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한국 가요계를 호령한 아이돌 그룹들에게는 ‘5년차 징크스’가 있었습니다. 활동 기간이 5년을 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1세대 아이돌들 중 이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데뷔 후 1세대 아이돌 그룹의 평균 수명은 5년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그룹 '신화' 같은 예외도 있지만...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2세대로 아이돌 주류가 세대교체되며 데뷔 후 10여년 이상을 활동함은 물론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장수 아이돌’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소녀시대'도 그들 중 하나입니다.
국내 최장수 걸그룹인 '소녀시대'는 데뷔 당시 16~18세였으나 어느덧 멤버 전원이 20대 중반에 접어들었습니다. 소녀에서 숙녀가 된 것입니다. 지난달 11월, 걸그룹 '소녀시대'는 네 번째 단독콘서트를 성황리에 마무리했습니다. 한국 걸그룹 역사상 단독으로 네 번의 콘서트를 연 것은 '소녀시대'가 최초입니다. 지난 2007년 싱글앨범 '다시 만난 세계'로 팬들과 처음 만났으니 어느덧 데뷔 9년차를 지나 10년차를 향해 가고 있는 '소녀시대' 입니다. 한국 걸그룹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 소녀보다는 숙녀란 말이 더 어울리는 '소녀시대'의 지난 10년간 발자취를 한번 되짚어봤습니다.
2007년 나란히 데뷔한 2세대 걸그룹(1세대는 S.E.S·핑클) '원더걸스' '카라'는 한때 소녀시대와 천하를 양분 또는 3등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소녀시대만 살아남았습니다. 소녀시대는 1세대 아이돌의 대표주자 'H.O.T'를 발굴한 아이돌 명가 SM엔터테인먼트가 야심차게 내놓은 그룹이기도 합니다. 수명이 길지 않은 아이돌 그룹, 특히 수명이 짧은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걸그룹 역사에 소녀시대는 이례적인 팀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소녀시대'라는 이름은 '소녀들이 평정할 시대가 왔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데뷔 전에는 멤버들 모두 ‘이터니티’, ‘뮤즈’, ‘예그리나’같은 세련되고 멋진 이름을 예상했었는데, 당시에는 촌스러워 보이는 한국어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 울기도 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당시 SM에서 소녀시대를 만들 때 세운 목표가 한국에선 모든 연령대에게 관심을 끌 수 있고 이를 넘어 해외까지 공략할 수 있는 범아시아 그룹이었기 때문에 SM에서 매우 고심하여 지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영어나 라틴어 이름이 대다수인 아이돌 세계에서 몇 안 되는 한국어 팀명이란 점에서 멤버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으며, 이름에 대한 자부심도 느낀다 합니다.
보컬은 데뷔 초 태연, 제시카, 티파니가 주를 이루었으나, 써니와 서현의 보컬 실력이 향상되어 현재는 초창기 때보다 많이 고르게 되었다는 평입니다. 현재는 태연, 티파니, 써니, 서현이 탄탄한 보컬로 노래를 능숙하게 이끌고 있습니다. 효연, 유리, 윤아, 수영은 댄스를 담당하지만, 점차 내공이 쌓인 만큼 보컬 실력도 많이 상승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해외 활동이 늘면서 외국에서의 멤버들 각각의 역할도 두드러집니다. 일본은 예전엔 연예 활동까지 한 적이 있는 수영이 MC로 보일 정도로 멘트를 많이 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멤버들도 많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일본어로 개그도 친다고 합니다. 여기에 미국, 프랑스 등 영어가 통하는 서구권에서는 미국 출신의 티파니가 말하는 비중이 높은 평입니다.
'소녀시대'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5장의 정규앨범과 4장의 미니앨범을 발매했습니다.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에서 소녀들의 풋풋한 매력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소녀시대는 '키싱 유', '베이비 베이비(baby baby)' 등을 통해 소녀로서 보여줄 수 있는 귀여움과 깜찍함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후 컬러 스키니 진을 대유행시킨 공전의 히트곡 '지(Gee)', 소녀를 벗어나 카리스마와 성숙미를 물씬 풍긴 '런 데빌 런(Run devil Run)', 여름을 겨냥해 선보인 마린룩의 '소원을 말해봐', 최근 레트로 콘셉트의 '라이언 하트(Lion Heart)'에 이르기까지, '소녀시대'는 신곡을 공개할 때마다 매번 색다른 매력을 겸비한 콘셉트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습니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소녀시대'의 도전 정신은 대중에게 신선함을 선사하며 10년간 롱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소녀시대'는 태연, 티파니, 서현으로 이뤄진 '태티서'란 유닛으로 성공적인 유닛 활동을 이루어냈습니다. 소'녀시대'란 후광을 등에 업은 것도 있었지만 '소녀시대'에서 처음으로 나온 유닛이라는 것과 보컬 담당 멤버로만 이루어진 점이 팬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줬고 이들은 화려한 퍼포먼스와 가창력으로 '태티서'만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습니다.
