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구 출신의 5선인 추미애(서울 광진을)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60여 년 민주당 역사상 처음으로 TK(대구·경북) 출신 여성 당수가 배출된 것입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은 이달 초 전당대회에서 호남 출신인 이정현 의원을 대표로 뽑았었습니다. 이례적으로 여당에선 최초의 호남출신 대표가 그리고 야당에선 최초의 TK출신 대표가 탄생한 것입니다. 추 신임 대표는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추 후보 외에 다른 최고위원들도 대부분 친문·주류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추 대표와 함께 이날 전대에서는 양향자 후보가 유은혜 의원을 누르고 여성 부문 최고위원에 당선됐습니다. 청년 최고위원에는 김병관 의원이 이동학·장경태 후보를 누르고 선출됐습니다. 양 후보와 김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가 4·13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인사들입니다. 이날 선출된 송현섭 노인 부문 최고위원도 문 전 대표 시절 노인위원장을 지냈습니다.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주류를 형성하던 더민주가 ‘친문세력’이 확실한 주류를 형성한 정당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역별 최고위원으로 확정된 전해철(경기·인천), 최인호(영남) 의원은 문 전 대표와 함께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일했고, 김영주(서울·제주) 의원도 경선 과정에서 추 대표와 연대하는 등 범주류에 속합니다. 심기준(충청·강원) 최고위원은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을 지냈고, 김춘진(호남) 의원도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성향입니다. 더민주 지도부가 친문 일색으로 바뀜에 따라 추 대표에게는 계파를 초월해 당을 운영할 것인지와 공정한 대선후보 경선을 어떻게 치를지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추 대표는 이날 전대에서 과반이 넘는 54.03%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대의원 투표에서 51.53%, 권리당원 ARS(자동응답시스템) 투표에서 61.66%, 당원 여론조사에서 55.15%, 국민여론조사에서 45.52%를 득표했습니다. 국민여론조사에서만 과반을 넘지 못했을 뿐 당내에선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셈입니다. 주류 측 당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대의원과 당원들이 좀 더 단결된 모습으로 바뀌기를 원한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대선후보와의 관계에서도 분열된 모습보다는 안정된 관리를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비주류에 속하는 한 의원은 “당 지도부를 특정 세력이 차지하면서 너무 획일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새누리당에서도 친박 세력이 주도권을 차지하다시피했는데, 더민주에서는 친문 세력이 주도권을 쥐면서 다른 대선주자들의 동참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추 대표는 이날 당선 직후 수락연설에서 “저에게 모아주신 한 표 한 표는 분열을 치유하고 강력한 통합으로 강한 야당을 만들어내라, 공정한 대선 경선으로 승리하는 후보를 만들어내라, 그래서 내년에 반드시 정권교체 하라는 명령으로 알고 천명을 받들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대에서는 문 전 대표 시절 온라인 가입 절차를 통해 권리당원이 된 3만5000여 명의 영향력이 다시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탈당 과정에서 ‘문재인 지키기’를 표방하며 입당한 이들이어서 친문 성향이 강합니다. 당 대표 경선 개표 결과 권리당원은 총 5만5124명이 참여해 전체 권리당원의 27.46%에 불과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투표 참여 활동을 펼쳐온 온라인 당원들의 참여 열기는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분석입니다. 이런 경향에 따라 여성위원장 선거에선 유은혜 의원이 대의원 선거에서 양향자 후보를 5%포인트 가량 앞서고도 권리당원 투표에서 33%포인트나 뒤지는 결과가 나타났던 것입니다. 전당대회 현장에 있던 더민주의 한 의원은 “온라인 입당 권리당원의 표심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선 방식을 대선에서까지 적용한다면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주자들은 경선에 나설 이유가 없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여당에선 최초의 호남출신 대표가 그리고 야당에선 최초의 TK출신 대표가 탄생했습니다. 일부에선 호남출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에 맞서 TK출신인 추미애 대표로 맞불을 놓았다는 평도 있으나 그것보단 ‘친문세력’ 결집의 결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보수-진보의 이념적 성향을 떠나 현역 여성정치인들 중 추미애 의원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 편입니다. 이런 생각을 갖게 한 결정적요인은 바로 지난 17대 총선입니다.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은 탄핵열풍으로 ‘친노세력’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해 떨어져 나가며 미니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고 민주당에 남은 추의원은 결국 17대 선거에서 낙선하고 맙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추의원은 민주당의 당대표를 맡으며 고사 직전에 처한 당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지역구는 거의 포기하다시피하고 호남에서 삼보일배 등의 선거운동으로 혼신의 힘을 기울였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현역 국회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당선되어 다시 금배지를 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신의 소속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 보다 그 자신이 총선에서 당선되는게 우선이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추의원은 자신의 낙선을 각오하고서라도 위기에 처한 소속당을 위해 살신성인했던 것입니다.
이번 전당대회결과 대표직과 최고위원직들의 절대다수를 ‘친문세력’이 장악함으로써 당 운영은 안정적으로 행해질 것으로 보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한반도 배치와 세월호 문제 등 정국 현안과 관련해 ‘좌클릭 강경 기조’가 강화될 것임으로 친박계가 장악한 새누리당과의 충돌은 불가피해보입니다. 아울러 내년 대선과 관련해서는 ‘그들만의 리그’로 친노·친문의 대주주인 문 전 대표가 안정적으로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것이지만 결국 외연 확장 실패로 정권교체가 어려울 것이란 극단적 전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추 신임대표로선 입지가 약화된 당내 비주류를 껴안아야하는 또 하나의 숙제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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