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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대표의 ‘옥새파동’은 차기 대권경쟁 선점 포석

Chris7 2016. 3. 26. 18:30
4.13 총선을 목전에 두고 집권 새누리당에서 당 대표가 지역구 후보 공천안 비준을 보이코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소위 ‘옥새파동’이 발생한 것입니다.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가 지난 25일 오후 6곳의 보류지역 중 절반만 무공천으로 남기는 선에서 극적 타협을 이뤘지만 김무성 대표는 ‘옥새파동’을 계기로 사실상 정치적 홀로서기를 선언했습니다. 총선을 불과 19일 앞둔 시점에서 최악의 파국은 막았지만 ‘분당의 서곡’은 이미 시작된 셈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나뉜 양 계파는 이념적 지향, 정책 노선과 무관하게 정서적으로는 분당 직전에 와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차기 권력을 둘러싼 친박계와 비박계의 대권 경쟁은 잠시 잠복기를 거친 뒤 4·13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불붙을 전망입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2014년 당 대표에 취임한 이후에도 줄곧 대통령을 등에 업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친박계의 위세에 눌려 ‘무기력한 수장’이라는 오명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과감한 결기를 내보였다가도 얼마 못 가 고개를 수그리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이런 이미지는 한층 부풀려졌습니다.


2014년 10월 ‘상하이 개헌’ 발언 이후 청와대가 반발하자 하루 만에 뜻을 접고, 지난해 9월 여야 대표의 합의 사항이었던 안심번호 공천제가 또 다시 최고 권력의 반대에 부딪히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사례들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김무성 대표의 입지는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공천 국면이 시작되면서 더욱 좁아졌습니다. 친박계인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칼자루를 쥐면서 김무성 대표는 유승민·이재오 등 비박계 의원이 줄줄이 날아가는 모습을 눈 뜨고 지켜봐야 했습니다. 반면 대구·경북(TK)과 서울 강남 등 여권 텃밭에선 진박 후보들이 낮은 지지율에도 아랑곳없이 공천 티켓을 따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사실상 김무성 대표의 ‘독립선언’이나 마찬가지인 이번 ‘옥새파동’은 청와대가 주도하는 정국 흐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지 않고서는 대권을 향한 자신의 꿈이 그대로 물거품이 돼버릴 것이라는 절박함에서 나온 결단이라는 분석입니다. 정치적 홀로서기의 ‘신호탄’인 동시에 첨예한 차기 대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선제공격’이라는 것입니다.


김무성 대표의 한 측근은 “지난 24일 있었던 기자회견은 한 달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된 시나리오”라며 “온갖 모욕을 감수하며 수세에 몰리는 척하다가 후보 등록을 하루 남겨 두고 역공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천 과정에서 폭발하듯 불거져 나온 이번 갈등은 새누리당 탄생의 역사적 과정을 복기해 볼 때 어느 정도는 예견된 사태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부산·경남(PK) 출신으로 ‘상도동계 적자’인 김무성 대표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정치적 아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야당 정치인으로 반 독재 투쟁에 일생을 바쳤던 YS는 1990년 3당 합당을 통해 새누리당의 모태나 다름없는 민주정의당과 손을 잡았습니다. TK와 PK의 연합세력에 뿌리를 둔 보수정당이 닻을 올린 것입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결국 총선 이후에 전개될 권력 다툼은 TK를 기반으로 한 친박계와 PK를 텃밭으로 삼은 비박계가 벌이는 ‘목장의 결투’가 될 것”이라며 “김무성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진단했습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배신을 넘어 반란으로 받아들일 겁니다. 김무성 대표가 뒤에서 딴짓한 수준을 넘어 자신에게 정치적 '퍽치기'를 한 것으로 받아들일 테니, 심판 수준을 넘어 응징하려 들 것입니다. 반면 김무성 대표 입장에서 ‘옥새파동’은 생존투쟁일 겁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기는 매한가지인 상황에 내몰리자 필사적으로 나섰을 것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죽느니 서서 싸우다 죽겠다는 각오로 일격을 날렸을 것입니다. 

 

파탄은 기정사실입니다. 이제 관심사는 파탄 이후 진행될 결별 투쟁입니다. 일각에선 김무성 대표의 ‘옥새파동’을 무리수로 단정하기도 합니다. 박 대통령의 위세가 아직도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너무 빨리, 너무 격하게 차별화에 나섰다고 진단합니다. 그래서 김무성 대표의 허망한 패배를 예측합니다. 하지만 이건 일면적 분석입니다.


김무성 대표의 ‘옥새파동’엔 포석이 깔려있습니다. 싸워도 혼자 싸우지 않고, 죽어도 혼자 죽지 않겠다는 일념 하에 놓은 회심의 한 수입니다. 바로 삼각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포석인 것입니다. 김무성 대표의 ‘옥새투쟁’이 껴안은 대상은 누가 뭐래도 대구 동을의 유승민 의원과 서울 은평을의 이재오 의원입니다. 만약 이 두 의원이 총선에서 살아 돌아온다면 어떤 정치적 스탠스를 취할까요?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선 비타협적 자세를 보일 것이고, 서로 간에는 연대감을 보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의 연대가 절묘합니다. 김무성은 PK, 유승민은 TK, 이재오는 수도권을 대표하는 사람들입니다. 세 사람이 전략적 거점을 틀어쥐고 연대를 모색하면 반 박근혜 삼각 벨트는 강력해집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응징을 막는 삼각 방패일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힘을 빼는 삼지창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만 고려한 제한적인 포석이 아닙니다. 김무성 대표 입장에서 3인 연대, 삼각 벨트 구축은 또 하나의 포석이기도 합니다. 바로 대권경쟁을 고려한 선제적 포석이라는 것입니다. 

 

이재오 의원은 그렇다 쳐도 유승민 의원은 대권경쟁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입니다. 이런 사람이 친박의 핍박을 뚫고 총선에서 살아 돌아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친박의 패권 공천을 막지 못한 자신의 무기력한 모습과 유승민 의원의 불굴의 승리가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자신의 등짝을 유승민 의원의 정치적 발판으로 내줘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유승민 의원과 자신을 공동 운명체로 묶어야 합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잘 하면 초과 이윤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옥새파동’ 덕에 유승민 의원이 생환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강조되면 유승민 의원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의 ‘옥새파동’은 대권경쟁 선점을 향한 공격의 한 수임과 동시에 죽더라도 혼자 죽진 않겠다는 방어의 한 수입니다.


물론 이번 ‘옥새파동’의 결과를 보며 김무성 대표를 비판하는 논리도 있습니다. 김 대표는 앞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의 패권주의와 전횡에도 눈치보기로 일관했습니다. 김무성계 의원들이 공천을 받은 다음에야 행동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정치지도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이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옥새파동’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되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번 김무성 대표의 ‘옥새파동’이 공격과 방어의 절묘한 포석이 될지 아니면 때늦은 뒷북치기가 될지 앞으로의 전개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