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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찌개 라면’ 경쟁, 짜장·짬뽕에 이어 다시 불붙은 라면전쟁

Chris7 2016. 9. 1. 08:15

지난해 짜장·짬뽕 라면 대전을 펼쳤던 라면업계가 올 가을에는 부대찌개 라면으로 프리미엄 제품 트렌드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예정입니다. 8월 23일 관련 보도에 따르면 라면시장 점유율 1위 농심은 지난달 3일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을 출시한 이후 업계 2위 오뚜기가 지난달 18일 '부대찌개 라면'을 출시하며 경쟁에 불을 지폈습니다. 업계 점유율 1위이긴 하나 점차 점유율이 하락하며 위기감에 빠진 농심이 먼저 치고나온 상황입니다.





1963년 삼양라면이 처음 나온 이후 20년 가까이 삼양이 라면시장을 지배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초 판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강력한 도전자 농심이 치고 올라왔던 것입니다. 1982년 너구리, 1983년 안성탕면, 1984년 짜파게티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삼양을 압박했습니다. 그리고 1986년 ‘도전자’ 역사에 마침표를 찍은 제품이 나왔습니다. ‘신라면’이었습니다. ‘신라면’은 이후 30년간 라면시장을 지배했습니다. 농심의 점유율은 한때 최고 80%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농심의 점유율은 하락세입니다. 지난해 출시된 ‘진짬뽕’을 앞세운 오뚜기가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농심의 점유율은 50%대 초반까지 떨어졌습니다. ‘신(辛)라면의 시대’에서 ‘신(新)라면 전쟁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농심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53.8%였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7.6%포인트 떨어졌습니다. 1997년 농심이 사업보고서에 점유율 정보를 공개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처음 점유율 50%를 넘긴 1988년으로 돌아갔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신라면의 국내 매출은 2013년 4800억원에서 지난해 4450억원으로 7.3% 줄었습니다.


농심을 위협하는 회사는 바로 업계2위 오뚜기 입니다. ‘진짬뽕’을 앞세운 오뚜기의 시장 점유율은 23.7%로 높아졌습니다. 오뚜기의 시장 점유율은 2014년 16.3%, 2015년 18.3%였습니다. 농심이 잃어버린 시장을 오뚜기가 차지한 셈입니다.


오뚜기의 전략은 마케팅과 신제품이었습니다. 메이저리거 류현진을 앞세워 대대적 마케팅에 나선 오뚜기는 ‘진라면’의 인지도를 높여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회심의 작품 ‘진짬뽕’을 내놨습니다.






사실 짬뽕라면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농심의 ‘오징어짬’뽕이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뚜기는 지난해 여름 짜장면 열풍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짜장면이 유행하면 짬뽕도 많이 팔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중국음식점에서 먹는 짬뽕과 가장 가까운 맛을 내기 위해 불맛을 강화했습니다. 건더기도 많이 넣었습니다. 일반 중국집 짬뽕의 3분의 1 가격인 1370원에 먹을 수 있는 ‘가성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강조한 것도 효과가 컸습니다.

 

농심이 오뚜기에 점유율을 내준 과정은 과거 삼양이 농심에 공격당하던 과정과 비슷하다 할 수 있습니다. 1등과 다른 혁신적 제품이 무기였습니다. 삼양이 닭고기로 라면 스프를 만들 때 농심은 소고기 스프로 도전했습니다. 이어 면발이 굵은 ‘너구리’를 내놓으면서 라면시장에서도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1983년 ‘안성탕면’, 이듬해 ‘짜파게티’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습니다. 1985년 점유율 1등이 된 뒤 내놓은 ‘신라면’은 농심의 혁신 DNA를 상징하는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이런 혁신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입니다. ‘1위의 함정’에 빠졌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농심은 ‘신라면’ 외에 많은 1등 브랜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짜장라면에서는 ‘짜파게티’, 소고기 라면에서는 ‘안성탕면’, 두꺼운 면발 라면으로는 ‘너구리’가 여전히 1위입니다. 1등 브랜드를 가진 것이 독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농심이 시장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신라면’ 이후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고 할 만한 제품은 지난해 출시한 ‘짜왕’이 유일합니다. 이런 가운데 나온 제품이 바로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입니다. 농심의 반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농심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은 2011년 국내 판매가 중단된 '보글보글 찌개면'을 업그레이드한 프리미엄 제품입니다. 사골육수에 햄, 치즈 등을 녹여 진한 국물맛이 특징입니다. 농심 부대찌개면의 특징은 풍성한 건더기입니다. 과거 제품보다 2배 이상 증량한 5.6g의 건더기 별첨 스프를 넣었으며 원물을 그대로 가공한 소시지와 어묵, 김치, 파, 고추 등을 담았습니다.


농심 관계자는 "출시 전 부대찌개면이 소비자 평가에서 짜왕 이상의 호평이 있었던 만큼, 라면시장에서 활약이 기대된다"며 "보글보글 부대찌개면은 짜왕, 맛짬뽕과 같이 요리 수준의 라면이 각광받는 국내 시장 트렌드를 반영해 실제 부대찌개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한 오뚜기의 ‘부대찌개 라면’ 출시는 처음이지만 사골육수 외에 별도의 액상소스를 추가해 부대찌개 전문점 맛을 재현했습니다. 햄, 소시지, 김치, 대파 등으로 구성된 7.2g짜리 건더기 스프로 일반 라면보다 3~4배 가량 건더기가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부대찌개의 맛과 어우러지도록 햄맛 페이스트를 넣어 반죽한 쫄깃한 면발과의 조화로 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는 부대찌개의 맛을 그대로 살렸다고 합니다. 오뚜기 관계자는 "부대찌개 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는 맛 그대로를 가정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고, 밥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는 부대찌개 라면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농심과 오뚜기 등 경쟁사의 연이은 부대찌개 라면 출시에 팔도도 기존에 판매 중인 '놀부부대찌개 라면' 외에 프리미엄 부대찌개면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라면 전쟁이 부대찌개 라면으로 옮겨가 어느 업체가 승기를 잡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지난해에 출시된 프리미엄 짬뽕라면을 참 맛있게 즐겼습니다. 그동안은 딱히 먹을게 없을 때 한 끼 때운다는 생각으로 라면을 먹었으나 ‘진짬뽕’이나 ‘불짬뽕’ 같은 제품은 말 그대로 맛을 즐긴다는 느낌으로 먹었던 것입니다. 아마 어릴 적, 즉 초등학생시절 먹었던 라면 이후 처음으로 라면을 맛으로 즐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역시 어떤 제품이든 경쟁이 치열할 때 명품이 탄생하나 봅니다. 이번 라면제조사들의 부대찌개라면 경쟁에서도 일품 라면 탄생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