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 이야기

'대박' 최민수, 논란마저 삼켜버린 숙종 연기

Chris7 2016. 4. 4. 07:45

지금 현재 배우 최민수에 대한 대중의 솔직한 심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사람은 미워하되 연기는 미워하지 말자’가 아닐까 합니다. 새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 돌아온 최민수는 그동안 연기가 아닌 폭행 등의 사생활로 대중의 입방아에 여러 번 오르내리곤 했습니다. 그래서 ‘대박’ 방송 전부터 그의 캐스팅에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첫 회 방송부터 카리스마 철철 넘치는 연기로 최민수는 그간의 우려가 기우였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SBS가 다시 한 번 사극으로 시청자 공략에 나선 새 월화드라마 '대박'은 지난 28일 KBS2 '동네 변호사 조들호', MBC '몬스터'와 동시에 출격하며 치열한 접전을 펼쳤고 첫 방송에서 시청률 11.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동 시간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었던, 박빙의 3파전이었던 월화극 대전. '대박'이 간발의 차로 1승을 거머쥐었고, 화요일 2화는 12.2%로 수치가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성적을 얻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일등공신으로 최민수가 떠올랐습니다.


2015년 MBC '오만과 편견' 이후 1년 만에 정극 컴백이자, KBS2 예능 '나를 돌아봐' PD 폭행 사건 이후 약 7개월 만에 컴백한 최민수. 계속되는 사건 사고로 대중의 외면을 받았던 그가 '대박'을 통해 배우로서 정통 연기를 선보일 기회를 얻었고 아직 시작단계이긴 하지만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습니다. 최민수의 인생 역전이라 평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최민수는 극 중 야욕과 비정의 임금 숙종으로 변신해 강렬한 카리스마와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변덕스럽고 예민한, 냉혹한 성정을 가진 숙종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득 품은 최민수는 존재 자체만으로 작품이었으며 곧 숙종의 역사였습니다. 이런 최민수에게 시청자는 단번에 마음을 빼앗겼고 방송 직후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에게 손가락질했던 대중도 '연기 하나는 흠잡을 데 없다'며 마음의 빗장을 조금씩 풀었습니다.


숙종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단연 브라운관을 압도했습니다. 숙종은 인현왕후의 침전에 찾았다가 복순이(윤진서)를 만났습니다. 앞서 이인좌(전광렬)을 만났던 복순은 그가 시키는 대로 세 호흡의 시간 동안 숙종과 눈을 마주했고, 숙종은 그에게 빠져 들었습니다.

숙종은 단연 사내 중에 사내였습니다. 쏘는 활마다 족족 명중을 했고, 그의 말 한 마디에는 뼈가 있었습니다. 입에 발린 말만 하는 신하들에 대해 "저들이 원하는 건 꼭두각시"라며 "언젠가 저들을 쓸어 버려야지. 그게 정치다"라고 나지막히 말했습니다. 힘을 주어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대사에는 수컷의 카리스마가 강하게 묻어났습니다.


여인을 쟁취하는 과정 역시 흥미롭게 그려졌습니다. "지아비가 있다"는 복순의 말을 들은 숙종은 그의 남편 백만금(이문식)을 찾아가 정면 대결을 했습니다. 그의 남편이 투전에 빠졌다는 말을 듣고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 냉정한 승부사로 변했습니다. 만금에게 초반 계속 승부를 건네주고, 마지막에 최후의 묘수를 걸었습니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는 승부사의 면모가 빛나는 장면이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 가락지의 주인을 걸어라"라고 내기를 건 뒤 끝내 승부를 손에 쥔 숙종은 카리스마가 넘쳤습니다.





조선 제19대 임금인 숙종은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희빈 장옥정의 치마폭에 휘둘리는 인물로 그려져 왔었습니다. 그러나 조선 역사상 숙종만큼 다혈질이었던 임금도 드물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대박’에서는 팩션(팩트와 픽션의 합성어로, 역사 속 사실과 상상력을 접목해 하나의 이야기를 재창조하는 장르)을 표방하고 있는 드라마임에도 숙종의 성격이 놀랄 만큼 철저히 고증됐다고 분석됩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노여움을 잘 냈던 숙종의 화병 증세가 자세히 기록돼 있었으며, 그 고약한 성미에 모후인 명성왕후조차 감당하기 힘들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드라마속 ‘활쏘기’ 장면이나 ‘노름판’ 장면에서 이 같은 숙종의 ‘독불장군’ 캐릭터가 제대로 드러났습니다. 사실 이 모두는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장면이지만, 각종 사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숙종의 실제 성격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대목들이었다 하겠습니다.


역사 속 숙종은 13세의 나이로 등극과 함께 수렴청정 대신 친정을 선포했으며, 당파싸움이 치열하던 당대에 거물 송시열을 제거해 버린 불도저 같은 정치인이었습니다. 채 서른도 되기 전 선왕들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던 송시열에게 사약을 내린 숙종은 조선 왕조에서 매우 드문 적장자 중 한 사람이라는 적통성을 무기 삼아 강력한 왕권을 유지한 임금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역사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환국 정치를 통해 신권을 제대로 견제한 왕이 숙종입니다.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숙종의 엄청난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숙종을 맡은 최민수는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동료 연기자 전광렬, 윤진서가 '자연인'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그 행동과 생각이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일 때가 많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최민수는 앞서 여러 구설에 오르기도 하고 실수를 저지를 때도 있었습니다. 불과 6개월 전 최민수는 제작 PD 폭행 물의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인간적인 실수가 많은 최민수지만, 연기자로서 최민수는 그 연기가 전형적이지 않고 특유의 정체성을 지녔습니다. 날 것의 투박한 성격은 인간 최민수에겐 약점일지 몰라도 배우 최민수에겐 큰 무기와도 같았습니다. 최민수가 방송 첫 주에서 보여준 카리스마는 '대박'의 첫 인상에 몰입도를 높이기에 충분했습니다.


아직 장근석과 여진구등 투톱이 등장하지도 않았는데 대중의 이목 끌기에 일단 성공한 ‘대박’이 드라마 제목처럼 대박을 칠 조짐이 보입니다(공중파 3사의 월화극 대결이 워낙 치열해 일반적 기준의 시청률 대박은 다소 힘들겠지만!). 물론 극 초반 주요배역중 하나인 복순이역의 윤진서에 대한 연기력 논란이 다소 있긴 하나 대세를 그르칠 정도론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날 선, 그리고 날것의 연기를 선보일 최민수. 드라마 '대박'으로 그간의 과오를 연기를 통해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지...


소름 끼칠 정도로 완벽한 '메소드 연기'를 선보인 최민수는 숙종연기로 그간의 논란마저 삼켜버린 듯합니다. 부디 이번엔 드라마 종료 시까지 무탈(?)하게 오롯이 자신만의 연기를 펼쳐 연기만으로 평가받는 배우로 대중에게 각인될 수 있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