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일인 5월 9일을 한 달여 앞두고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모두 결정되었습니다. (원내 의석수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그리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그들입니다. 이처럼 주요 정당들의 대선 후보들이 정해지자마자 후보별 지지율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가파릅니다. 가히 대세론이라 할 만큼 문재인 후보의 독주체제가 이어지던 대선판이 흔들리기 시작 한 것입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강 구도'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선 ‘문재인 대세론’을 ‘안철수 대안론’이 위협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철수 대안론’은 문재인만은 절대 안 된다는 중도층과 보수층내의 문재인 비토유권자들이 그 대안으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엔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야권지지층도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안철수 대안론’이 ‘문재인 대세론’을 넘을 수 있을까요?
YTN·서울신문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4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42명을 대상으로 유선(39.2%)·무선(60.8%) 전화면접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문재인 후보는 38.2%, 안철수 후보는 33.2%의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홍준표 후보는 10.3%, 심상정 후보는 3.5%, 유승민 후보는 2.7%, 김종인 무소속 후보는 1.2%로 뒤를 이었습니다. 안 후보는 최근 JTBC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도 31.8%를 얻어 2위를 기록하면서 39.1%를 얻어 1위를 차지한 문 후보의 뒤를 이었습니다. 연이은 다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30%대로 올라선데 이어 일부 언론사가 진행한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서는 결과까지 나오며 '문재인 대 안철수'의 ‘양강 구도’가 굳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이에 고무된 듯 안 후보는 ‘양강 구도’ 속 승리를 자신했습니다. 그는 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들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될 수 있도록 집단지성을 모아주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안 후보는 이어 "제가 1월 초,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이번 대선은 저와 문 후보의 양강구도로 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그 기사를) 쓴 기자분도 안 믿었을 것"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이미 정권교체는 결정된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번 대선은 '안철수에 의한 정권교체가 좋은가 문재인에 의한 정권교체가 좋은가'만 남았을 따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반면 대세론에 제동이 걸린 문재인 후보 측은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를 평가절하하며 '정의로운 통합'이라는 기존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안 후보에 대한 지지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국무총리,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을 거친 이른바 '부유층(부동층) 유권자'에게 나온 만큼 견고하지 않은데다, 안 후보에 대해 본격적인 검증이 이뤄질 경우 조정기를 거쳐 지지율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 후보 측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선 대세론에 빠져 판세 상황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치컨설턴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을 계기로 정권심판론은 더 이상 작동하기 힘든 전략이 됐는데, 문 캠프가 상황 변화를 읽지 못하고 대세론에 안주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론 문 후보와 안 후보 중 누가 더 나은 국가 비전을 보여 주느냐가 승부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후보 진영에서 안 후보의 가파른 상승세를 막기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새 선거 전략 구축 외에도 당내 경선 후유증 극복이 시급하지만 최근 문 후보의 이른바 '양념' 발언 이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입니다. 여기에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언주 의원을 시작으로 비문(비문재인)계 의원들의 탈당설도 다시 제기되고 있어 문 후보를 둘러싼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한 달여 가량 남은 5.9 대선 판세는 다자구도 속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로 빠르게 구축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심판론에 유력한 보수 후보들까지 줄줄이 중도하차함으로써 이번 대선이 전례 없는 '야 대 야' 대결로 치러질 것이란 분석은 일찌감치 제기됐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세론'을 급속히 해체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 즉 이른바 ‘안철수 대안론’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본선의 막이 오르자마자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정치 전문가들은 안 후보의 강세를 ‘문재인 대세론’을 상쇄할 ‘안철수 대안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즉 야권 지지자 중 상당수는 정권교체를 위한 대안으로 문 후보를 지지했는데, 안철수로도 이길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기면서 구여권은 물론 구야권 내에서도 안 후보를 대안으로 찾는 성향이 나타난 것이라는 말입니다. 다만 안 후보로 유입된 지지자의 충성도는 문 후보 지지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안 후보가 민주당과 한국당에서 동시에 정체성에 대한 공격을 받을 경우 표심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도 분석했습니다.
정치권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예상보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매섭다보니 설왕설래가 많습니다.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승리하면 안희정 후보측 지지자들의 안철수 후보로의 이동은 일견 예견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그 강도가 일반적 예상보다 강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게다가 여론조사 결과 TK(대구·경북) 지역의 보수표가 안 후보로 많이 이동 된데다 60대 이상의 표심도 안후보로 쏠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안철수 대안론’이 ‘문재인 대세론’을 넘는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보수층 표심이 안 후보 측으로 쏠리면 쏠릴수록 안 후보 지지자들 중 중도층과 젊은층, 특히 호남 표심의 이탈도 현실화 할 수 있습니다. ‘안철수 대안론’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 달 사이에 대선 판세가 어디서 어떤 이유로 또 다시 뒤흔들릴지 알 수 없기에 ‘문재인 대세론’과 ‘안철수 대안론’의 승부를 예측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 지금 현재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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