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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공화당 트럼프와 루비오 양자 대결 될까?

Chris7 2016. 2. 22. 18:44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대선 공화당 3차 경선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지지율 32.5%를 확보해 2위인 마르코 루비오를 10%포인트 차로 따돌리며 승리해 미국 공화당이 다시금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공화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남부 첫 경선에서도 마저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면서 공화당의 후보 결정과 본선 승리 셈법도 복잡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트럼프가 큰 표 차로 승기를 잡으면서 공화당으로선 ‘트럼프 대세론’을 끌어안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판입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번 3차 경선에서 과반의 벽을 뚫지 못한데다, 잽 부시 전 주지사의 중도사퇴와 밋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의 지지선언을 이끌어 낸 마르코 루비오 후보로의 단일화론이 힘을 얻으면서 미 공화당 경선이 사실상 양자 대결로 좁혀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2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32.5%의 득표율을 올려 2위인 루비오 상원의원을 10%포인트 차로 따돌렸습니다. 게다가 미국 북동부에서 성장하고 부를 일궈낸 전형적 ‘뉴요커’인 트럼프가 남부의 심장부를 의미하는 ‘딥 사우스’(Deep South)에 속한 주에서 상당한 차이로 이겼다는 것은 트럼프가 예상과 달리 가장 보수적 집단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사이에서조차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트럼프가 미 대선 최대 승부처인 3월1일 ‘슈퍼 화요일’ 경선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막을 수 없는”(unstoppable) 후보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의 지지율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지난 10차례 치러진 공화당 프라이머리에서 가장 낮거나 두 번째로 낮은 1위 득표율입니다. 여론조사 기관인 ‘유에스 폴‘의 블라이언쉐프너는 AFP통신에 “트럼프는 40% 안팎이 지지율 ‘천정’”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가 여전히 전국 지지율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30%대의 1위로는 당의 대선후보로 지명받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얘기 입니다.


게다가 공화당 지도부를 비롯한 당의 주류가 여전히 트럼프의 ‘본선 경쟁력’에 회의를 표하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부담입니다. 심지어 “이대로 가다간 힐러리 클린턴에게 고스란히 대권을 갖다 바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히스패닉계와 무슬림, 흑인 등 소수인종뿐만 아니라 중도성향의 무당파 유권자들까지도 이탈할 경우 대선은 말할 것도 없고 동시에 치러지는 상ㆍ하원 선거에도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WP는 이와 관련 “전통적인 공화당 후보라면 지명에 아무 문제가 없지만 현대 보수주의를 부정하는 트럼프여서 당내 회의론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2차경선인 지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해 공화당 주류에 큰 실망감을 안겨줬던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번 3차 경선에서 테드 크루즈를 이기고 2위를 차지하며 ‘반 트럼프’ 단일후보로 올라설 기회를 잡았습니다.


특히 지지기반이 겹치는 젭 부시 전 주지사가 사퇴하면서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미 언론들은 부시 전 주지사의 지지층과 ‘슈퍼팩’이 루비오 상원의원에게로 집중될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빅 머니(big money)와 빅 조직(big establishment support)라는 양대 화력이 루비오 상원의원에게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이후 레이거니즘(레이건식 자본주의)의 신봉자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미 보수층의 결집에 나서고 있습니다. ‘레이건의 아이들’이 미 보수주의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2012년 대선 때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루비오 상원의원을 공식 지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루비오 단일화’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1일 롬니 전 주시사와 가까운 공화당 소식통 두 명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공화당 소식통들은 “롬니 전 주지사는 루비오를 기꺼이 지지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함께 출마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공식 지지를 주저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부시 전 주지사가 중도 사퇴하면서 공화당내 주류들의 루비오에 대한 지지 선언이 잇따를 수 있다는 얘기 입니다.


다만, 루비오로서는 ‘단일화의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적어도 23일 네바다 경선을 거치면서 ‘단일후보’로 부상해 3월1일 ‘슈퍼화요일’과 3월15일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승기를 잡아야 합니다. 이후에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한 주들의 경선이 줄줄이 예고돼 있어 지지율 선두인 트럼프에게 단연 유리한 구도이기 때문입니다.


또 루비오로서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건재로 현재의 3파전 구도를 가져갈 경우 단일화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를 했던 테드 크루즈가 주요 후보로 계속 건재하다면 크루즈가 트럼프와 루비오 어느 쪽의 표를 잠식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달라지게 됩니다.


크루즈 역시 당내 비주류 인사이며 남부침례교인이어서 트럼프와 지지층이 겹치는 측면이 있고, 극단적 보수주의자로서 쿠바계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면에서는 루비오와 지지층이 겹치고 있습니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아이오와에서는 크루즈에게 표를 몰아줬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남은 승부처는 기독교세가 강한 텍사스 테네시 조지아 아칸소 등입니다. 이들 지역은 이른바 ‘슈퍼화요일’인 내달 1일 경선을 치르게 됩니다.


전례 없이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미 대선전에서, 경선초기 공화당내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젭 부시 전 주지사를 힘 한번 제대로 못쓰고 중도 퇴장하게 만든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위력에 공화당 주류층이 마르코 루비오라는 젊은 대항마로 단일대형을 형성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