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 즉 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Brexit) 여부를 두고 세계경제권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특히 주식이나 채권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겐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는데요! 영국이 굳이 유럽연합 (EU)의 회원국으로 남아있어도 득이 될 게 없으니 차라리 떠나겠다는 것입니다. ‘브렉시트’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문제는 투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분위기가 점차 탈퇴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오차범위 내에서 의견이 엇갈려 판단하기 어렵지만, 점차 탈퇴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여론조사가 우세해지고 있습니다. 백중했던 찬반양론이 탈퇴 쪽으로 기우는 양상입니다.
여론조사업체 ICM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의뢰를 받아 10∼13일(현지시각) 실시한 전화, 온라인조사에서는 유럽연합 탈퇴에 대해 찬성이 53%, 반대가 47%로 나타났습니다. 모른다고 응답한 이들은 집계에서 뺐습니다. 2주 전 같은 형식의 조사와 비교해 볼 때 찬성이 1%포인트 오른 반면, 반대는 1%포인트 내린 결과입니다. 온라인조사(2,001명)에선 브렉시트 찬성이 49%, 반대가 44%였고, 전화조사(1,000명)에선 브렉시트 찬성이 50%, 반대가 45%였습니다. 나머지는 아직 모르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앞서 지난 11일 공개된 여론조사업체 오피니움의 온라인조사에선 브렉시트 반대가 44%로 찬성보다 2%포인트 앞섰으나, 유고브 온라인 조사는 찬성 비율이 43%로 반대 42%에 근소한 차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구나 영국의 유력 일간지인 인디펜던트 조사결과는 찬성이 반대에 무려 10%포인트 우세했고, 파이낸셜타임스의 조사에서도 찬성이 2%포인트 차이로 유럽연합에서 탈퇴하자는 입장이었습니다.
영국의 여론이 심상치 않으면서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습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꺾이면서 세계 증시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당장 유럽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어려움에 닥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브렉시트’는 실제 일어날까요? 현재로선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우선, 첫 번째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클 것이란 점 때문입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연간으로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장기간에 걸쳐 2∼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건스탠리는 GDP 감소가 연간 -1.5∼-2.5%, 노무라는 -2.0%를 예상하는 등 대부분의 경제기관이 영국 경제의 성장률 하락을 피할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둘째, 영국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브렉시트’에 따른 스트레스 테스트를 리스크 분석기관이 해 본 결과 영국 증시는 2∼3개월 안에 최대 24%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셋째, 영국 내 금융기관 가운데 30∼40%가 EU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영국은 수백 년 동안 이어온 유럽 내 금융허브 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이탈할 경우 독일이나 프랑스가 이를 대신하는 국가로 떠오를 가능성을 얘기하기도 합니다. 사이가 좋지 않은 프랑스는 노골적이기까지 합니다.
상식적으로도 영국이 유럽연합에 남아 있는 것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캐머런 영국 총리를 비롯해 집권 보수당은 ‘브렉시트’ 반대를 위한 설득에 여념이 없습니다. ‘브렉시트’에 관해서는 과거의 영국 총리들도 한결같은 목소리로 반대의사를 표시했습니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이들이 직접 대중 앞에 나서서 반대활동을 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영국의 EU 탈퇴가 이주민, 특히 무슬림 난민 유입을 줄이고, 젊은 층의 일자리 증가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정치·사회적인 이슈와 맞물리면서 쉽지 않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반대의 목소리는 극우적인 목소리로 들리기까지 합니다.
현재상황은 ‘브렉시트’에 다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불거진 테러는 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일으키면서 영향을 미치는 모습입니다. 또 최근 영국 통계청은 지난해 순 이민자 수가 통계를 작성한 이래 두 번째로 많은 33만 3천 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민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브렉시트 찬성 여론이 늘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습니다.
당초 ‘브렉시트’는 2012년 말 EU의 재정위기가 심화되자 불거져 나왔습니다. 2013년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2017년에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이슈로 급부상했습니다.
영국은 파운드를 사용하지만, EU에 속한 회원국으로서 유로존 위기에 따라 금융지원을 해야 하는데 대한 불만이 컸습니다. 또한, 2015년부터는 유럽 내 난민과 파리 테러 등과 같은 문제까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영국 내에서 EU 탈퇴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커졌습니다.
