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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클린턴 대결로 결정된 2016년 미국 대선

Chris7 2016. 5. 5. 08:00

지난 2월1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수 개월간 치열하게 진행된 공화·민주 양당 후보들의 당내경선이 결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로 각각 사실상 확정됨으로써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두 사람간 양자 맞대결로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트럼프는 3일(현지시간) 인디애나 경선서 패배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이 경선 포기를 선언하며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그간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경선에서의 대의원 과반 득표를 고수하던 공화당 전국위원회도 이날 트럼프를 '사실상의 후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후임인 제45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11월 대선은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와 영부인, 국무장관, 상원의원을 지낸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 클린턴간 대결구도로 치러질 전망입니다.





11월 본선까지 약 6개월을 남겨 놓은 현재 양자대결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양당구도로 펼쳐지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늘 박빙이었습니다. 흔히 뚜껑을 열기까지는 알 수없는 판세인 것입니다. 다만 지금까지 펼쳐진 각종 가상대결의 결과는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에 비해 경험이 많은 클린턴의 우세 예상이 많았습니다.


각종 여론조사 평균을 내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지난달 10~28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 클린턴이 46.7%의 지지율로 트럼프(40.5%)에 6.2% 포인트 차 앞서 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있지만 안심할 리드는 아닙니다. 더욱이 그간 추이를 보면 거침없는 언변과 쇼맨십의 트럼프는 상승세를 그리고 있습니다. 급기야 2일 발표된 라스무센 여론조사에서는 처음으로 41%의 지지율로 클린턴(39%)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기까지 했습니다.


트럼프와 클린턴이 맞붙는 시나리오를 주기적으로 관측하는 웹사이트 '트럼프x클린턴'에 따르면 3주 전만 해도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확률은 55%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독주를 견제하던 크루즈가 3일 경선포기를 선언하면서 트럼프의 공화당 후보 지명확률은 98%로 수직상승했습니다. 클린턴이 민주당 후보가 될 확률 역시 98%입니다. '트럼프x클린턴'은 다만 트럼프와 클린턴이 맞붙을 경우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은 29%에 불과하며 클린턴이 당선될 가능성은 69%라고 설명했습니다.


미 근대 역사상 한 정당 후보가 다른 정당 후보에 이처럼 큰 차이로 앞선 것은 클린턴이 처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당시 공화당의 존 매케인, 2012년 미트 롬니와 맞붙었을 때나 2000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앨 고어, 존 케리와 붙었을 때보다도 큰 격차인 것입니다. 또한 클린턴은 지난 6주간 실시된 40여 차례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 평균 7~8% 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는 플로리다 같은 경합주(swing state)나 백인 노동자 계층 등 트럼프지지 성향이 강한 이른바 '러스트 벨트'에서 트럼프가 높은 성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도 큰 변수 가운데 하나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샌버나디노, 벨기에 브뤼셀에 이르기까지 테러행위가 일어날 때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상승곡선을 그렸습니다. 금융전문 매체 '배런스'는 올가을 테러가 발생한다면 트럼프의 지지율도 상당히 오를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공화·민주 양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은 여러 면에서 상반된 후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정치 경력이 전무한 ‘아웃사이더’이지만 클린턴은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이더’입니다.


트럼프는 이번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을 통해 기적의 사나이로 우뚝 섰습니다. 정치 문외한인 그는 동물적인 정치감각으로 지지세력을 결집했습니다. 기성 정치권의 무능력으로 인해 분노하는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고도의 수완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백인 저소득층과 노동자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게 트럼프의 강점입니다. 또한 그는 공화당 지지세력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그러나 경선과정에서 반이민 캠페인을 전개, 미국의 최대 소수인종인 히스패닉을 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공화당이 백악관을 탈환하려면 히스패닉 표를 끌어 모아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트럼프는 또 여성 비하, 낙태반대 발언 등을 통해 여성 유권자의 반감도 샀습니다. 여성들의 반트럼프 성향이 70%를 넘는다는건 본선에서 그에게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대다수 젊은층도 트럼프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중 한 사람입니다. 클린턴은 2008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패배한 직후부터 올해 대선에 대비해온 ‘준비된 후보’입니다. 클린턴 주변에는 베테랑 참모들이 즐비합니다. 퍼스트레이디,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 화려한 경력도 그의 장점입니다.


클린턴은 그러나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정직하지 못하다는 이미지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국무장관 시절에 사적인 이메일을 공무에 사용한 ‘이메일 스캔들’이 그의 아킬레스건입니다. 최악의 경우 클린턴은 이 사건으로 기소될 수도 있습니다. 기소된다면 그의 신뢰도는 급전직하할 수 있습니다. 올 대선의 최대 변수중 하나입니다.


클린턴이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 때에는 유력한 경쟁자가 없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 ‘대관식’만 치르면 된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클린턴은 그러나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돌풍에 휘말려 경선 내내 고전했습니다. 샌더스 의원이 특히 젊은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음으로써 젊은층에 약한 클린턴의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말았습니다. 클린턴으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강한 적대감도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입니다.





크루즈의 사퇴에 이어 존 케이식 오하이오주 주지사까지 경선 포기를 선언함으로써 사실상 공화당 후보가 된 트럼프는 이제부터 클린턴에 대한 전면적인 네거티브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벌이며 그의 지지율을 깎으려 들 것으로 보입니다. 샌더스 의원이 여전히 경선완주입장을 고수중이라 당내경선이 계속 진행되겠지만 후보확정이 기정사실로 보이는 클린턴 역시 트럼프를 '안전장치가 풀린 대포'라고 표현하며 통제불능의 인물로 몰아세웠습니다.


앞으로 6개월간의 미 대선 레이스는 40년 이상 언론의 이목을 받아온 두 인물이 맞붙는 미국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공격적이며 네거티브한 정치 캠페인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여름, 경선 참여를 선언할 때만 해도 현실성 없는 무모함으로만 여겨졌던 트럼프의 대권도전이 눈앞의 현실로 가시화된 현재 역대 그 어느 후보들보다도 비호감도 높은 트럼프 클린턴 양자간 대결이 벌써부터 걱정됩니다. 미우나 고우나 한국과 여러모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미국의 대선이 그저 먼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구태정치의 때가 덕지덕지 붙은 클린턴의 당선이 달갑진 않지만 ‘대통령 트럼프’는 더더욱 상상하기 싫은 이 모순을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