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의 새 코너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진짜 사나이’ 후속으로 지난 4일 첫선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혹시나’했으나 결과는 ‘역시나’였다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방송사들의 주간 심야 예능들이 신통치 않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저조한 평가를 잇고 있는 가운데 주말 예능만큼은 여전히 초강세를 보이며 시청률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 중에서도 MBC ‘일밤’의 경우, ‘복면가왕’을 중심으로 그 이름 값 만큼이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명성을 잇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MBC ‘일밤’은 최근 ‘진짜 사나이’를 과감히 종영(시즌휴식?)시키고 ‘몰래카메라(몰카)’ 컨셉트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편성해 방송을 시작한 것입니다.
드라마 계에도 막장 빠진 신선한 소재들의 드라마가 시청률 독주를 잇고 있는 상황에서 예능 역시 SBS ‘씬스틸러’ 등 새로운 예능들이 시청자 층을 확보하며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수십 년 전 인기를 모았던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를 9년 전 재탕 했다 큰 재미를 못 봤음에도 불구하고 삼탕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선택한 ‘일밤’의 과감한 도전에 기대와 함께 우려도 컸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일단 ‘역시나’였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제 2회를 마친 상황에서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성패를 언급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 게시판 등을 보면 ‘새롭지 못한 컨셉트’라는 지적과 더불어 ‘재미와 감동 실종’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호평 보다는 혹평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반전을 이끌어낼지 의문입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보다 새로운 웃음 코드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년이나 지난 컨셉트가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몰래카메라’가 비단 ‘일밤’ 예능 프로그램명만은 아니겠지만 ‘몰래카메라’ 하면 ‘이경규’가 떠오르고, 그 이상의 신선한 재미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 예능은 그저 재탕, 삼탕의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첫 방송 이후 이경규의 벽이 높았음을 실감한다는 반응이 컸습니다. 제작진은 당초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포맷만 따왔을 뿐, 전혀 색다르고 신선한 접근의 몰래카메라”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나 1, 2회를 선보인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그저 ‘몰래카메라’였을 뿐이었습니다. 이경규의 몰카,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던 것입니다.
최근 배우 김수로가 몰래카메라 프로그램과 관련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아무리 방송 몰카(몰래카메라)지만 상황 파악은 하고 몰카를 해야지. 해외에서 일보는 사람을 서울로 빨리 들어오게 해서 몰카 하는 건 너무나 도의에 어긋난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이 아무리 재미를 추구하지만 이런 경우는 너무나 화난다. 많은걸 포기하고 들어온 것이 진짜 화난다”라며 일침을 가했습니다.
이것이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겨냥한 발언인지 아닌지는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몰래카메라’라는 컨셉트에 대한 솔직한 심경 고백이라는 점에서 묵과할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과거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는 대놓고 프로그램으로 정해서 ‘몰카’를 시도했던 최초 방송이었던 만큼, 당하는 스타들이나 속이는 이경규의 모습이 황당하고 불쾌하다기 보다는 신선한 웃음 코드가 됐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당한 스타들 중 불쾌함을 느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전 국민적으로 돌풍이 된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실’ 보다는 ‘득’이 있었기에 그 불쾌함은 감수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의뢰받은 스타에게 우연을 가장한 스페셜한 하루를 선물하는 ‘몰카’라는 컨셉트답게 그렇게 큰 재미를 이끌만한 요소도, 미션도 없습니다. 세 번째나 시도한 식상한 포맷에 대한 신선한 접근도 없고, 그렇다고 과거의 자극적인 속임도 없으니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그저 삼탕’이라는 평가만 나올 뿐입니다.
여전히 케미를 느낄 수 없는 5명의 몰카단, 여기에 전혀 긴장감 없는 두 팀의 대결, 짝퉁 스타로 속이려는 허술한 컨셉트, 다소 난잡함까지 더해지며 총체적 난국에 봉착한 ‘은밀하게 위대하게’. 시청자의 기대치는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에서 2회 역시 티 나게 어설픈 상황 설정속 재미나 감동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최소한 ‘진짜 사나이’ 시청자 이탈은 막겠다”며 강하게 어필했던 ‘은밀하게 위대하게’ 제작진의 의지와는 달리, 시청자 반응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시청률 역시 동시간대 꼴찌로 곤두박질쳤습니다. 11일 방송된 ‘은밀하게 위대하게’ 2회는 6.6%(닐슨코리아)를 기록, 시청률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MBC는 오랜 기간 숫한 논란에 휩싸였던 ‘진짜 사나이’를 대신해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의욕 차게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은밀하지도, 더 더욱이 위대하지도 못한 식상한 프로그램일 뿐이라고 하다면 너무 과한 혹평일까요? 일부에선 ‘이럴 거면 ‘진짜 사나이’를 폐지(시즌휴식)한 이유가 뭔지 모르정도‘라는 평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본적으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몰카’를 기반으로 하기에 비록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한 선의(?)라곤 하나 일단 대상자를 속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현 시국이 ‘비선실세’니 뭐니 하며 국민을 기만한 정권에 대한 실망감으로 가득찬 상황에서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니... 뭔가 시류를 거스르는 듯한 느낌까지도 듭니다. 프로그램 자체의 참신함이나 경쟁성도 의심되지만 현재의 국민정서나 정국시류와도 맞지 않다는데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고민이 있다 아닐 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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