2015년 5월 총선에서 보수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며 `브렉시트’가 구체화 된 것입니다.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해 11월 EU에 영국의 독자적 난민 수용 정책과 비유로 존 EU 국가에 대한 차별 폐지 등 회원국의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을 EU에 제시했습니다.
결국, 2016년 EU 정상회의에서 캐머런 영국 총리는 EU 정상들과 EU 개혁안에 합의했습니다. 영국에만 특별한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영국은 이민자에 대한 복지혜택을 축소할 수 있고, EU 의회가 제정한 법률을 거부할 권한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유로 지역(유로화를 쓰는 19개국)의 결정이 영국 금융산업 등에 피해를 줄 때 긴급제한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EU가 정치·경제적으로 통합을 강화할 때 영국은 동참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EU도 타격을 입는다”는 영국 정부의 ‘협박’에 EU는 요구사항을 대부분 들어줬고, 이에 캐머런 총리는 영국의 EU 잔류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래서 영국은 캐머런 총리의 합의안을 바탕으로 6월 23일 ‘브렉시트’ 결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치르는 것입니다. 역사적인 1973년 1월 1일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43년 만에 이젠 탈퇴 여부를 결정하려는 것입니다. 캐머런 총리와 영국정부로선 EU내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브렉시트’를 꺼내들었으나 자칫 ‘브렉시트’ 현실화란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투표결과를 이 시점에서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영국에선 위기감과 상식선에서의 결정 사이에 가능성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오랫동안 유럽대륙에 대해 고립주의를 취해온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도 트럼프 후보의 고립주의가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합니다. 세계의 세계화를 이끌어온 영국과 미국 두 나라에서 이제 세계화의 흐름을 거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이율배반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한국은 아시아국가중 하나라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영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영국을 유럽의 한 국가라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국은 영국일 뿐이지 유럽의 한부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로선 얼핏 이해가 잘되지 않지만 과거 18.9세기 ‘해가지지 않는 국가’라는 말을 들었던 대영제국의 후손이라는 자긍심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 됩니다. 그리고 과거 프랑스 나폴레옹의 ‘유럽봉쇄’ 정책에 맞서 홀로 외로이 싸웠던 국가도 영국이었습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요? 히틀러의 ‘나치즘’에 유럽대부분이 무너졌을 때도 꿋꿋이 이에 대항했던 국가 역시 영국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영국인들이 ‘나는 유럽의 한국가가 아닌 오로지 영국인일 뿐이다’라고 큰소리를 칠만도 합니다. 물론 하나의 영국이다라고 하기엔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등 영국내에서도 이리저리 지역적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현재 유럽연합 국가들 중 경제통합으로 인한 경제적 이윤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나라는 독일입니다. 유럽연합 내에서 제조업이 가잘 발달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유럽연합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유럽경제공동체가 처음 창설될 때만 해도 경제적 목적보단 정치적 목적이 컸다고 개인적으론 생각합니다. 즉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 국가들로선 다시는 유럽대륙에서 과가와 같은 참담한 전쟁이 재발하게 할 순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이러한 폭넓은 공감대가 공동체 창설의 토대였다 보는 것입니다. 즉 국가들 간의 경제적 운명을 하나의 틀로 묶어놓는다면 과거와 같은 전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희망했을 것이란 풀이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2차 세계대전의 주범이었던 독일이 오히려 이런 정치적, 경제적 공동체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받고 있으니 독일을 상대로 피터지게 싸웠던 바다건너 섬나라 영국으로선 일면 배도 아프고 은근히 본전생각도 날만해 보입니다.
다소 극단적으로 영국의 ‘브렉시트’ 문제를 해석했지만 경제적 이해득실과 갈수록 심각해지는 무슬림 난민문제 외에도 영국인들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는 역사적 인식도 ‘브렉시트’ 이슈에 한몫하고 있다고 개인적으론 생각합니다. 이제 며칠 후면 양단간에 결정이 내려지게 되겠지만 혹 영국인들 외의 대다수가 바라는 방향인 ‘브렉시트’ 부결로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더라도 향후 언제라도 ‘브렉시트’는 영국 내에서 불거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문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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