축의 바퀴가 8개인 이동식발사차량에 탑재한 원통형 관 안에 들어 있어 실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화성-12형의 1단 추진체인 고출력 엔진은 북한이 3월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발사장에서 연소시험을 한 것입니다. 당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엔진 연소시험을 ‘3·18 혁명’으로 부르며 극찬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에는 ICBM 2~3단 추진체 엔진 시험을 하며 ICBM 시험발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하기도 했었습니다.
한편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4일, 미국 CNN방송은 “이제 핵무장을 한 북한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방송은 북한이 “세계 어디든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시험했다”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습니다. 미국진보센터(CAP)의 애덤 마운트 수석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응할 좋은 옵션이 별로 없다. 중대한 한계점에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외교적 약속은 당분간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여기에 더해 호주 로위국제정책연구소의 유안 그레이엄은 북한의 ICBM 개발에 대해 빌 클린턴 행정부때부터 시작된 미국 외교정책의 실패라고 언급하면서 “ICBM이 실제로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한다면 이는 미국의 대응을 움직일 위험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폭스뉴스는 “아직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지만 ICBM 실험으로 확인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핵 교착상태에 직면할 수 있다”며 “잠재적인 게임체인저(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AP통신은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잠재적 핵 재앙의 기폭장치로 여겨져왔던 레드라인(red line)을 넘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AFP통신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미국 언론이나 전문가들 지적대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 성공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은 중대 고비를 맞게 됐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최대의 압박’이라는 기조에 따라 우선은 제재를 강화하고 외교적·경제적 해법을 찾는 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 내에서 대북 군사적 대응 여론도 고개를 들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ICBM 개발을 레드라인, 즉 용납할 수 없는 한계선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 수준을 ICBM 개발 여부에 맞춰 평가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ICBM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은 핵을 탑재한 미사일이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북핵이 한국이나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보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달 12일 하원 청문회에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면서 “북한이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시급하고 위험한 위협”이라고 밝혔습니다.
ICBM 발사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발표로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미국의 기조가 당장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압박과 제재는 더욱 강경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트럼프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 사실이 전해진 뒤 트위터에 “이 사람(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할 일이 그렇게 없나”라며 “중국이 북한을 더 압박해 이런 난센스를 완전히 끝낼 것”이라고 썼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 중단 등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럼프는 ‘중국 역할론’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았지만, ‘독자적 해결’ 가능성도 계속 열어뒀습니다. 중국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이나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을 본격화할 수도 있습니다. ICBM을 막기 위한 미사일방어(MD) 프로그램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지난 5월30일 ICBM에 준하는 미사일을 발사하고 캘리포니아에서 요격 미사일을 쏘아올려 대기권 밖에서 타격하는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언론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군사적 대응 여론도 조금씩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정부는 군사적 수단과 관련해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며 모호한 태도를 유지해왔습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발표만으로 미국 정부 차원에서 군사적 대응을 논의하거나 한국의 동의 없이 독자적 대응에 나서기는 힘들지만, 북한이 ICBM 실전배치 단계로 접어든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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