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EU(유럽연합)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의 국민투표 통과로 초유의 국가적 사태에 직면한 가운데 현 내무장관인 59세의 테리사 메이가 영국의 새 총리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메이는 사퇴를 표명한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에 이어 오는 13일 총리직에 취임하게 됩니다. 메이의 총리 취임으로 영국은 '철의 여인'이라 불리었던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를 배출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영국은 국민투표 3주만에 새 총리의 지도력 아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게 됩니다.
영국은 캐머런 총리,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 마이클 고브 등'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주역을 담당했던 남성들이 모두 일선에서 물러나고 여성 총리가 '브렉시트' 수습에 나서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이는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의 결선에 오른 두 후보 중 한 명인 앤드리아 레드섬(53) 에너지차관이 11일(현지시간) "강력한 총리가 당장 임명되는 게 국익"이라면서 경선을 포기함에 따라 이뤄졌습니다. 경선 일정을 정한 보수당 원로그룹 '1922 위원회' 그래엄 브래드 위원장이 메이를 차기 대표로 공식 확인하기에 앞서 위원회 회의를 열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집권 보수당 차기 대표는 자동으로 총리에 오릅니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가 "오는 13일 새 총리를 맞게 될 것"이라며 메이의 차기 총리 취임을 확인했습니다. 애초 차기 총리는 약 15만 명의 당원들이 두 후보를 놓고 오는 9월8일까지 우편투표를 벌인 뒤 이튿날 발표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레드섬 후보의 경선 포기로 일정이 2개월 가까이 앞당겨진 것입니다.
EU 탈퇴 운동을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메이가 훌륭한 대표 겸 총리가 될 것이라며 권력 승계가 즉각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레드섬 후보의 경선 포기는 '엄마로서' 자신이 낫다는 취지로 말한 인터뷰에 대한 비난이 거센 가운데 나왔습니다.
새 총리에 오를 메이는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 존슨 전 시장 등과 함께 일찌감치 총리후보군으로 꼽혔던 5선 중진입니다. 영국 남부의 이스본에서 성공회 목사의 외동딸로 태어난 메이는 옥스퍼드대에서 지리학을 전공한 뒤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민간기업에서 금융 컨설턴트로 12년간 일하는 동안 런던 한 기초의원을 지냈고, 1997년 런던 서부의 버크셔의 한 선거구에서 당선돼 중앙정계에 입문했습니다.
그리고 야당 시절인 1998년 이래 예비내각 요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2002년에는 보수당 최초의 당 의장에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2010년 보수당 정부 출범 이래 내무장관에 기용돼 최장수 내무장관 재임 기록 또한 썼습니다. '제2의 대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는 메이는 하원의원들 사이에 가장 완고하면서도 가장 기민한 의원으로 여겨진다고 BBC 방송은 전했습니다. 이민·치안·안보와 관련해서는 강경파로 분류됩니다.
메이는 경선에 나서면서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를 뜻한다"고 못박고 EU와 벌일 탈퇴 협상에서 실용적 접근을 택할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메이는 "(이민 억제를 위한) 사람 이동의 자유에 대처하는 것과 관련해 올바른 합의를 얻는 게 중요하지만 상품·서비스 교역과 관련한 가능한 최선의 합의를 얻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메이가 EU 탈퇴 협상에서 ‘브렉시트’ 연착륙을 모색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는 탈퇴 협상에서 EU를 사실상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담판을 벌이게 됩니다. 협상과정에서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협상의 당사자 두 사람이 공교롭게도 여성들이 된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만약 오는 11월의 미국 대선에서 사실상의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한다면 서구권 주요국들인 미국과 영국 드리고 독일의 정부 수반이 모두 여성이 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굳이 남성과 여성을 구분할 필요는 없겠으나 어찌되었든 흥미로운 상황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영국의 새총리가 될 메이가 비록 현직 장관이고 5선의 중진이긴 하나 저를 포함한 한국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정치인이라 정확한 성향을 아직 파악하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언급한 세 사람의 여성 정치인들이 서로 닮은 듯 하면서도 제각각의 이미지와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어 만약 클린턴이 미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에 취임한다면 내년부터 펼쳐질 이들 세 여성 정치인들의 ‘정치 삼국지’가 사뭇 흥미진지 할 듯 합니다.
벌서부터 현지 영국은 물론이고 국내 언론들까지 메이의 총리 취임을 보도하며 ‘제2의 대처’란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철의 여인’ 대처가 영국정치에 있어 큰 족적을 남겼고 윈스턴 처칠 이후 전후 영국의 상징적 인물임엔 틀림없으나 그의 공과에 대해선 아직도 많은 논란이 있는게 현실이고 보면 ‘제2의 대처’란 호칭이 신임총리 메이에겐 그저 반갑기만 한건 아닐 것이라 짐작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으로 며칠간 혼란스럽기도 했었는데, 과연 메이가 영국의 국가적 현안인 ‘브렉시트’를 어찌 요리(?)할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같은 여성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의 카리스마에 기죽지 않고 자신만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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