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KBS ‘개그콘서트’(개콘)의 시청률이 한 자릿수(9.9%·닐슨코리아)로 떨어졌습니다. 많은 매체가 관련 기사를 내보냈는데 어느 정도 이런 추락을 예상했던 바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추락의 징후가 많이 포착되고 있었는데도 변화를 시도하지 않은 안이함이 한 자릿수 시청률이라는 굴욕으로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한때는 주말 예능을 통틀어 시청률도, 화제성도 1위를 차지하던 ‘개콘’의 질주에 제동이 걸린 것은 MBC가 주말 드라마를 공격적으로 편성하면서부터라고 봅니다. MBC가 자극적인 코드를 넣어 중장년 시청자 층을 공략하자 충성도 높은 개콘 시청자들이 이탈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시청률은 서서히 지속적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추락의 원인이 이런 외적 요인에만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개콘은 주말 예능의 최강자라는 타이틀에 취해 조금씩 초심을 잃었습니다. 그 초심이란 다름 아닌 경쟁 시스템이 갖는 치열함입니다. 개콘은 한없이 프로그램 길이를 늘렸고 일요일 저녁 9시15분에 시작해 10시50분에 끝나는, 무려 100분에 육박하는 편성으로 확대됐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더 많은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무한 확장은 프로그램 코너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습니다. 코너가 너무 많아진 반면 새 코너로의 교체 속도는 느렸습니다. 그러자 비슷한 코너가 오래도록 반복되는 느낌이 조성됐습니다. 유행어를 적절히 끼워 넣고 상황만 살짝 바꾼 코너들은 시청자에게는 너무 익숙한 패턴이 됐습니다. 주력 개그맨의 세대교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김준현, 양상국, 김원효, 최효종, 정태호 같은 인물이 전성기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그 뒤를 이을 만한 두드러진 개그맨이 잘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SBS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나 tvN의 ‘코미디 빅리그’의 선전 역시 개콘에는 부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의 코너들은 개콘만큼 노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개그 코너를 찾는 시청자에게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습니다.
현재 개콘은 내부적으로는 경쟁 시스템의 약화로, 외부적으로는 경쟁 프로그램의 득세로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또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외부의 위협은 내부적으로 더 결집하게 하는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코미디 빅리그’와 ‘웃찾사’의 합류로 새롭게 구축된 ‘개그 삼국지’의 모양새도 개콘에는 나쁘지 않은 그림이라 하겠습니다. 경쟁 체제는 보다 경쟁력 있는 코너들을 배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개콘이 지금까지의 흐름을 과감히 벗어던질 때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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