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

미 대선, ‘트럼프 현상’에 대한 이해

Chris7 2016. 5. 19. 10:42

미국의 대통령 선거 본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동안 미국내 주류 언론과 정치인들이 무시해왔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당당히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가 됐습니다. 지난해 중반 트럼프가 처음 대선전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불가능해 보였던 일입니다. 최소한 그들의 눈에는 말입니다. 하지만 미국 학자들은 트럼프의 돌풍은 예상된 일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온갖 막말 파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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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자가 어떤 유형의 리더를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미국 예능프로그램 ‘에프렌티스’를 통해 성공한 사업가의 이미지를 굳힌 트럼프는 끝까지 그 이미지를 유지했습니다. 이른바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입니다.

 

‘후광효과’ 이론이란, 성공적인 이미지 하나만 있더라도 대중은 그 이미지를 토대로 그 리더가 성공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인지하는 특성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도널드 트럼프는 예능 ‘어프렌티스’와 과거 주류 언론들이 만들어놓은 ‘성공한 갑부’ 이미지를 활용해 국가를 잘 운영할 수 있는 리더의 면모를 과시하는 ‘인물 정치’를 펼친 것입니다. 테다 스카치폴 하버드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성공한 유명인”이라며 “그 존재감 하나만으로도 다수의 대중을 매료시키기 충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미 여론조사 기관인 라스무센이 지난 2월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48%가 경제 문제와 일자리 창출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보다 트럼프를 더 신뢰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국가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에 대한 신뢰도가 클린턴보다 높았습니다.





국가가 경제적인 위기나 불안에 놓였을 때 대중은 변화를 갈망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막스 베버는 카리스마적 리더가 탄생한다고 말했습니다. 2차 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이나 2차 대전의 원흉인 아돌프 히틀러, 쿠바의 독재자 카스트로까지 모두 위기상황에서 탄생한 ‘영웅’이었습니다. 리더십 학자인 버나드 배스도 “감정의 불안이 크면 클수록 구세주를 기다리는 심정은 더욱 커져 카리스마적 리더의 탄생은 쉽게 진행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매세추세츠 대학교에서 1800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공통적으로 권위주의적 리더를 선호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교육 수준, 월수입, 나이, 성별, 종교, 정당 선호도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권위주의를 추종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80%는 국가가 경제적 위기에 놓였으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테다 스카치폴은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의 성공가도만 봐도 그렇다”며 “억만장자라는 정체성은 트럼프가 어떤 권력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고 밝혔습니다. 자기과신과 거침없는 막말 행보로 판세를 주도해온 트럼프는 권위주의에 목말라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설득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과 로고 컨설팅그룹이 미국 공화당 TV 토론회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는 초등학교 5학년 수준의 문법과 어휘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초보 수준의 화법이 트럼프의 인기 비법이었습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학교 언어기술연구소는 “트럼프는 세 음절이 넘지 않는 짧고 단순한 단어를 반복함으로써 청중들에게 메세지를 또렷하게 전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시릴 노스콘 파킨슨 교수가 정립한 “파킨슨의 법칙”은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주제를 사람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미국 경제 위기는 다양한 변수와 복잡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대중은 간단한 답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CNBC가 지난 3월21~23일 미국 전역에서 802명을 대상으로 경제인식와 정치적 선택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들은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해 최고의 정책을 갖고 있는 대선 후보’로 클린턴과 트럼프를 같은 비율(24%)로 꼽았습니다. ‘임금을 올려줄 최고의 정책을 펼칠 대선 후보’로도 클린턴과 트럼프를 각각 응답자의 21%가 선택했습니다.


미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5일 지난달 12~19일 미국 성인 20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대한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의 57%가 ‘미국은 국내 문제에만 신경 쓰고, 각국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미국이 다른 나라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응답은 37%에 그쳤습니다. 미국인 다수가 트럼프의 고립주의에 공감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카치폴 교수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다수의 미국인이 트럼프의 말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다수의 미국인들이 그동안 정치에 얼마나 큰 괴리감을 느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가 이미 당의 실질적 후보로 결정된 공화당과는 달리 민주당의 경우 당내경선이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후보확정이 유력해 보이는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가 경선 완주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샌더스가 뒤집기에 성공할 수 도 있겠으나 대세는 힐러리인 것만은 기정사실로 보입니다. 결국 11월의 본선은 공화당의 트럼프와 민주당의 클린턴 양자 대결로 결착되었다 하겠습니다.

 

클린턴이야 민주당의 유력정치인으로 오랜 시간 주류권에서 활동해온 인물이지만 트럼프는 그야말로 미 정치권의 ‘아웃사이더’입니다. 그는 기존의 어떤 정치인보다 파격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기존의 미국 정치권과 선거흐름을 비웃기라도 하듯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트럼프 현상’이 발생한 근본 이유는 결국 세상살이가 그만큼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앞서 열거한 여러 이유들도 글로벌적 저성장기조 속에 힘들어진 미국내 경제상황에 근거하고 있는 것입니다. 평화롭고 ‘배부르고 등따신’ 세상이었다면 트럼프 같은 인물이 과연 미국의 대통령자리까지 넘볼 수 있었을까요?


현실이 힘들때 사람들은 변화를 원하고 그런 기조 속에 기존과는 다른 파격적인물이 정치권 전면에 부상합니다. 1930년대 독일의 히틀러와 1960년대 쿠바의 카스트로가 그러했으면 2016년 미국의 트럼프가 또한 그러합니다. 여기에 최근 필리핀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두테르테와 러시아의 푸틴 그리고 일본의 아베까지 가히 세상은 자극적이고 분열적이며 선동적인 정치인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세기말 현상’이란 말이 있는데 작금의 현실은 세기말도 아닌데 그러한 극단적 양상을 띄어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상하긴 싫지만 만에 하나라도 트럼프가 11월 본선에서 승리해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과연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딱히 미국을 필요이상으로 과대평가하거나 종속적 시각에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이 나라가 세계 정치와 경제에 미치는 현실적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대통령 트럼프’는 참으로 걱정되는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저 과격하고 극단적이라서만은 아닙니다. 미국의 대통령은 일관된 정치관과 경제관 그리고 세계관을 요구하는 자리입니다. 그가 내리는 결정하나하나가 수많은 지구촌 인들에게 그 영향력이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그의 결정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야하고 그 예측이 빗나가더라도 그 범위가 크진 않아야 합니다. 트럼프의 경우엔 그게 힘들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통령 트럼프’의 근본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와 같이 필요에 따라,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트럼프의 주장과 결정으론 안정적인 국정운영은 힘듭니다.


물론 미국의 대통령이란 자리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대통령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닙니다. 어떤 면에선, 범위를 자국내로 한정한다면, 우리 한국의 대통령보다도 힘이 약하다 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이야 대통령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집권당 원내대표를 한방에 날려버리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희망 섞인 바람이기도 하지만 트럼프가 설사 대통령이 되더라도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만큼의 대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3권분립이 확실한 미국의 정치제도가 2중 3중으로 대통령의 독단을 견제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번 반복해서 서술하지만 이번 미국 대선은 역대 그 어느 대선보다 말 많고 탈 많은 선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화·민주 양당의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 그 반증입니다. ‘대통령 트럼프’가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대통령‘ 클린턴’이라 해서 반길 일이 아닌건 매한가지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기회가 좀 더 상세히 서술하기로 하겠습니다. 암튼 미국내 현실을 극명히 반영하다해도 과언이 아닌 ‘트럼프 현상’이 11월 본선까지 이어지며 ‘대통령 트럼프’가 현실화 될지 우려 속에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