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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원 집정부제 등 불붙은 ‘개헌 논의’

Chris7 2016. 6. 17. 12:26

14년만의 야당출신 국회의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정세균 의장이 취임하자마자 일성으로 개헌 필요성을 역설해 정치권에 잔잔한 파장을 몰고 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기도 했던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비롯해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에야말로 개헌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헌 논의를 공식 요구하면서 20대 국회 공식 개원과 동시에 개헌 논의에 불이 붙는 모양새입니다. 여야 중진 의원들도 13일 국회에서 열린 ‘개헌 세미나’에 참석해 목소리를 더했습니다. 그중에서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으로 하고 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 등으로 권력 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야 정치권 모두 개헌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대선 정국에 본격 돌입할 경우 개헌 문제가 공론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 의장이 개헌 논의를 공식 요구한 것은 20대 국회가 개헌의 ‘적기’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다당 체제 및 여소야대 국회에선 의회주의 가치에 대한 존중 의사가 높고, 내년 대선 정국에선 국회 요구에 대선 주자들이 호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정 의장은 국회 개원식에서 “20대 총선에서 우리 국민은 절묘한 균형을 선택해 주셨다”며 “다당 체제로 출발하는 20대 국회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주의가 꽃필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의장은 여야는 물론 대선 주자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는 화두를 정치권에 던져 국회의장으로서 확실한 정치적 존재감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정 의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받은 뒤, 대선 후 여야 합의로 20대 국회 잔여 회기에 성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대선 전부터 개헌 이슈를 부각시킨 뒤 다음 정권에서 개헌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입니다. 정 의장은 개헌 방향에 대해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고 밝혀왔습니다.


한반도선진화재단 등 6개 사회단체 연합체인 국가전략포럼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개헌 세미나’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등 여야 중진의원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윤리위원장을 맡았던 인명진 갈릴리교회 원로목사는 ‘개헌, 우리 시대의 과제’라는 주제의 특강을 통해 “‘87년 정치체제’의 핵심인 대통령 5년 단임제와 국회 양당체제는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며 “국민은 4·13총선을 통해 ‘다당제’와 ‘협치’로의 개헌을 투표로 결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은 우선 개헌에 매달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 멤버였던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은 축사에서 “대선까지 1년6개월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 이 시기에 개헌을 추진해 국민투표까지 한다면 개헌 역사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찬성했습니다. 나경원 의원도 “그동안 개헌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축적돼 왔다. 의지만 갖고 있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개헌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권력구조만이라도 바꾸는 일종의 ‘원 포인트 개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야당에서도 개헌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습니다. 19대 국회에서 개헌 모임에 참여했던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개헌 방식에 대한 생각은 의원마다 다르지만, 다양한 방식에 대한 연구가 이미 끝난 상황”이라며 “이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합의만 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19대 때는 박근혜 대통령이 반대해 구성하지 못했지만, 20대 국회가 개원한 이상 당장 개헌특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개헌이 본격적인 논의 궤도에 오르기에는 여건이 충분치 못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내년이면 30년 되는 '87년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총론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각론에서는 대선 주자별로 동상이몽이기 때문입니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선호하지만 "국민과의 공감대"를 강조하며 권력구조 개편 논의와는 거리를 두는 분위기 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015년 "분권을 화두로 한 개헌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최근에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15일 "먼저 국민 기본권을 어떻게 향상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게 순서"라고 했습니다.


강력한 대선 주자가 없는 여권에서는 대체로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를 지지하는 분위기 입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맡고, 국회가 뽑은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방식입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이런 입장이고, 그간 개헌에 부정적이던 새누리당 친박계 일부도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론과 맞물려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같은 여권에서도 비박계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의원 등은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개헌 논의의 키를 쥔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 추진에 대해 아직 부정적입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여권 핵심 관계자를 만나 "개헌하면 좋지만 경제 살리기가 급한데 국민이 그걸 수용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개헌에 대해 "국민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는 여의도만의 논의는 별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들을 봐도 우리 국민의 삼분의 이 이상이 개헌에 공감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선호하는 권력 구조로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1순위이고 그 다음이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그리고 의원 내각제는 가장 낮은 순위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현 ‘5년 단임제’인 대통령 임기는 반드시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개헌 말만 나오면 거론되는 내각제 개헌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봅니다. 물론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대통령 중심제’보단 협치가 강조되는 ‘의원 내각제’가 조금이라도 진일보한 민주주의 정치제도임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국민적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도 않은 데 그저 의원들 자신의 입맛에 맞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끊임없이 내각제를 주장하는 모습은 꼴사납기까지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심심하면 내각제를 거론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이나 지역대결 완화 등의 이유가 아닌 그들 자신의 권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제도가 ‘의원 내각제’이기 때문입니다.


옆 나라 일본만 해도 내각의 장관(대신)자리는 물론이고 정무차관과 그 밑의 참사관 까지 나눠 먹기식으로 여당의원(연립정당 포함) 거의 전원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실제 부처의 실무는 사무차관을 중심으로 한 도쿄대 출신의 관료조직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과장해서 말한다면 장관은 그냥 얼굴 마담이고 내각총리가 각 부처의 관료조직을 이끌고 행정부를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내각제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경우는 일본과는 실상이 조금 다르긴 합니다. 하지만 한국이 만약 내각제를 채택한다면 십중팔구 일본 꼴 나기 십상이라 감히 생각합니다. 지금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욕심에 내각제 어쩌구 떠들지만 만에 하나라도 내각제가 현실화 된다면 일본처럼 강력한 관료들만의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일본의 도쿄대 출신 일색인 고위 관료조직만큼 한국의 공무원 사회가 폐쇄적이진 않지만 말입니다(물론 한국의 공무원 사회도 폐쇄적이긴 하지만 일본보단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의원들이 자신들의 권력 극대화를 노리고 내각제로 개헌을 해도 자칫하면 일본의 경우처럼 의원 자신들은 장관과 차관 같은 허울뿐인 자리만 차지하고 실제는 공무원들의 입지만 강화시켜줄 뿐이라는 것입니다. 하긴 힘든 일은 곰무원들이 하고 의원들 자신은 폼나는 자리만 차지하는게 더 좋긴 하겠지만서도...


그나마 ‘이원 집정부제’는 한 번 생각해 볼만 합니다. 그것도 한국 실정에선 독일식이 아닌 프랑스식이 적합하다고 봅니다. 아직까진 대통령이 너무 무기력해도 국가경영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됨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재의 문제들보단 수준 낮은 국회와 의원들이 지금보다 더한 권력을 갖는 것이 보다 더 우려스럽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