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민주 각 당의 대선레이스가 종반전에 접어든 가운데 3일(현지 시각) 미국 인디애나 주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개표가 절반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52.5%를 득표, 각각 36.8%, 8% 득표에 그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를 큰 차이로 따돌렸습니다.
특히 크루즈 의원과 케이식 주지사가 트럼프의 과반을 막기 위해 연대를 선언한 세 곳 중 첫 번째 경선이 열린 인디애나주에서 사실상 완패하면서, 앞으로 남은 경선에서 반 트럼프 연대가 힘을 발휘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게다가 공화당의 대선 경선 2위 후보인 테드 크루즈 후보가 인디애나 경선 패배 후 경선을 중도 포기를 선언함으로서 공화당은 트럼프가 사실상 대선 후보로 확정된 걸로 여겨집니다. 이로써 미국 대선전은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간의 양자대결로 압축됐으며 사실상 본선 레이스가 시작돼다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크루즈의 경선포기 소식 등을 전하며 "이방인이자 이단아인 트럼프가 160년 전통의 공화당을 접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크루즈는 3일 인디애나주 경선이 끝난 뒤 연설을 통해 “경선에서 물러날 것이고 유권자들에게 다른 길을 열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인디애나주는 그가 그동안 승리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기울여온 곳입니다.
인디애나주 패배에 이어 향후 경선을 치러도 자력으로 승리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경선을 포기키로 마음먹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트럼프가 대선 후보 확정을 위한 대의원의 과반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돼 트럼프를 몰아내기 위한 당 차원의 중재 전당대회도 사실상 어렵게 됐습니다.
공화당에서는 전체 대의원 2472명의 과반인 1236명 이상을 확보하면 대선 후보로 지명될 수 있는데, 트럼프가 인디애나 주의 승리로 총 1044명의 대의원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 트럼프는 192명만 더 확보하면 당 지도부의 개입 없이 공화당의 최종 대선 후보에 지명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는 9개 주, 445명의 대의원이 걸려있습니다. 산술적으로 트럼프가 이 중 절반에서 좀 모자란 만큼의 지지만 받는다고 해도 자력으로 후보가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반 트럼프 세력들은 트럼프의 과반 저지를 위한 활동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입니다. 트럼프의 공화당 최종후보 지명을 반대하는 슈퍼팩(정치자금위원회) '우리의 원칙'(Our Principles)은 이날 경선 직후 트럼프 후보는 여전히 과반의 대의원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트럼프 낙선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오는 6월 7일(현지 시각) 172명의 대의원이 걸려있는 캘리포니아 주 경선을 언급하며 "유권자들에게 트럼프가 자격이 없는 후보라고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한 달 이상 남았다"면서 "우리는 트럼프가 보수주의자가 아니고, 공화당의 가치를 대표할 수 없으며, 힐러리 클린턴을 이길 수 없고, 미국의 대통령으로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점을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날 인디애나 주에서 열린 민주당 경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초반 앞서가던 클린턴 전 장관이 개표가 진행되면서 샌더스 의원에게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개표가 40%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샌더스 의원이 52.1%의 지지를 받아 47.9%를 득표한 클린턴 전 장관에 근소하게 앞서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샌더스가 인디애나에서 승리 한다 하더라도 클린턴의 민주당 후보지명이란 대세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트럼프의 이날 승리로 공화·민주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 레이스는 사실상 마감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이제는 공화당 트럼프와 민주당 클린턴 간의 본선 대결 국면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두 사람의 본선 대결은 '남성과 여성' , '아웃사이더와 워싱턴 주류' '부동산 재벌 출신 첫 대통령 도전과 첫 부부 대통령 도전'이라는 진기록을 써나가는 세기의 대결에 더해 역대 어느 후보들보다 비호감도 높은 후보간 대결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가 현재까지 타의 추월을 불허하며 선두를 질주중이나 여전히 미국내 여기저기서 반트럼프 시위가 이어지는 것이나 클린턴의 후보확정이 확실시 됨에도 불구하고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의 인디애나에서 샌더스가 근소한 차이지만 승리한 것 모두 두 사람에 대한 일반 유권자들의 반감이 얼마만큼 강한지를 극명히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오늘 경선결과로 인해 이제 미국내 정치권과 미디어는 향후 급속히 트럼프와 클린턴간 벌어질 11월 본선에 포커스를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CNN등에선 크루즈의 경선포기 발표직후부터 이미 두후보간 장단점 등을 거론하며 본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슈퍼파워 미국의 대통령이 과연 누구로 결정될지 왠지 모를 씁쓸함 속에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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