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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중도우파 에마뉘엘 마크롱 최연소 대통령 당선

Chris7 2017. 5. 8. 08:15

프랑스 대선에서 프랑스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39)이 극우진영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48)을 꺾고 역대 최연소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프랑스 주요 여론조사기관들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 종료 직후 마크롱이 르펜을 상대로 65.5∼66.1%를 득표할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르펜의 득표율은 33.9∼34.5%로 추산됐습니다. (참고로 프랑스 여론조사와 출구조사는 상당히 정확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1주일 전 치러진 1차 투표에서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1차 투표 상위 1·2위 후보들이 이번 결선투표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대선 결과로 마크롱은 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 이어 프랑스 제5공화국의 여덟 번째 대통령직에 오르게 됐습니다.





올해 만 서른아홉살인 마크롱은 역대 프랑스 대통령 중 최연소이며, 현 주요국 국가수반 중에서도 가장 젊은 정치지도자입니다. 또한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비주류 정당 출신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마크롱은 올랑드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을 거쳐 경제장관을 역임했습니다. 선출직 경험이 전무한 그는 '앙 마르슈'(En Marche·전진)라는 창당 1년 남짓 된 신생정당을 기반으로 단숨에 대권 도전에 나서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유럽연합(EU) 잔류, 자유무역, 개방경제, 문화적 다원주의 등을 내건 마크롱은 이번 대선에서 유럽연합과 유로존 탈퇴, 보호무역, 고립주의, 프랑스 우선주의 등을 내세워온 르펜에 맞서 '개방' 세력을 대표해왔습니다.


마크롱은 승리 일성으로 파리의 앙마르슈 본부에서 "우리의 긴 역사의 새 장이 오늘 열린다. 희망과 새로운 신뢰로 가득 찼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선거과정에서 여러분들의 분노와 우려, 의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우리를 파괴하는 분열에 맞서 온힘을 다해 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유럽과 유럽 시민들의 연결고리를 재건하겠다"며 강한 유럽연합 건설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아울러 마크롱은 "프랑스는 테러와의 싸움의 최전선에 설 것"이라면서 잇따른 테러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결선에서 마크롱에게 고배를 든 르펜은 패배를 시인하고 마크롱에게 "거대한 도전들에 맞서 성공을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선거대책본부에서 한 지지자집회 연설에서 마크롱에게 전화를 해 승리를 축하했다고 밝히고, 이번 대선이 프랑스 극우세력에게 "역사적이고 엄청난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러면서 "극우 전선은 역사적인 기회를 맞아 프랑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우 새로워져야 한다"며 "새로운 정치 세력이 되기 위해 우리 운동을 탈바꿈하기 시작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르펜의 이런 발언은 당장 내달 11일과 18일로 다가온 프랑스 총선에서 이번 대선의 모멘텀을 바탕으로 '올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르펜 측에서 덕담만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국민전선(FN)의 선거대책본부장 플로리앙 필리포는 기자들에게 "마크롱의 승리는 금융 기득권 세력의 승리"라고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대선의 기권율은 25.3%로 나타나서 눈길을 끕니다. 1969년 대선 이후 사상 최고치이기 때문입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사상 처음으로 중도와 극우의 대결로 압축된 결선투표에서 진보진영 유권자들의 포기가 높은 기권율로 이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프랑스 대선 결과 친 EU 성향의 중도 우파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되며 한동안 이어졌던 프랑스의 EU 탈뢰, 즉 ‘프랙시트’ 현실화에 대한 우려감은 일단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오는 9월의 총선에서 4선 연임을 노리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의 행보에도 탄력이 붙을 것 같습니다. EU의 양대 축인 프랑스와 독일에서 친 EU 성향의 지도차가 자리를 잡으며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후 큰 위기에 빠졌던 EU의 위상도 어느 정도 안정화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한달 후 치러질 프랑스 총선에서 마크롱 당선자의 소속 정당인 앙마르슈가 어느 정도의 의석수를 확보하느냐에 향후 프랑스 정국이 안정화 되는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결정될 것입니다. 현재 앙마르슈는 의회에 단 한 석도 가지지 못한 상태입니다. 만약 총선에서 극우 성향의 국민전선이 현재의 의석수보다 대폭 늘어난 원내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면 또 한번 ‘프랙시트’가 이슈화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국도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러모로 국제 정치권의 흐름이 주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