데뷔곡 '트윙클'은 각종 차트와 음악방송 1위는 물론 안무까지 유행시키며 대히트를 쳤고, 지난해 발매된 두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할라' 역시 인기몰이에 성공하며 '태티서'만의 매력을 공고히 했습니다. '태티서'는 4일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 스페셜 앨범을 발매해 3연타석 히트를 노리고 있습니다.
또한 '소녀시대' 멤버들은 10여 년 간 다양한 분야에서 솔로 활동을 통해 그룹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별 경쟁력을 구축해냈습니다. 윤아와 유리, 수영은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발판을 마련했고, 티파니와 서현, 태연은 뮤지컬과 솔로 활동을 통해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써니는 여러 예능과 라디오 DJ를 경험하며 만능 엔터테이너의 모습을 보여줬고, 효연은 최근 'Hyo style'이라는 책을 출간하며 패션과 뷰티 쪽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의 개별 활동은 소녀시대라는 그룹으로 뭉쳤을 때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그들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더 높여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10년차 걸그룹인 만큼 소녀에서 숙녀가 된 멤버들은 연애를 했습니다. 2014년 1월 1일 새해 시작과 함께 윤아와 이승기의 열애설이 터졌습니다. 두 사람은 열애를 인정했고 부러움 속에 소녀시대 멤버 중 첫 번째 공개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이틀 뒤에는 그동안 숱하게 열애설이 불거져 온 수영과 정경호가 열애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어 티파니와 닉쿤, 태연과 백현, 유리와 오승환, 그리고 효연까지, 써니와 서현을 제외하고 소녀시대 멤버들은 줄줄이 연애 소식을 전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수영-정경호 커플만 남아 있지만 10대에 데뷔한 '소녀시대'가 굵직한 열애설의 주인공이 되는 모습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녀시대'는 어쩌면 10년의 활동기간 중 가장 큰 위기라고 할 수 있는 멤버의 탈퇴라는 부침을 겪기도 했습니다. 영원히 갈라지지 않을 것 같던 소녀시대였기에 멤버 제시카의 탈퇴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우려와 달리 '소녀시대'는 제시카 탈퇴 이후 8인 멤버 체제로 '파티(PARTY)'를 발표하며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소녀시대'는 제시카 탈퇴 이후 "남은 멤버들이 더 똘똘 뭉쳐 더 강해졌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소녀시대는 멤버들과 또래였던 10대와 20대 뿐만 아니라 ‘삼촌 팬’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세대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래서 더욱 장수할 수 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한 최전성기에 해외진출에 성공하고 걸 그룹 한류를 이끌면서 다른 그룹과는 차별화된 위상을 갖게 됐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타 걸그룹들보다 더 높은 정점을 찍었기 때문에 지속력도 크며 혹 싱글 하나 안 된다고 이미지에 큰 해를 입지 않는 거대한 아이콘이 됐습니다. 오래가는 존재감은 거기서도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음 같아선 '소녀시대'가 앞으로도 10년을 더 활동했으면 하지만, 현실적으로 멤버들의 나이가 조금씩 들어감에 따라 향후 2-3년이 고비가 아닐까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89년생 동갑들인 태연, 써니, 효연, 티파니 그리고 유리가, 본인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내년이면 우리나이로 28세가 되고 3년 후면 30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나, 여성들이 나이마디가 바뀌는 29세에서 30세에 심리적 변화가 아주 크더군요! 특히 결혼에 대한 생각들이 묘해지는 시기라고 느껴집니다. 만약 멤버들 중 한 두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되고, 만에 하나라도 연예활동을 그만두거나 잠정적으로 쉬게 된다면, '소녀시대' 그룹전체에 변화가 불가피 하지 않을까라는 부질없는 생각마저 들기도 합니다.
각설하고, '소녀시대' 10년의 발자취는 아이돌 그룹이 어떻게 하면 장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이 모여 있기에 언제든 위기는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녀시대'는 위기에 슬기롭게 잘 대처했고, 그 안에는 멤버들 간의 두터운 신뢰가 바탕이 되어 있었습니다. 서로간의 신뢰가 깨지지 않는 한 이 멤버들은 나이가 들어도 '소녀시대'란 이름을 걸고 언제든 대중 앞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지금은 소녀시대, 앞으로도 소녀시대, 영원히 소녀시대'라는 외침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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