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

미 대선, 부통령 후보로 공화 펜스·민주 케인 각각 지명

Chris7 2016. 7. 29. 09:16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민주 양당의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로써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양당의 대선 후보로 정식 지명되었습니다. 그리고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 격인 부통령 후보지명은 공화당에선 마이크 펜스 인디에나 주지사가 그리고 민주당에선 팀 케인 버지니아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미국 현지 정가의 분석은 펜스 주지사와 와 케인 의원 두 부통령 후보들은 '파이터(싸움닭)'와는 거리가 먼 무난하고 점잔은 스타일이라는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 풍부한 정치경험을 갖춘 워싱턴 주류 인사들이어서 트럼프와 클린턴 후보의 역대급 비호감을 보완하는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마이크 펜스는 인디애나 '토박이'로, 라디오ㆍTV 토크쇼 진행자를 거쳐 2002년 연방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후 내리 6선을 지냈으며, 2013년 주지사에 올랐습니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강경세력인 '티파티' 소속의 정통보수 성향입니다.


앞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펜스는 당내 결속을 염두에 둔 트럼프의 포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의 지지층을 확장하는 역할보다는 경선 과정에서 뿔뿔이 갈라선 공화당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데 적임자라는 평가입니다. 보수 진영 내 입지가 튼튼한 펜스가 트럼프와 기성 정치권 사이의 가교 구실을 할 것이라는 기대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18~21일 치른 나흘간의 전당대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일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뜨뜻미지근한' 지지를 보내는 데 그쳤고, 게다가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앙금을 풀지 않아 끝내 트럼프 지지를 거부했습니다. 다만 부통령 후보 지명 후 전당대회까지 불과 이틀밖에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터라 앞으로 펜스가 공화당의 '화학적 결합'을 끌어내는 역할을 해낼지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남게 됐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 팀 케인은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와 1998년 버지니아주의 주도인 리치먼드 시장을 시작으로 부지사(2002년), 주지사(2005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위원장(2009년)을 거쳐 2013년부터 연방 상원의원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케인은 진보에 가까운 중도 스타일로, 민주당의 메인스트림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팀 케인이 클린턴 전 장관의 러닝메이트로 낙점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우선 그가 올해 미 대선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버지니아주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이고 단 한 번도 낙선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미국 내 언론들은 '이메일 스캔들'로 신뢰 부재에 크게 시달리고 있는 클린턴으로선 경험이 부족한 후보를 꺼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케인이 젊은 시절 온두라스에서 선교활동을 했고, 스페인어를 능숙하게 구사해 히스패닉계 유권자에게 한결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습니다. 무엇보다 클린턴의 마음을 붙잡은 것은 그가 노동자 가정 출신의 백인 남성이라는 데 있습니다. 트럼프의 핵심지지층인 저학력 백인 남성의 표심을 끌어오는 '외연 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는 계산에서 입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23일자에서 "힐러리는 러닝메이트가 백인 남성 사이에서 앞서는 트럼프를 무력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케인의 '무난한' 중도이미지가 진보적인 버니 샌더스의 지지층을 껴안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펜스와 케인 두 부통령 후보들은 모두 풍부한 정치ㆍ공직 경험 외에 변호사 출신으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점, 그리고 현재 아들이 미 해병으로 복역 중이라는 점을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미 현지 언론들은 펜스와 케인이 숱한 선거를 치렀지만 '격렬한' 선거운동을 선호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두 사람이 서로 물고 물리는 전통적인 '투견 역할(attack dog role)'은 하지 않으리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10월 초로 예정된 부통령후보의 일대일 TV토론은 다소 밋밋한 정책토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한 선거전문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힐러리의 (토론)은 한 편의 액션영화 같겠지만, 펜스와 케인은 NPR(미국 공영라디오) 프로그램과 같을 것"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때문에 트럼프와 클린턴의 외교, 이민개혁, 경제이슈 등 공약 차이를 확연히 드러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변과 파란의 연속이었던 2016년 미국 대선 당내경선이 비로써 막을 내리고 이젠 11월의 본선을 향해 미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공화·민주 양당의 대통령 후보들인 트럼프와 클린턴의 카리스마가 너무 강한 탓일까요! 부통령 후보들인 펜스와 케인 두 사람의 성향과 지명과정은 다소 밋밋하게까지 느껴집니다. 물론 대통령 후보들인 트럼프와 클린턴의 펜스 주지사와 케인 의원의 부통령 후보 지명엔 나름 의미와 명분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역대 미국 대선들과 비교해 볼 때엔 역시 심심한 부통령 후보지명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1992년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의 앨 고어 지명과 파격이었던 2008년 공화당 존 맥케인 후보의 사라 페일린 지명 때와 같은 화제성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 대선에서 각 당의 대통령 후보는 자신의 런닝메이트(부통령후보)를 지명할 때 자신과는 지역적, 이념적, 그리고 연령적으로 상호 보완될 수 있는 사람을 지명하게 됩니다. 근래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가 조셉 바이든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은 연륜 있고 워싱턴 정치가에서 잔뼈가 굵은 바이든으로 하여금 초선 상원의원이었던 자신의 짧은 정치경력을 보완하려 한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1992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빌 클린턴의 앨 고어에 대한 부통령후보 지명은 상당한 파격이었습니다. 클린턴의 고어 지명은 앞서 이야기 했던 대통령후보들의 부통령후보 지명 패턴에서 크게 벗어난 것으로 당시에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남부지역인 아칸소 주지사인 클린턴이 같은 남부인 테네시 출신이자 연령대도 비슷한 고어를 런닝메이트로 지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008년 공화당의 존 맥케인 후보가 사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지명했을 때도 상당한 이슈꺼리가 되었습니다. 젊은 여성 보수후보라는 이유로 화제가 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하진 못했습니다. 페일린의 경우엔 오히려 표를 깎아먹었다는 비판까지 받았습니다. 고어가 성공한 부통령 지명이었다면 페일린의 경우는 실패의 전형이라고도 볼 수 있을 만치 대조적인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이제 본선레이스의 서막인 공화·민주 전당대회의 축제가 끝나고 트럼프와 클린턴 양자 간의 피 튀기는 대선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역대 대선후보들 중 최악이라는 평가를 듣는 후보들의 전당대회답게 말 그대로 축제가 되어야할 양당의 전당대회는 파행과 혼란으로 얼룩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당초 우려되었던 만큼의 혼란까지는 아니었습니다만... 한국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자리가 미국의 대통령이다 보니 좋든 싫든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데요... 트럼프와 클린턴 두 사람 중 누가 되어도 딱히 좋게 느껴지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누가 미국 백악관의 주인자리를 꽤 찰 것인지, 결정까지 이제 4개월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