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관련 여론조사에서 줄곧 1,2위권을 유지하며 잠재적 대선 주자로 꼽혀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내년 대선 출마를 암시하는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그동안 대선에 출마할지, 출마한다면 여야 어느 당으로 갈지 등 어느 것 하나 확실한게 없이 오리무중이라 하여 ‘반반(半半) 총장’이란 별명까지 붙은 반 총장으로선 이례적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반기문 대망론’이 재 점화되며 실제 반 총장이 실제 대선에 도전할 경우 그의 당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1년 여 만에 귀국한 반 총장은 이날 제주 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가진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어디까지나 유엔 사무총장이지만 돌아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여러가지 역할에 대해서는 그때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반 총장은 이어 국내 정치와 관련, "국가가 너무 분열돼 있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 통합을 위해 계파와 지역 파벌을 없애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간 국내 정치에 대해 일절 언급을 않던 반 총장이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국가 분열을 우려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이를 사실상 대선 도전 시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반 총장은 당적이 없어 아직은 여야 3당 어디로도 출마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두 야당은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가 확고한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반 총장이 이를 뛰어넘긴 힘든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친박계가 구애하고 있는 새누리당을 택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큰 편입니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할 경우 김무성 전 대표 등 다른 출마 예상 후보들이 있기에 합의 추대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이들과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합니다. 새누리당 당헌 당규에 따르면 대선 후보는 당원과 대의원 및 여론조사,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1위 후보자가 대선 후보로 확정됩니다. 만일 당내 주류인 친박계가 반 총장을 적극 지원할 경우엔 이를 돌파하기가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닙니다. 여론조사상 우위를 점하고 있기에 친박계를 등에 업고 당심만 얻는 다면 여타 후보를 능히 제칠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야권 후보와의 본선 경쟁입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 등과 1, 2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본선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검증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유력한 상대 후보로 예상되는 문 전 대표는 2012년 이미 대선을 치렀기에 딱히 후보 검증 부분에서 새롭게 제기될 문제가 없습니다. 안 대표도 선거를 두 차례나 치렀기에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반 총장은 정치 신인입니다. 30여년의 공직생활을 되짚는 과정에서 어떤 돌발변수가 생길지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의혹이 제기될 경우 득표전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 검증을 무사히 통과해도 그의 득표 확장력이 어느정도 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출신지인 충청권과 여당의 텃밭이 영남지역에서는 우세를 보일 수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 등지에서도 상대 후보를 넘어설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 관건입니다. 이밖에 1944년생으로 내년 대선에서는 73세가 되는 상대적 고령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젊은층과의 소통이 걸림돌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해 세계 여러 국가와 원활한 교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과 동서갈등과 세대갈등, 지역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란 점은 큰 장점입니다. 또 남북 경색 국면에서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했다는 점도 유권자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여야 투쟁 일변도의 국내 정치에 물들지 않았다는 점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점 때문에 벌써부터 야권에서는 반 총장 견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도 아니고 새누리당으로 갈지, 야당으로 갈지도 정해진 건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대선 도전 암시성 발언만 놓고도 정치권이 술렁이는 것을 보면 반 총장의 정치적 파괴력이 간단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반 총장의 발언은 그동안 대선 출마 여부부터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 없이 반반(半半)이어서 ‘반반 총장’이라는 별명이 달려온 것과 비교할 때 이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선을 염두에 둔 반 총장의 ‘정치 시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흐름입니다. 임기를 6개월여 앞두고 예상보다 빨리 구체적인 일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던 입장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입니다.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하고 여권 ‘잠룡’들이 사실상 궤멸되면서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반 총장은 아울러 나이와 체력 문제에 대해서도 “별 문제가 안된다”고 했습니다. “미국 대통령 나온 사람들이 민주당은 전부 70세(힐러리 클린턴), 76세(버니 샌더스) 이렇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1년에 하루도 아파 결근했다거나 감기에 걸려 쉰 적도 없다”고도 했습니다. 뭔가 뉘앙스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반기문 대망론’은 ‘충청 대망론’과 맞물리며 대선 시나리오 중 하나로 끊임없이 정치권에서 회자되어 왔습니다. 여기엔 대선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총장이 줄 곳 1,2위권을 유지해왔던데 크게 기인합니다. 1년 여 만에 국내를 방문한 반 총장은 작심한 듯 정치성 발언을 내뱉었습니다. 그동안의 뜨뜻미지근한 ‘반반 총장’관 크게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정치권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특히 야권은 한목소리로 반 총장 디스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가 과연 내년대선에 실제 나설지, 나선다면 어느당 후보일지는 현재로선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일각에선 특정정당으로 가지 않고 소위 말하는 ‘제3지대’에 머물며 자신의 몸값을 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울러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정계복귀설 까지 스믈스믈 피어오르는 중입니다. 반기문 총장의 방한을 시작으로 19대 대선전이 서서히 가열되기 시작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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