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개·돼지’라는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문제의 발언을 사과했습니다. 대기발령 상태로 고향인 마산에 머물고 있던 나향욱 기획관은 11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오후 늦게 국회에 출석했습니다.
이날 나향욱 기획관은 "해괴망측한 발언"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의 지적에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어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스스로 직을 내려놓을 생각을 없느냐고 묻자 "알아봤는데 지금은 사표를 내도 수리가 안 된다고 한다"라며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나향욱 기획관은 여야 의원들의 본격적인 질타가 이어지자 울먹이며 사과하면서도 문제가 된 발언은 취중에 발생한 일로, 본심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이 "국민에게 정확히 사과해보라"고 하자 나향욱 기획관은 "공무원으로서 정말 해선 안될 부적절한 말을 해서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리고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는 "지난 며칠간 밤에 못자고 여러가지 기사 댓글을 보면서 정말 제가 잘못했구나, 정말 죽을죄를 지었구나 생각했다"며 "어쨌든 제 불찰로 인한 일이고 정말 죄송하다"고 울먹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망언 배경과 관련해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가 처음에 했을 때하고 교육부가 고시하고 나서 하고 많이 바뀌는 것을 보고 갑자기 영화 대사가 생각이 나서 인용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아울러 나향욱 기획관은 "저도 술이 과했고 당황스러웠다"면서 "가판 기사를 보고 오후에 해당 신문사를 찾아가 과음해서 실언을 했다고 사과했다. 제 본심이 아니란 말도 같이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나 기획관은 또한 신분제 발언과 관련해 "정확히 무슨 워딩(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면서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 '개 돼지로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라는 말은 한 "기억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 기획관의 부적절한 사회관은 해명 발언 도중에도 자연스레 흘러나왔습니다. 그는 "제가 말한 것은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지만 완전히 평등한 사회는 없기 때문에, 신분 사회나 이런 게 점점 고착화되니, 균등한 기회는 줘야 하지만 그걸(신분 차이 고착화) 인정하고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위 공무원의 한심한 망언으로 여기저기 질타의 소리가 높은 상황입니다. 처음엔 하도 말 같지도 않은 일이라 글 쓰는 것조차 싫었으나 어제 국회 상임위에 불려와 한다는 소리가 또 가관이라 한마디 하게 되었습니다. 국민을 개·돼지라 칭한 것도 모자라 봉건시대 신분제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 때문입니다. 도대체 이 인간 정신은 어디다 팔아놓은 건지 전혀 정신을 못 차리는 군요! 백번 양보해 술자리에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할 수도 있습니다(실제 음주량은 많지 않았다고 하지만...). 하지만 술자리가 허물없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한 것이 아니라 언론사 기자들과의 자리라면 고위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언행에 조심했어야 했으나 그는 그러질 못했습니다. 여기에 그의 첫 번째 과오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 그의 발언으로 사회적 파장이 큰 상황에 국회 상임위로 사과를 하러 나왔으면 무조건 납작 엎드리고 잘못했다 해야 하거늘 이번엔 자신의 발언을 합리화하려 했습니다. 이것이 그의 두 번째 과오이자 저로선 가장 괘심한 것입니다.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고 미디어를 통해 많은 수의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상황이란걸 뻔히 알 텐데도 앞서 술자리에서 나온 망언을 합리화 하려 하다니... 이건 그의 잠재의식 속에 국민을 개·돼지로 보고 더 나아가 봉건시대나 통할법한 신분제를 옹호하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가, 더 나아가선 전 세계가 가진자와 못가진자로 나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신분제의 틀에 같혀 있는게 현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현실이 그렇다고 해서 일국의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고위 공무원이라는 자가 거듭해서 신분제를 입에 올려서야 되겠습니까? 가뜩이나 날도 덥고 하루하루의 생활이 힘겨운 것이 우리네 서민들의 삶인데 참 개탄스런 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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