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공식 출범한 후 이행된 국회의원들의 상임위원회 배정을 놓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곳에서 활동하게 된 의원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초선이나 비례대표 의원들이 그렇습니다. 다선 의원들이 한정된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눠 갖기 위해 임기 쪼개기를 하는 꼼수를 부린 데 이어 전문성도 무시하는 구태가 20대 국회 시작부터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인 새누리당 김종석 의원은 비례대표 10번으로 처음 금배지를 달았습니다. 경제 전문가로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을 희망했지만 외교통일위원회를 배정받았습니다. 김 의원은 14일 언론과의 통화에서 “경제 관련 상임위에 지원자가 많아 그런 것 같다”면서도 “경제 정책에 관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의정 활동을 하겠다”고 에둘러 아쉬움을 표시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었던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비례대표)도 전공을 살려 보건복지위원회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원했지만 안전행정위원회에 배치됐습니다.
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 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비례대표)은 국방위원회에 배치됐습니다. 국방 분야에 문외한인 이 의원은 원내지도부에 “상임위 희망 조사에서 3순위에도 지망하지 않은 곳으로 배치하면 어쩌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같은 당 김정우 의원(초선·경기 군포갑)도 기재위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거물급’ 인사들이 몰리면서 안행위로 밀렸다는 후문입니다.
소속의원 수가 20명에 못 미치는 비교섭단체 정당이나 무소속 의원들의 경우는 사정이 더한 상황입니다. 이들은 교섭단체의 배분이 끝나면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남는 상임위를 배분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고려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정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언론개혁시민연대 출신의 추혜선 의원은 외교통일위원회로 배치된 데 항의해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 전문가로 국회에 입성한 윤종오 무소속 의원도 전문성을 살려 환경노동위를 신청했지만 미방위로 배치됐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좌진이 다른 의원실에 상임위 교체가 가능한지 문의하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지역 의원들끼리 상의해 상임위를 나눴기 때문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답변을 듣기 일쑤라고 합니다. 지역 현안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지역별로 1명씩 서로 다른 상임위에 들어가는 ‘나눠먹기’가 여전하다는 얘기입니다.
두 사람이 상임위원장을 하기 위해 1년씩 번갈아 맡기로 한 새누리당의 ‘임기 쪼개기’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계속됐습니다. ‘상임위원장의 임기는 상임위원으로서의 임기(2년)와 같다’는 국회법 41조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여당 관계자는 “위원장을 나눠서 하겠다는 것은 결국 지역구에서 생색내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편법이 아니냐는 지적과 채찍질은 원내대표인 제가 모두 감당하고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비례대표)의 리베이트 의혹으로 가뜩이나 비례대표제와 비례대표 의원들의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이 국민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는 상황에 실제 분야별로 자신들의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의원들까지 힘없는 비례대표 초선이라고 아무데다 꼬다 박는 각 당의 행태가 씁쓸하기만 합니다.
물론 300명이 넘는 수의 의원들 모두가 자신들이 원하는 곳에 배정받기란 물리적으로 힘듭니다. 또한 국회의원들의 세계에선 ‘선수가 깡패’라는 말도 있듯이 다선의원들이 지역구와의 연관성이 높고 예산 배정에 유리한 상임위에 우선적으로 배정받는 현실을 잘 압니다. 이는 비단 우리국회만이 아닌 의회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 모두에 공히 적용되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저 현실이지만 구태한 모습들이 눈에 보이니 4년 전에도 했을 법한, 그리고 아마도 4년 후에도 또다시 할법한 답답한 말을 주절거려 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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