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 내각 지지율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이 지난 17, 18일 양일간 실시해 19일 일제히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은 최저 36%에서 최고 49%를 기록해 한 달 전보다 6∼12%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베 정권은 18일 폐회한 정기국회에서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학원의 수의학과 신설 특혜 의혹을 고압적으로 무마하고 공모죄법(조직범죄처벌법 개정안)을 강행 통과시켜 비판을 받고있는 상황입니다.
내각 지지율 49%를 기록한 요미우리신문 조사의 경우 전달의 61%보다 12%포인트 추락한 수치입니다.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입니다. 반면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28%에서 41%로 13%포인트 올랐습니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는 ‘총리를 신뢰할 수 없어서’(48%)가 가장 많이 꼽혔습니다. 가케학원 스캔들에 대해 “절차가 적절했다”는 정부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대답은 70%였습니다.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선 아예 지지와 반대가 역전됐습니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36%로 전달보다 10%포인트 하락한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4%로 9%포인트 증가했습니다. 범죄를 공모 단계에서 처벌할 수 있게 한 공모죄법 강행 처리에 대해선 ‘충분히 심의되지 않았다’가 69%, ‘충분히 심의됐다’가 12%로 부정적 답변이 훨씬 많았습니다.
일본 언론은 이 같은 현 정부에 대한 일본 국민의 불만이 다음 달 2일로 다가온 도쿄도의회 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아베 정권이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자 8월경 개각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개각이 이뤄진다면 총리 측근으로 제2차 아베 내각 발족 때부터 함께해 온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자민당 간부 인사에서는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처럼 ‘사학 스캔들’과 공모죄법 강행 통과 등으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반대편에선 고이케 유리코 현 도쿄도지사가 웃음을 짓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베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고이케 도지사 지지로 연결되고 있는 것입니다. 산케이신문 조사에서 고이케 도지사에 대한 도쿄 도민의 지지율은 68.6%에 달했습니다. 특히 자민당 지지층의 58.3%가 고이케 도지사를 지지한다고 밝혀 주목되고 있습니다. 고이케 도지사는 아베 총리 측과 관계가 나빠져 자민당을 탈당하고 정면대결에 나서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개헌에 찬성하는 등 우익 성향 정치인이기 때문에 자민당 지지층도 큰 거부감이 없는 형편입니다.
이에 따라 다음달 2일 치러질 도쿄 도의원 선거에서 고이케 도지사가 이끄는 신생 지역정당 ‘도민퍼스트회’가 도의회 최대 세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 10∼11일 도쿄신문 조사에서는 도쿄 도의원 선거 때 투표할 정당으로 ‘도민퍼스트회’가 22.6%를 차지해 자민당(17.1%)을 제치고 선두에 올랐습니다.
엄밀히 말해 고이케 도지사는 극우 성향의 정치인입니다. 발언 자체만 보자면 아베 총리보다 더 극우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2003년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의 핵무장에 대한 질문에 “국제 정세에 따라 검토할 일”이라며 필요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혐한 단체인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에서 강연한 적도 있으며, 아베 총리의 개헌 움직임을 뒷받침하는 우익 단체 ‘일본회의’의 회원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보기 싫은 아베 총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고이케 도지사가 결코 우리 입장에선 긍정적이지 못하기에 우려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때 욱일승천의 기세로 지지율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아베 총리가 이런저런 스캔들 등으로 인해 기세가 크게 꺾인 형국입니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도쿄 도의원 선거에서 현재의 예상대로 고이케 도지사의 ‘도민퍼스트회’가 자민당을 상대로 돌풍을 일으킨다면 아베 총리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 됩니다. 패전국가의 굴레에서 벗어나 ‘전쟁 가능한 국가 건설’을 인생 최대 과업이자 업적으로 여겨온 아베 총리의 향우 행보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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