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

기시다 후미오, 이시바 시게루 등 재부상하는 일본의 ‘포스트 아베’ 주자들

Chris7 2017. 7. 4. 10:00

일본 아베 총리의 집권 자민당이 2일 치뤄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지역 정당에 참패했습니다. 2012년 이래 지속된 아베 불패 신화가 깨진 것입니다.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 구상에도 먹구름이 낄 전망입니다. 미니 총선으로 불린 이번 일본 도쿄도의회 선거는 아베의 경쟁자로 급부상한 고이케 도쿄 도지사의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고이케 도지사의 지역정당 ‘도민퍼스트회’는 50명이 출마해 단 한 명을 제외한 전원이 당선됐고 지지세력까지 포함하면 도의회 127석 가운데 79석을 얻었습니다. 반면,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기존 57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석을 얻는데 그쳐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총리 자신과 부인을 둘러싼 사학 스캔들과 측근들의 잇단 실언 등에 민심이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비록 도쿄도에 한정된 지방선거이긴 하지만 일본 정치권에 끼친 자민당의 도의회 선거 참패의 후폭풍은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자민당 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포스트 아베’ 그룹의 한명인 이시바 시게루 전 당 간사장은 “역사적 대패라는 점을 (지도부가) 인정해야 한다. 도민퍼스트회(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의 신당)가 이겼다기보다는 자민당이 패한 선거”라고 말했습니다. 당내 파벌 이시바파 회장인 그는 2012년 당 총재선거 당시 1차 투표에서 1위였지만 결선 투표에서 아베에 진 중진입니다.


이에 더해 이시바파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모든 것은 아베가 초래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당의 다른 간부는 “‘아베 끌어내리기’의 목소리가 나올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자민당으로선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이 이번에 도정에서 고이케 지사와 손잡고 23명 전원을 당선시킨 점도 불안 요소입니다.


제1야당 민진당과 공산당 등 야당은 사학재단 스캔들을 계속 추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야당은 현재 국회가 폐회 중이지만 사학재단 관련 상임위원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학재단 스캔들에는 아베의 핵심 측근 의원들이 연루돼 있어 두고두고 아베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에 아베 총리의 지지율도 하락세입니다. 아사히신문의 1~2일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3%포인트 떨어진 38%였습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42%로 5%포인트 올라갔습니다.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더 높은 것은 이 신문 조사에서 2015년 12월 이래 처음입니다.


아베 총리는 내달까지 개각과 당직 개편을 단행해 분위기 반전에 나설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개각 대상에는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 가네다 가쓰토시 법무상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나다는 자위대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듯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가네다는 조직범죄처벌법 개정 추진 과정에서 자질 시비에 휩싸였던 전력이 있습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로 국민적 인기가 높은 신지로 의원의 입각설도 나오고 있습니다.


예전 내각 지지율이 60%를 넘을 때만 해도 “포스트 아베는 (다시) 아베”라는 말이 나왔고,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아베 총리의 3연임은 확실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알 수 없게 됐습니다. 그동안 억눌려 왔던 아베 총리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차기를 노리는 잠룡들도 본격적으로 움직일 조짐이 보입니다.


‘포스트 아베’ 주자들로는 기시다 후미오(60) 외무상과 위에서도 언급한 이시바 시게루(60) 전 지방창생상이 우선 꼽히고 있습니다. 둘 다 당내에서 아베 총리와 거리를 둬온 인물입니다. 기시다 장관은 현 내각의 일원이지만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헌법 개정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또 “아베 시대도 언젠가는 끝난다”고 수차례 말하면서 차기 대권 욕심을 숨기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또한 이시바 전 장관은 당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반아베’ 인사입니다.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연루된 사학 스캔들이 불거졌을 때 “아키에 여사를 국회로 불러야 한다”고 말하는 등 아베 총리의 신경을 자주 건드려 왔습니다. 두 사람 외에 최근 당내 파벌 통합으로 두 번째로 큰 파벌을 이끌게 된 아소 부총리, 거물 여성 정치인인 노다 세이코(57) 전 총무회장도 내년 총재 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번 도의회 선거 결과로 일약 급부상한 고이케 유리코(65) 도쿄도지사는 자민당 밖의 인물이지만 이번 선거 압승으로 향후 총리 도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추후 신당을 만들어 야권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고이케 지사는 이날 “지사직에 전념하겠다”며 신생 지역정당인 도민퍼스트회 대표에서 물러났습니다. 총리 후보로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정이 없다”며 일단 부인했습니다. 앞으로 자민당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국 차원의 신당 창당 등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고이케 도지사의 총리 도전은 차기 보단 차차기에 무게가 실린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총리를 향한 그의 가도에 넘어야할 허들이 여러개 놓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금은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지만 그의 극우적 성향도 막상 총리자리를 논하자면 큰 장애물이 될 것입니다. 현실적으론 내년 9월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만약 아베가 낙마한다면 기시다나 이시바 등의 인물이 당의 총재 그리고 내각 총리자리에 오를 것입니다. 물론 아직 1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기에, 또 어떤 상황으로 일본 정치권이 변할지 알 수 없기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입니다. 하지만 굳이 희망 섞인 예상을 해 본다면 상대적으로 균형 잡힌 역사관과 한국에 대한 입장을 지닌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자 전 지방창생상이 차기 총리 자리에 오르는 것이 한국입장에선 최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베가 물러난 자리에 꼴통(?) 극우 고이케가 들어서는 일만은 없어야 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