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4·13 총선에 큰 파도가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총선은 각 당의 후보자들뿐만 아니라 총선 이후를 바라보는 대선잠룡들에게도 운명의 무대입니다.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정치적 위기의 입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도력을 발휘해 총선이란 격랑의 바다를 건너야 합니다. 현재 거센 파도에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출발하는 이도 있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는 이도 있습니다. 총선 정국을 헤쳐 나가는 여야 대권주자들 중 신 3인방으로 불리 우는 오세훈, 유승민 그리고 김부겸 후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우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여권내 대권주자로 부상할 기회를 잡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는 종로의 터줏대감인 박진 전 의원과 경합하며 박 전 의원이 주장한 일반 국민 대 당원 7대 3 경선 룰을 수용하고도 승리했습니다. 오 전 시장이 20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2011년 무상급식을 놓고 주민투표 승부수를 걸었다가 실패하고 정계를 떠난 후 5년 만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것입니다. 새누리당 내 한 전략통 의원은 “오 전 시장은 친박-비박 싸움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데다 양쪽 모두와 사이가 나쁘지 않다. 비박계의 대표주자도 친박계의 대표주자도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오 전 시장은 굳이 종로에 나갈 생각이 없었는데 청와대가 종로 출마를 강하게 권했다. ‘정치 1번지’에서 살아 돌아오면 당을 대표하는 카드로 떠오르기 때문”이란 이야기도 새누리당 주변에 퍼져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가설은 오 전 시장이 종로구 본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에게 승리하는 걸 전제하고서 입니다. 현재 여론조사들을 보면 오 전 시장이 약간 앞서 있으나 ‘바람’이 야권 쪽으로 불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유승민 의원의 득실 계산은 다소 복잡합니다. 겉으론 누가 봐도 명백한 피해자 입니다. 그와 가깝다는 의원 대부분이 컷오프되며 ‘정치적 시베리아’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적 인지도와 주목도는 정치적 자산이 됐습니다. 리얼미터의 차기 여권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선 김무성 대표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유 의원이 이번에 당선된다면 대선주자의 지위가 확실해진다. 한국에선 대통령과 갈등·대립하는 사람이 큰다”고 말했습니다. 임동욱 교수는 “유 의원이 대구 노모를 찾아간 모습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치적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거제도로 부친을 찾아가던 모습을 연상케 했다”고 했습니다.
반면 정치 싱크탱크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마이너스 요인도 지적했습니다. “인지도는 확실히 상승했지만 7월 전당대회를 치르면 ‘90% 친박 지도부’가 구성될 가능성이 큰 데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더라도 내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정해질 때까지 당 지도부가 복당을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대구 수성갑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이는 김부겸 전 의원의 경우 총선 승리가 곧 대권행 열차의 승차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한때 20%포인트 내외로 김부겸 전 의원이 앞섰으나 국민일보·CBS가 의뢰해 리얼미터가 지난 8~10일 조사한 결과는 41.9%(김문수) 대 43.8%(김부겸),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습니다. 윤태곤 실장은 “전국, 특히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이 욕을 먹을수록 대구·경북의 여당 지지자들은 단결하게 돼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수성구 방문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기존의 대권잠룡 빅4(반기문 총장 제외)인 김무성, 문재인, 안철수 그리고 박원순 등에 비해 신 3인방의 지지율은 아직은 하위권입니다. 다만 오세훈 전시장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2위에 랭크되었을 뿐입니다. 오 전 시장의 부상은 박진 전 의원과의 당내경선으로 인한 컨벤션 효과에 더해 여권 내 제1주자로 상당기간 군림해온 김무성 대표가 이번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에 새누리당 지지층이 실망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30시간의 남자’란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얻은 김 대표를 다수의 정치 전문가는 공천 과정에서 가장 점수를 잃은 잠룡으로 지목하기까지 했습니다.
유승민 의원의 경우 앞서 언급했듯이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더라도 대권 후보로 성장하기엔 여러 가지 장애물이 많은게 사실입니다. 공천과정을 통해 전국적 인지도를 얻긴 했으나 앞으로 새누리당 복당자체가 불투명한데다 설사 복당 하더라도 당내 입지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같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유승민계 후보들이 전원 당선되더라도 적은 수에 불과하고 같이 비박으로 분류할 수 있는 김무성 대표와의 관계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반면 같은 대구의 김부겸 후보는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대선정국에서 급부상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보입니다. 그동안 진보진영의 불모지였던 TK지역에서 만약 당선만 된다면 단숨에 야권내 주요 후보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진보진영의 대선 필승 요건으로 꼽는 첫 번째가 영남권 후보입니다. 호남권의 절재적 지지를 기반으로 영남출신 후보로서 일정부분 보수층 표를 잠식하고 거기에 충청권 지지까지 이끌어 낼 때 야권(진보권)이 승리할 수 있는 방정식이 성립되는 것입니다.
현재 반기문 총장을 제외하고 대선 지지율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이 호남권의 반 문재인 정서입니다. 앞서 설명한데로 문 전대표가 영남출신이긴 하나 가장 중요한 지지권역인 호남에서 비토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대구출신 김부겸 후보가 문 전 대표의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며 야권에서, 특히 비노(비문)세력들이 그를 중심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한 것입니다.
4.13 총선후 정치권은 급격히 대선정국으로 개편될 전망입니다. 현재 김무성·문재인·안철수·박원순의 빅4에 오세훈·유승민·김부겸의 신 3인방이 도전하는 상황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이들 신 3인방이 1차 관문인 총선에서 승리한 후 대선정국까지 그들의 정치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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